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분석하고 공부했던 주식이 이틀 만에 40%가 넘게 치솟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에 학생들은 기쁨보다 오히려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어떤 분은 첫날 30%가 올랐을 때,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에 가진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고, 또 다른 분은 다음 날 마음의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의 물량을 정리했습니다.
주식 시장은 참으로 재미있게도, 나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익 실현의 달콤함도 잠시, 내가 팔고 나면 주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 높은 곳을 향해 훨훨 날아오릅니다. 비단 주식 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러한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작동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한 친구의 부모님께서 서초동에 있던 빌라를 팔기 위해 부동산에 내놓으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1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아 애를 태우던 빌라가 어느 날 기적처럼 팔렸고, 친구의 부모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경기도의 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분들이 빌라를 팔자마자, 오를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그 빌라의 가격이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날의 빌라는 재건축을 통해 위용을 뽐내는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했고, 반면 새로 매입했던 경기도의 아파트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맞은 채 거래조차 뜸한 낡은 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변에 최신 아파트들이 쉴 새 없이 들어서면서, 낡은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 것입니다. 한 번의 선택이 가져온 자산 가치의 극명한 대비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이 9만 원 선에 가까워지면서 비슷한 심리적 동요가 관찰됩니다. 과거 '9만 전자'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갇혀있던 투자자들은 아마도 주가가 9만 원을 넘어서는 바로 그 순간,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 심리와 재차 하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일제히 매도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렇게 다짐할 것입니다. "내가 다시는 주식 투자 하나 봐라."
오랜 기간 투자를 경험하며 얻은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마침내 '52주 신고가'를 뚫어내는 순간, 그때부터 진짜 상승 랠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막연한 감각이나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이를 '52주 신고가 효과(52-week high effect)'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는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52주 신고가 효과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즉 '닻 내림 효과'라는 투자 심리가 깊게 관여합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52주 신고가를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이자 기준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이 가격이 머릿속에 강력한 '닻'으로 각인되면,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너무 비싸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매수를 주저하게 됩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심리는 주가에 호재가 온전히 반영되는 것을 방해하며,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주가가 덜 오르는 현상을 만듭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시장에 알려지고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뒤늦게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는 한 단계 더 폭발적인 상승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 신고가를 경신한 많은 주식들이 바로 이 현상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매수를 망설입니다. 그러다 주가가 한참 더 오른 뒤에야 뒤늦게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 즉 FOMO(Fear Of Missing Out)에 휩싸여 추격 매수에 나섭니다. 안타깝게도 이때는 단기 고점인 경우가 많아 필연적으로 조정(Pull Back)이 일어나고, 높은 가격에 물린 투자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물론, 신고가 돌파가 언제나 성공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고가를 잠시 돌파하는 척하다가 대량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는 '거짓 돌파(False Breakout)'의 함정도 존재합니다. 진짜 돌파와 거짓 돌파를 구별하는 방법은 결국 '기업의 내재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이번 돌파가 펀더멘털 개선에 기반한 필연적인 결과인지, 아니면 단순히 세력의 개입이나 군중심리에 의한 일시적인 거품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평소 관심 있는 기업들의 사업 모델, 재무 상태, 성장 전략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분석해 왔다면, 해당 종목이 신고가를 돌파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과감하게 추격 매수에 동참해야 할 '진짜 신호'인지, 아니면 관망하며 피해야 할 '거짓 신호'인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마치 인기가 많은 남사친이 갑자기 싱글이 되었을 때, 평소 그 사람의 인품과 가치를 깊이 알고 있었다면,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다가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알아보고,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왠지 댓글로 40% 오른 종목을 물어보실 것 같아서, 종목을 공개합니다. SLDP 입니다. 티커명이고 전고체 배터리 관련된 미국 기업입니다. 솔리드 파워라고 불립니다. 관련 종목에 대한 정보는 제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매수, 매도 추천이 아닌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와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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