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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이야기는 이 곳으로!!!
화장실에서 만났던 그 반포에 집 산 선배에게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1편의 글을 쓰고 난 바로 다음 주 화요일 오전, 나는 용기를 내어 선배님께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메신저를 보냈고 선배님은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셨다.
"지난번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요.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 저와 점심식사 같이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케이지! 11시 50분에 지상주차장에서 봐요!"
"평양냉면 어떠세요? 회사 앞에 정말 맛있는 곳이 있습니다."
"너무 좋지^^"
그렇게 내가 부러워했던 선배의 테슬라를 타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평양냉면집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가던 도중 선배님께서는 왠지 신나 보였다.
"알게 모르게 내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있긴 해. 근데 뒤에서 운이 좋았다는 둥, 부자니까 한턱 쏘라는 둥의 기분 나쁜 말들만 많이 나오거든.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밥을 먹자고 한 것은 후배님이 처음이야. 오늘은 나에게도 뭔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아."
선배님께서는 갑자기 '후배님'이라는 호칭으로 나를 불렀다. 진짜 선배님과 후배의 시간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평양냉면 두 그릇이 나왔다.
"이거 정말 맛있는데. 가격이 너무 사악해. 그거 알아? 이 냉면의 가격이 일 년에 천 원씩 오르고 있다는 거."
"맞아요. 선배님 오늘은 제가 수업료로 살 테니 맛있게 드시고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그 말과 함께 선배님의 엄청난 이야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나오는 이야기들은 회사엔 비밀로 해줘. 얼마 전 글을 봤는데 요새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가장 열받는 일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 내 옆자리 동료가 산 집이 올랐다는 것을 알 때가 가장 열받는다고 하더라고.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도 섣불리 말하기가 그렇더라."
"네 당연하죠! 궁금한 게 있습니다. 저도 회사 동료분들께 선배님께서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고 많이 들었었거든요. 선배님께서는 그러니까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 쪽에만 투자를 하시는 걸까요? 주식이나 코인은 안 하세요?"
"주식... 많이 잃었지... 코인은 그냥 초창기에 소액으로 조금씩만 하는데 영 정신이 없더라. 나랑은 잘 안 맞아. 그래도 취미 삼아 조금씩은 하고 있어. 하지만 내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 투자로 이뤄낸 것이야. 이뤄냈다고 하기에도 좀 부끄럽지만 ㅎㅎ"
"그럼 언제부터 투자를 하시게 된 거예요? 어떤 계기로?"
선배님은 아직 평양냉면을 한 젓가락도 뜨시질 못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지면서 선배님께 식사를 서둘러 권했다.
"일단 식사하면서 이야기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저 궁금한 것만 챙기고 있었네요."
"하하, 괜찮아. 오늘은 나에게도 엄청 특별한 날인걸! 우선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해. 사람들이 내가 엄청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거나 처가가 부자라던가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지어내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내가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난 그저 이십 년 동안 정말 열심히 임장하고 돌아다니고 투자하면서 지내다 보니 운이 좋게도 여러 번의 사이클을 경험하며 부동산 투자를 해왔을 뿐이야."
"나는 운이 진짜 좋았어. 사람들은 그거만 이야기해. 나도 인정해 내가 운이 좋았다는 걸. 그런데 그 운을 잡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더라고. 내 자산이 불어나고 투자하는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얼마나 큰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정을 위해서 얼마나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지는 꿈에도 모를 거야."
"후배님은 아마 모를 텐데. 우리 집이 진짜 가난했어. 그래서 나는 대학을 가지 못하고 고졸로 우리 회사에 입사했었어. 등록금을 내기도 힘들었고 얼른 일을 해서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 했으니까. 너무 진부하지?"
"너무 진부하긴요.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여기서 어떻게 반포까지 가는 걸까요?"
"회사에서도 고졸이라고 무시받고 허드렛일만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녔지. 너무 진부해도 조금만 참아 여기서부터 재밌어져."
"그 당시에 어떻게든 서울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용산 한남동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그렇게 4년을 보내게 되지. 재밌는 건 뭔지 알아? 그렇게 용산으로 학교를 맨날 다니니까 그 동네를 정말 잘 알게 되더라는 거야. 어디에 맛집이 있고 어디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디에 병원이 있고 어디에 아이들이 많은지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고. 그리고 내가 졸업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지"
"와! 뭔데요?"
"내가 다닌 대학교가 없어진다는 거야.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다나?"
"네? 학교가 없어져요? 갑자기?"
"응,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온다는 아파트가 '한남더힐'이라고 하더라고. 그때는 그러려니 했지. 그런데 후배님도 알지? 거기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100억짜리 집이 거래가 되는 땅이었던 거야.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동네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게 되었던 거지."
"와, 거기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가요? 정말 대단하세요."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은 뭐 결핍? 그런 게 아니었을까? ㅎㅎ 아무튼 그때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용산에 신축이 들어설 곳에 땅이든 집이든 뭐 하나라도 사야겠다.'라는 생각"
"이미 나는 용산에서 거의 몇 년을 살다시피 했으니 이미 비싼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대충은 알고 있었어. 아내와 같이 이 잡듯이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용산의 땅을 말이지. 그리고 한 구축 주택가에 마지막 남은 하나의 집을 찾았지."
"마지막 남은 집이요?"
"그때가 언제였냐면 '집사면 바보'라고 하던 시절이야. 정부에서는 '집 좀 제발 사주세요'.라고 하던 시기고 그런데 이상하게 용산에 그 이상한 주택가는 거래가 엄청나게 되고 있었단 말이야? 나도 정말 신기했지. 이미 빠꼬미* 들은 알고 있었던 거야. 거기가 좋은 땅이라는 걸, 그리고 나중에 엄청 좋아질 것이라는 걸. 미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지. 나는 운이 좋아서 그 시기에 거기를 잘 알고 있으면서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을 뿐이고."
*빠꼬미 : 무언가에 거의 통달한 여우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사투리
"그래서요?"
"그래서 그 주택을 보러 가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는데 이미 누군가가 저녁에 보러 오기로 했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사장님, 저는 지금 갈게요!'라고 하면서 당장 휴가를 쓰고 그 집을 보고 와서 특별히 깨진 곳이 없길래 바로 계약해 버렸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지. 벌써 한 20년 전이니까 ㅎㅎ"
"근데 그게 어디예요? 20년 전에 용산이라니 정말...."
댓글
킬스님!! 크 선배님과의 대화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식사를 청한 킬스님의 용기도 넘 멋있구요ㅎㅎ 근로소득을 자본으로 바꾸어가는 우리의 투자방식이 선배님의 말씀에 그대로 녹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