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너무 비싼거 아니에요?

26.01.06

안녕하세요 선생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마이크론은 사이클을 타서 peg 값이 허상이라는 이야기를 인공지능이 하던데 이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마이크론을 사도 될까요?) 경제적 해자 측면에서도 삼전, sk하이닉스랑 경쟁 중인데, 매수가 굉장히 고민됩니다. 

 

 

안녕하세요, 손주부입니다. 용기 내어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을 보니 마이크론 매수를 두고 고민이 깊으신 것 같네요. 말씀하신 'PEG의 허상'과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드립니다.

 

1. 과거의 공식 vs 현재의 변화 

말씀하신 대로 과거 메모리 반도체 투자의 정석은 "PER(PEG)가 낮을 때 팔고, 높을 때 사는 것"이었습니다. 업황이 좋아 순이익이 폭발하면 PER(PEG)가 낮아지는데, 이때가 보통 사이클의 고점이었습니다. 반대로 업황이 최악이라 이익이 급감해 PER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가 바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을 '과거의 사이클 공식이 깨지는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메모리 기업들이 HBM4를 기점으로 단순 메모리 제조사가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앞으로 HBM4 메모리부터는 일반재(Commodity)에서 특수재(Specialty)로 취급받기 때문입니다.

과거 메모리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창고에 쌓아두고 파는 '일반재(Commodity)'였습니다. (Free 사이즈 흰색 티셔츠)

 

미래 (HBM4 이후)에는 고객의 주문을 먼저 받고 생산하는 '수주형 특수재(Specialty)'로 바뀝니다. (고객 맞춤형 정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재인 흰색 면티와 특수재인 맞춤형 정장

 

이로 인해 공급 과잉 우려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주문을 받고 만들기 때문이지요. 맞춤 정장 업체가 재고 고민을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6~2030년 Capex 투자로 공급이 2배가량 늘더라도, 폭발하는 AI(데이터센터, 로봇, 자율주행, UAM-에어택시, 온디바이스 AI, 엣지 서버, IoT)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공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과대 공급으로 메모리 회사들이 힘들었던 두 차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미래에는 3사가 물량 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HBM은 여러 개 칩을 쌓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DRAM 생산라인 3개를 잡아먹습니다.  

 

3. 비탄력적인 수요 (가격 결정권이 메모리 회사에게로) 

과거 PC나 스마트폰 시장은 가격에 민감했습니다. (가격 탄력적)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이 AI 패권 경쟁 중입니다. 칩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구매를 미루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GPU나 HBM은 '가격 비탄력적'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메모리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을 강화시킵니다. 

서로 견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4. 3사의 경제적 해자와 공존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시장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Zero-sum)이 아니라 모두가 성장하는 윈윈(Win-Win) 구조가 예상됩니다. 엔비디아나 AMD, 브로드컴도, 한 개의 벤더로부터 납품받는 리스크를 원치 않습니다. 다양한 벤더로부터 받아야 가격 협상력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 3사는 각자 다른 특성을 지닙니다. 

 

마이크론: 경쟁사 대비 약 30% 우수한 전력 효율을 핵심 해자로 내세웁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이 이슈가 되는 만큼, 마이크론 칩에 대한 니치 수요는 꾸준할 것 같습니다.

 

SK하이닉스: 안정적인 기술(MR-MUF)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수율과 대량 양산 능력이 강점입니다. HBM4도 무리하지 않고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턴키 전략(한 공장에서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한큐에 해결)과 차세대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에 과감히 투자해서, 역전극을 준비 중입니다. 다른 회사보다 앞선 준비를 통해 다음 세대(HBM4 이후)의 주도권 탈환을 노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단순한 사이클의 고점이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초입 구간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주로 학습한 것들은 텍스트 위주였는데, 휴머노이드 시대가 개화하는 2026년부터는 멀티모달 학습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해입니다. 텍스트뿐만이 아니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학습하고 추론할 칩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각해 보시면,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은 저장 용량으로 1 메가바이트도 되지 않지만,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30분짜리 영상으로 만들면 500 메가바이트에 달하게 되니까요. 무려 용량이 500배 이상 증가하게 됩니다.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고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해 주시고 함께 토론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고, 집단 지성이 형성되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었습니다. (역시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갑니다 ㅠㅠ) 

 

올 한해도 좋은 일 많이 생기시고 집 안에 행복과 웃음이 넘쳐나시길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손주부 드림 

 

 


댓글


탑슈크란
26.01.06 18:59

AI 발전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시장이 너무 커져 한 회사가 독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도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온토리
26.01.07 01:19

급변하는 시대에 지식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챈쓰
26.01.07 05:29

좋은 글 공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