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1. 사회초년생부터 시작한 강제저축

  • 25.07.29

안녕하세요. 

경제적 자립과 아내와의 이야기를 다룬 글을 쓰고 있는 30대 직장인 ‘킴우스’입니다.

 

저희 부부는 앞으로 3년 후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는 이미 경제적 자립을 이룬 이들이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노하우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유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이를 이루지 못한 나와의 거리감은 늘 있었지요.

 

그렇기에 저는 경제적 자립의 중간 초입 즈음 왔다고 느끼는 지금에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를 기록하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담백하게 풀어 놓으려고 합니다.

 

이 시리즈는 제가 지금껏 걸어 온, 일종의 '자산 형성기'에 대한 자랑이나 후회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 3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기간 동안 제가 생각하고, 느끼고, 실천해 온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전부일 것 같네요.

 

첫 이야기는 2014년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네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편한 문투로 풀어가는 점 이해 바라겠습니다.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1. 사회초년생부터 시작한 강제저축

 

스물 여덟,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평생 나는 돈, 정확히는 '자산'이라든지 '현금흐름'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경제적 자유'라는 용어의 정확한 개념도 몰랐다. 그렇기에 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그저 ‘월급을 받으면 아껴써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 전부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당시 나는 대학 졸업을 1학기 앞두고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자동차그룹 부품계열사에 입사했다. 첫 출근 날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커먼 새벽 여섯시,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도심을 지나 시골길을 한참 달렸다. 10년 전만 해도 경기도 동탄은 지금보다 훨씬 황량한 지역이 많았다. 

 

기흥 톨게이트 옆 덩그라니 세워진 사옥에 도착했다. 사옥의 대강당에서 신입사원 사원증을 받았다. 손바닥만 한 명찰을 목에 걸었을 뿐인데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어른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회인이 되었다는 감각은 새로운 자유이기도 했고 막연한 책임감이기도 했다. 

 

나는 당시 경영지원부서의 홍보담당자로 입사를 했는데, 나와 대리님 한 분이 홍보업무를 도맡아 해야했다. 막막하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바를 회사에서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도가 좋았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일상은 반복되고 단순했다. 매일 아침 오전 7시 30분 회사에 도착해 40분부터 단체 아침체조에 참여하는 것은 당시 불문율이었다. 정장셔트와 바지 위에 공장잠바를 껴입고는 20여 분간 사무실에서 다 같이 체조 영상을 보며 몸을 움직이고 나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사보를 제작하기 위해 기획하고, 취재하고, 업체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저녁 6시를 훌쩍 넘기게 되었다.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6시 40분이 임박하게 되면 모두가 퇴근 눈치를 보는 보수적인 분위기였다. 신입사원이었던 나와 동기 40여명은 늘 마지막 5분을 남기고 우당탕 계단을 뛰어내려가며 짧은 인사를 건네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픈 기억이다.

 

그렇게 나는 정해진 유니폼을 입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일을 하고, 그래야 매달 일정한 급여가 들어온다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당시 내 사원 연봉은 5000만 원 정도였다.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 많이 받는 편이었지만 성과급 비중이 컸기에 첫 월급은 기대보다 훨씬 적었다.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제외하고 나니 생각보다 남는 돈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았기에 생활비 지출도 거의 없었다. 사회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돈 관리를 해야 한다고들 했지만, 나에게 돈은 그저 월급날마다 들어오는 숫자일 뿐이었다.

 

아버지께서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고 계셨기에 따로 용돈을 드릴 필요도 없었다. 출퇴근도 셔틀버스를 이용했기에 가끔 어머니의 YF쏘나타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정도가 다였다. 당시 나의 주요 소비 항목은 데이트비용과 친구들과의 술모임 정도였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자기만의 소비 패턴이 생긴다고 한다. 누군가는 명품을 사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비싼 술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누군가는 자동차를 구입하며 사회적 지위를 과시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특별히 원하는 물건도 없었고, 옷을 사는 데에도 크게 기쁨을 느끼지 않았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고민 자체가 없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엄마가 하는 계(契)에 매달 돈을 저축하는 건 어때

 

 

어머니는 친척, 친한 지인들과 함께 계를 운영하고 계셨다. 일정 금액을 정해 매달 돈을 넣고, 순서대로 목돈을 받아가는 방식이었다. 어머니는 "은행 이자보다 이율이 조금 더 높으니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계에 가입했다. 매달 200만 원씩 넣기로 했다. 돈 문제에 대해 딱히 고민하고 싶지 않았던 차에 잘되었다고 여겼다.

 

이 계는 강제 저축의 성격이 강했다. 매월 정해진 입금액은 계에 속한 이들과의 약속이었기에 한 사이클인 20개월 동안에는 납입 중지가 불가능했다. 곗돈을 정기적으로 넣으며 이러한 강제저축이 다소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방식이 나름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20개월, 그리고 다시 또 20개월이 지나면서 나의 통장에는 원금과 이자가 쌓여 꽤 많은 돈이 모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이 시기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별 다른 생각이 없었기에 우직하게 시드머니를 모을 수 있기도 했다.

 

나는 신기할 정도로 주식 투자도, 부동산 투자도, 그 어떤 재테크도 관심이 없었다. 입사 2, 3년차가 되어가며 입사 동기들이나 친구들이 조금씩 주식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고는 했다. 뉴스에서 알 수 없는 금융 용어들을 한 귀로 흘리며 나는 다짐하고는 했다.

 

 

술자리에서 돈, 돈 이야기나 하는 그렇고 그런
뻔한 아저씨가 되지는 말자 

 

브런치 글 이미지 2

 

(다음 편에 이어서)

 

 

 


댓글


탑슈크란user-level-chip
25. 07. 30. 05:24N

소설 같은 형식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경제적 자유 성공기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어제의게시글TOP5user-level-chip
25. 07. 30. 08:14N

안녕하세요. 킴우스님!
좋은 글을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킴우스님의 글을 인기글로 지정하였습니다.

-월부 커뮤니티 운영진 드림-
어제의 인기글도 보고 싶다면? 👉 https://weolbu.com/community?tab=100144&subTab=111

주아팬더user-level-chip
25. 07. 30. 09:29N

와 소설같은 재테크 이야기 정말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연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