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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후기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독서후기 [꽃사슴11]

25.10.24

 

 

발행 날짜 : 2024년 12월 23일

읽은 날짜 : 2025년 10월 22-23

핵심 키워드 3가지 뽑아보기 : #상실과애도 #법의학자역할 #자연의섭리

도서를 읽고 내 점수는 (10점 만점에 ~ 몇 점?) : 100점

 

 

1. 저자 및 도서 소개

: 1998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법의학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국과수에 파견된 첫날부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사건’ 등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대형 참사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이후로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은 대형 참사 현장 수습에 발벗고 나섰다. 또한 수사기관의 잘못으로 애꿎은 시민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약촌오거리 사건’ 등의 재심 과정에서 법의학자로서 진실을 밝히는 증언을 하여 피해자들이 누명을 벗고 재심에서 승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핬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약 4천여 건의 시신을 부검하며 법의학자로서 억울한 망자들의 마지막 대변인들이 되어주고 있다.

 

 

2. 내용 및 줄거리

[1부]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

법의학자는 때로는 죽은 이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아무런 항변도 호소도 할 수 없는 망자의 옆에 우리가 서 있을 것이다.

: 그렇게 망자가 되신 분들에 대해 깊은 애도와 예우를 갖추며 부검을 하는데, 억울한 죽음이 너무 많다. 고인이 말이 없다고 해서 그를 둘러싼 이런 저런 가짜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불의를 지나칠 수 없는 법의학자들은 고인의 변호사가 되어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증상을 그대로 볼 것. 선입견과 산 자의 말을 철저히 배제하고 볼 것.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수영을 제일 잘하는 사람도,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도 아니다. 단 하나의 정답은 ‘물에 빠진 아이를 가장 먼저 본 사람’이다. 우리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뛰어들어야 한다.

: 죽음이 닥치기 전에, 물에 빠진 이웃을 보았다면 손을 건네줄 줄 아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 무언가를 잘해서, 뛰어나서, 가 아니라. 그저, 발견했으니까. 큰 도움이건 작은 도움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관심과 정이 한 사람, 아니 그의 세계를 구한다. 

 

죽음 앞에서 유족들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 

: 안 그래도 마음이 힘든 유족들은, 가족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위장타살을 해명해야 하고, 죽은자의 누명을 벗겨 줘야 할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기댈 데가 없다. 경찰도 의료진도 하나같이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럴 때 (정신이 똑바로 박힌) 법의학자가 사건의 전말부터 시신의 상태까지 요목조목 설명을 해준다면 그 간극을 메워줄 수 있고 그때서야 사랑하는 가족들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을까? 

 

 

[2부]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

부검을 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죽음, 그 진실을 밝히는 데서 끝나는 일이 아니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문제를 찾아내는 것, 그래서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 거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법의학자가 부검을 진행하다 보면 죽기 직전까지 그가 맞닥뜨린 사건들과 정황을 마주하는데, 살아남은 자들은 그의 희생을 통해 위험 요인과 방지책을 배울 수 있다. 그렇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 여전히 산 자와 연결이 되어 있다. 그 얻어낸 정보를 감정이 격해진 고인에 전달하는 역할, 의사 및 경찰에게 냉철하게 지적하는 역할이 바로 법의학자의 역할이라고 한다. 그래서 Know-how보다는 Know-who를 강조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작가님이다. 분명히 팩트만 전달해야 하는 상황들도 있겠지만, 고인으로부터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면 고인에 대한 예절을 갖추고 유족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상실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는 매뉴얼대로 일을 처리하기에 앞서, 그들의 마음을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 고인보다는 유족의 감정과 민낯을 훨씬 더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법의학자로서, 의료진의 역할은 유족이나 환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진정을 시키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환자는 진단을 받거나 시한부를 선고 받은 날부터 뒤숭숭한 마음과 무지한 상태에서 오는 무기력으로 시작하기에, 진정으로 치유와 치료를 해내기 위해서는 모두의 여유와 너그러움과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 누구나 죽음을 겪기에, 비극의 극단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루하루 의미를 찾고 조금이라도 행복을 찾기를 제안한다. ‘살아남으려고’ 가 아닌, ‘산 날을 가치있게 하기 위해'…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 구조와 관련한 통탄스러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구조하는 사람 즉 119 구급대원 또는 세월호 참사에서 생명을 내놓고 구조하던 다이버들. 그들은 사람을 살려도 책임이고 죽게 해도 책임이다. 선한 마음에서 험한 꼴을 다 보며 봉사를 해도, 구조율이나 해결이 100%가 될 수는 없다. 고인의 운명이 거기까지 닿았을 뿐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저 기꺼이 뛰어든 사람에 대한 경의가 필요한 세상이다. 그것이 지혜라는 것이다. 자꾸만 책임 전가와 처벌에 혈안되어 있다면 이 사회는 점점 더 병들어 갈 것이다. 왜?

