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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접어들며 나는 '경제적 자립'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체크리스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필요 생활비’를 수립하는 것이다.
지난 편에서 소개한 우리 부부의 필요 생활비를 합의하는 데에서부터 생각보다 많은 자기분석과 상호 간의 대화가 필요했다.과거 우리의 생활비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항목별 필요예산을 책정했다. 크게 연간, 그리고 매월 발생하는 항목들로 분류하는 일도 필요했다. 예산은 보수적 기준으로 잡는 것보다,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우리 부부의 생활비 항목
[월별]
- 외식비
- 국내여행비
- 주유/교통비
- 장보기(실생활비)
- 쇼핑
- 미용/건강
- 자기 계발(요가, 책 구입 등)
- 개인용돈
- 주거비(월세 및 관리비)
- 기부금
[연간]
- 해외여행비 (연 1회)
- 보험과 세금 (건강보험, 실비보험, 재산세, 국민연금, 건강검진)
- 부모님 용돈, 건강검진 지원비용
- 기타 경조사
…
경제적 자립에 필요한 생활비가 도출이 되었다면, 다음 체크리스트는 향후 평균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다. 숨만 쉬어도 화폐가치는 조금씩 줄어들고 ‘물가’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우리 부부는 경제적 자립 이후에도 경제적 자산을 우리나라에 기반 할 것이기에 한국 물가로 계산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 = 3%
기준 지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로 삼았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가계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본 지표로, 한국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과거 20년 간 연평균 2.38% 상승해 왔다. 조금 더 좁혀보자면 10년 간 연평균 1.85% 수준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살펴보았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조사 범위에서 체감도가 높은 품목만 골라서 계산한 지표다. 이 지표는 과거 20년 연평균 2.5%, 10년 연평균 2.2%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한국의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3.0% 수준으로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잡았다.
다음은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었다. 우리 부부는 경제적 자립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각자 소유의 아파트를 유지하고, 매월 발생하는 근로소득과 상향되는 전세보증금 등을 성장형 ETF와 배당성장형 ETF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왔다. 그 후 경제적자립을 앞두고 아파트 한 채 혹은 두 채 모두 매도해 현금흐름을 더욱 보강하기로 했다.
현금흐름 = 배당금 + 일부 예비금
이 중 주식 ETF에 투자하려면 '어디에'와 ‘어떻게’에 대한 대답이 구체적으로 필요했다.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는 각자의 선택과 성향에 따라 다양하지만,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즉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구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세팅은 앞선 은퇴 선배님들의 여러 후기를 참조하며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해 보았다.
기본적인 계좌 구성은 다음과 같다. 하기 순서는 절세 혜택에 따른 납입 우선순위다.

(1) 연금저축펀드(과세혜택용) : 연 납입한도 600만 원
연금성 자산은 연금저축펀드에 우선 해당 납입금액까지 매년 넣는다. 나의 경우 한화손해보험(연금저축보험)에 수년간 납입한 돈을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했다. ‘보험’이 더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수수료는 높고, 운용 선택의 폭은 좁다. 펀드로 전환하면 훨씬 낮은 수수료로 ETF나 다양한 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수익률 관리가 가능해진다. 연간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땐 세율이 3.3~5.5% 수준으로 매우 낮다. 장기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기본 계좌다.
(2) 개인형 IRP : 연 납입한도 300만 원
연금저축펀드와 IRP를 함께 활용하면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P는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운용이 가능하며, 퇴직 후에는 연금 수령 용도로도 전환이 되기 때문에 ‘보조 연금’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중도 인출 제한이 있는 점 그리고 주식 투자 비중 70% / 이외 안전자산(채권 등) 30% 로 제한이 걸려 있다. 그렇기에 연금성 자산 2순위.
(3) ISA : 연 납입한도 2000만 원
예금, 펀드, ETF,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통합해서 운용할 수 있고, 비과세 혜택이 크다. 특히 3년 만기 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최대 200만 원까지는 전액 비과세,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9.9% 분리과세만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확 줄어든다. 3년 주기로 인출이 자유롭기에 경제적 자립 시 현금흐름을 위한 필수계좌다.
