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상세페이지 상단 배너
전문가칼럼

[손주부 칼럼] 비트팜스는 또 다른 아이렌이 될 수 있을까?

11시간 전

비트팜스, AI의 꿈을 꾸는 암호화폐 채굴 회사의 험난한 여정

 

출처 : 한경 글로벌 마켓
출처 : 한경 글로벌 마켓

 

 

2025년 10월, 국내 서학개미들의 투자 레이더에 흥미로운 종목 하나가 포착되었습니다. 바로 '비트팜스(BITF)'입니다. 이 기업은 본래 비트코인 채굴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며, 막대한 규모의 컴퓨팅 시설을 운영해 온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학개미들이 이 종목에 주목한 이유는, 비트팜스가 기존의 비트코인 채굴업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화려한 'AI 데이터센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업종 피벗(Pivot)' 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한 차례 성공 사례를 남긴 바 있습니다. 경쟁 채굴 업체인 '아이렌(IREN)'이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며,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AI 연산용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는 올해에만 무려 462%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아이렌의 성공은 '채굴 기업도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냈고, 투자자들은 비트팜스에서 '제2의 아이렌'을 발견하고자 한 것입니다.

 

비트팜스 역시 이러한 시장의 기대를 등에 업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축적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 관리 및 고성능 컴퓨팅 시설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대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이렌과 비트팜스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치명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본업의 수익성'입니다. 아이렌은 본업인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서 연간 약 86백만 달러(약 1,200억 원)의 견조한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즉,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라는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한 '우량 기업'입니다.

 

반면, 비트팜스의 재무제표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비트팜스는 공교롭게도 아이렌의 순이익과 정확히 같은 금액인 연간 86백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본업에서조차 막대한 적자를 내며 현금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초기 투자비가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비트팜스에게는 내부 잉여 현금이 부족했고,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회사는 이 중대한 변곡점에서 5억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적자 기업이 일반적인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전환사채는 당장 지급해야 할 이자(쿠폰 금리)를 매우 낮게 설정하는 대신, 먼 훗날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자 부담 없이 거액을 조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잠재적인 '주식 가치 희석'이라는 폭탄을 안기는 셈입니다.

비트팜스 경영진도 이러한 지분 희석 리스크를 인지하고, '캡콜(Capped Call) 거래'라는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파생상품 계약으로, 주가가 특정 가격에 도달할 때까지는 회사가 주식을 새로 발행하지 않고 기존 주식을 매입해 채권자에게 전달함으로써 희석을 방어하는 복잡한 금융 기법입니다. 비트팜스의 경우, 이 캡콜 상한선이 주당 11.88달러로 설정되었습니다. 즉, 주가가 11.88달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주식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방어막은 아닙니다. 만약 비트팜스의 AI 전환이 시장의 기대처럼 '대성공'을 거두어 주가가 11.88달러를 훌쩍 넘어서게 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주식 희석이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더 큰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자체가 이미 '레드 오션'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GCP) 같은 거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후발주자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 전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인 오라클(Oracle)조차 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14%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에 실망감을 안기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비트팜스의 펜실베이니아 데이터센터는 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실제 의미 있는 매출은 2027년부터 발생할 전망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비트팜스의 AI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시 연간 약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라클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런 시장 지위가 없는 후발주자인 비트팜스가 14%의 이익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현실적으로는 10% 초반대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됩니다. 5억 달러 매출에 10%의 이익률은 5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으로, 5억 달러의 자본을 투입한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숨겨진 복병이 존재합니다. 바로 '전력 병목 현상'과 '칩 교체 주기'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의 속도를 가로막는 궁극적인 병목 현상(Ultimate Bottleneck)으로 '전력'을 지목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속도를 기존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즉 '전력 대비 성능'이 좋은 인공지능 칩(NVIDIA의 B200 등)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The Blackwell B200 GPU.
엔비디아의 블랙웰 

 

이는 AI 칩의 교체 주기를 비정상적으로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2026년에 최신 칩으로 데이터센터를 완공하더라도, 2028년에 전력 효율이 2배 더 좋은 칩이 나오면 기존 칩은 '전기 먹는 하마'로 전락해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막대한 자본력으로 2~3년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칩을 교체해야 하는 '끝없는 자본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다.

 

비트팜스는 본업에서도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7년 이후 다가올 이 칩 교체 사이클을 감당할 자금이 없습니다. 결국 칩 교체를 위해 또다시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와 같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적으로 비트팜스가 AI 기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하기 위한 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해 보입니다. 이 모든 난관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벗어나려는 '본업'에 있습니다. 만약 2026년경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면, 비트팜스의 채굴 사업은 즉시 막대한 흑자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 현금 흐름은 AI 데이터센터의 칩 교체 주기를 감당할 재원이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현재 보유 중인 1,166 BTC(현 시세 약 1억 3천만 달러)의 가치 역시 급등하여 훌륭한 자본 완충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비트팜스는 AI라는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그 속은 '비트코인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변수에 모든 명운이 걸린, 매우 위험도가 높은 '레버리지 투자처'로 보입니다.

 


댓글


탑슈크란
11시간 전

Bitfarms의 전환 후 도전 과제가 만만치가 않네요. AI DC의 장미빛 전망과 숨어 있는 위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커뮤니티 상세페이지 하단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