 

인명 피해가 예상됨에도 먼저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뒤로 물러나 자기 안위를 먼저 챙기도록 만드는 사회, 가장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 중 희생양을 찾도록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아무도 용기내어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부]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가장 마지막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다.

: 고인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운 예우과 경의는 기억해주는 것. 

 

 

처벌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처벌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을 단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법의학이 제대로 안착된 나라에서는 사망 사건에 접근할 때 누가 죽였는가를 먼저 찾지 않는다. 예방이 가능한 사건이었는가를 먼저 파악한다. 

: 처벌과 강경대응, 보상에 혈안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현격하게 차이나는 호주의 사건 대응방식. 그들은 ‘구조’를 본다. ‘설계’를 본다. 무엇이 ‘미숙한 인간’을 실수하게 만들었는가? 어떻게 하면 ‘미숙덩어리인 인간’이 조금이라도 이탈 없이 해낼 수 있을까? 즉, 실수와 미숙함에 대해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완벽을 추구한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미성숙하다. 이런 책이 널리널리 알려져서 인간이 취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인 ’죽음과 실수'에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떠난 이를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삶이 슬픔에 잠식되어 피폐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이 그리 길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할 시간 역시 생각처럼 길지만은 않다는 것도.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다만 언제 죽을지를 알 수 없을 뿐. 불확실한 죽음의 달력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중심이 되어 사는 것. 단 나를 둘러싼 것들에 관대할 것’이다. 사는 동안 내 삶의 주인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어야 한다.

: 고인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과 기억해주려는 마음을 유지하되, 나의 삶 또한 챙겨야 한다. 슬픔을 억지로 이겨낼 필요는 없지만 충분히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감정까지 오롯이 느끼면서 살아있음을 느끼자. 우리 또한 그들의 곁으로 갈 날이 올 것이다. 남은 여생을 잘 살고, 그렇게 또 잘 떠나면 될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가장 약한 부분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재해든 인재든 언제나 가난한 이들, 사회에서 소외받은 이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희생과 비극은 결국 사회 전체로 번진다. 

“나뭇잎은 바람에 흩날려도 서로 간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불편한 사람들 모두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들이 우리 삶에 한 톨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서로 존중하고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서로 상처와 미움과 질타로 뒤섞인 세상보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 앞에서 고마움과 배려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자.

 

 

4. 이 책에서 얻은 것과 알게 된 점 그리고 느낀 점

-죽음에 대한 해석-

인생책 TOP 3에 들게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겸허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지점들도 많았다.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있다면 세금과 죽음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벗고, 오히려 담담해지면서 하루하루에 더 충실하게 될 것 같다. 큰 일이 닥쳐도, 작은 행복한 일이 있어도 매일이 의미 있는 하루들이 될 것 같다. ‘죽기 싫어서’ 발버둥 치는 건 없다, ‘죽기에 앞서’ 여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것이다. 또한, 나의 죽음 뿐 아니라 가족의 죽음 앞에도 이런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오늘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어떤 표정을 지어줄 것인가. 그가 떠나가면서 나에게 남겨줄 것은 어떤 것들일까 를 떠올리면서… (따흑 ㅠ 쓰다보니 슬프다)

 

-실수에 대한 해석-

더불어, 날카롭게 병들어 버린 사회에 대한 지적이 너무 정확하면서도 따뜻해서 좋았다. 우리 한국 사회는 ‘책임’ 과 ‘처벌’ ‘보상’과 같은 결과적인 부분에 상당히 혈안되어 있다. 누구의 탓인가? 그 ‘사람’은 어떻게 속죄할 것인가? 어떻게 그 사람을 사회적으로 처벌할 것인가? 피해자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자칫하다가는, ‘100억 원을 배상했다’라는 가짜 기사를 내는 것이 궁극의 솔루션이 될 것만 같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그것이 본질이 아닌데 말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딩에 실수가 생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도 하루에 자잘한 실수 10개 이상씩은 하고 사니까.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속마음 기저에는 ‘그래서, 어떻게 해줄건데?’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예방 조치를 할 것인가’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데, 누가 이딴 일을 만들어서 고객사에게 얼굴을 민망하게 했느냐 가 주가 되면 안되는데 말이다.. 이 세상의 의료진들, 구급대원들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순간 판단으로 어떤 결과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건 그 일의 수많은 운명과 필연 중 하나일 뿐, ‘사람’의 책임이 아닌 것이라고 한다.

 

 

5. 연관 지어 읽어 볼만한 책 한 권을 뽑는다면?

: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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