(4) 연금저축펀드 (과세비혜택용) : 연 납입한도 600만 원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연금저축펀드에 나머지 납입한도인 600만 원까지 납입을 더 하면 운용 수익 자체에 대한 과세가 이연 된다. 무엇보다 상시에 인출해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당 현금흐름을 만들 때 꼭 필요한 계좌이기도 하다. 다만 관리를 위해 연저펀 계좌를 이렇게 둘로 나누어 놓는 게 편리하다.
(5) 직접 투자용 계좌 : 연 납입한도 제한 없음
내가 원하는 만큼 투자할 수 있고, 환율이 우호적일 땐 환차익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위의 계좌들과 달리 절세 및 과세이연효과가 없기에 과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6) CMA(RP) : 연 납입한도 제한 없음
다른 계좌를 통한 투자를 하기 전이나, 연 생활비 보관 용도의 계좌다. 연 3% 수준의 이율을 현재 제공한다.
연평균 순자산 상승률 = 7.5%
향후 경제적 자립 이후 우리 부부의 순자산 평균 상승률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미래 순자산의 양 축인 아파트와 미국 지수의 과거 평균 상승률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아파트의 과거 가격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가격 상승률은 과거 30년 간 4.8%였다. 20년 간은 3.9%, 10년 간은 4.5%였다. 과거 10년간 경기도 아파트는 6.7%, 강남구 소재 아파트는 8.4%, 대한민국에서 가격 총합이 많은 50개 단지 지표인 '선도 50 아파트'는 무려 9.9%에 달했다. 아내의 강북 아파트는 7.3%, 나의 인덕원 아파트는 8.5% 수준이었다. 아파트를 투자용으로 보유했다는 전제 하에 전세가율 50%로 일괄 적용해 보면 과거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다음으로 미국 ETF는 대표지수인 S&P500 지수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배당금을 제외한 S&P500 지수의 과거 30년 간 연평균 상승률은 8.7%, 20년 간 8.3%, 10년 간 11.1% 였다. 성장주인 QQQ(나스닥 100 추종 ETF)는 배당금을 재투자할 경우 연평균 17.0%, 재투자 안 할 경우 16.0%였으며, 배당성장주인 SCHD는 배당금 재투자 시 10.5%, 배당금 재투자 안 할 경우 6.7% 수준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 부부의 각 자산 포트폴리오에 10년 간 투자를 할 경우, 기존 순자산 증가율, 아파트 수익률, 주요 ETF 주가 상승률을 가장 보수적으로 적용했을 때 8% 수준으로 판단되었다. 이는 아파트 장기 보유에 따른 양도세 감면과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것을 전제했다.

전제 4. 경제적 자립 목표 시점 = 2028년 상반기
기본적인 세팅이 되었다면,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시점이 가시화된다. 원래 내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했지만, 지난 편 생활비 내역에 대한 아내와의 조율 끝에 조금 더 여유 있는 자산을 마련하기로 했기에 2028년 4월을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경제적 자립에 대한 우리 부부의 계획이 구체화되자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생활비 예산을 수립하며 역설적으로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장점도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속기업의 명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부터, 건강보험, 의료보험, 부모님 건강검진비 지원 등 세부적인 혜택이 정말 많았다. (반대로, 경제적 자립 이후에는 이 모든 걸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기간 동안 직장인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려보기로 결심했다. 아내는 그간 정리해 온 업무지식을 바탕으로 전자책을 발간했다. 아내의 전자책 발간은 예상외로 소소함 이상의 월 현금흐름을 만들어 주었다. 나 또한 이러한 아내의 활동에 자극이 되어 홍보 가이드북 전자책을 발간했다.
나는 회사에서 근로자위원을 맡아 다양한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하나의 회사에도 정말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게 2024년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목표가 우리 부부의 삶에 든든하게 자리잡게 된 해였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