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상징하던 '천만'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기록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2026년 1월 기준, 서울의 인구는 929만명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5년간 줄어든 인구는 32만명으로
부산 해운대구 전체 인구와 맞먹는 사람들이 서울을 떠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히 ‘탈서울이다’ 혹은
‘서울은 끝이다’로 말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동네마다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제각각이고 다양한 상황들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지역은 낡은 환경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가고,
어떤 지역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지난 5년간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크게 감소한
상위 10개 지역들을 10위부터 1위까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몇 명이 줄었느냐'는 숫자보다 전체 인구 중에서
감소한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해당하는 인구 감소율로 정리했고
해당 지역의 인구 상황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의미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구 감소율 상위권을 차지한 지역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와 정비 사업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은평구는 고양 지축, 삼송 등 서울 경계와 맞닿은 경기도 지역의 대규모 신축 주거 단지에 수요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서울내 노후된 주택에 사느니, 지하철 한두 정거장 거리의 경기도 신축 아파트를 선택합니다. 주거 환경의 압도적인 격차가 3040 세대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강서구는 마곡지구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화곡동 등 노후 빌라 밀집 지역이 전세 사기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젊은 층의 주거 기피 지역으로 전락한 영향이 큽니다. 마곡의 고소득 직장인들은 단지 내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반면,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젊은 층은 안전한 주거를 찾아 경기도 신도시로 이동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G밸리 등 풍부한 IT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거 환경의 쾌적성이 떨어져 젊은 근로자들이 인근 광명이나 부천의 신축 단지로 거주지를 옮기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구로와 금천 지역은 외국인 자본의 유입이 활발하며, 인구 구조의 다변화 과정에서 내국인 인구의 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성수동 일대에서 발생한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인구 감소의 주요한 원인입니다. 주거용 건물이 트렌디한 카페, 팝업 스토어, 오피스 등 상업 시설로 전환되면서 임대료가 폭등했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기존 주민들이 주변 지역이나 경기도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의 가치는 상승하지만 거주 인구는 줄어드는 도시 재생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 젠트리피케이션 :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양천구의 인구 유출은 목동 학원가라는 특수한 교육 환경과 밀접합니다. 압도적인 학군지라는 이유로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유입되지만, 자녀의 진학이나 교육 주기가 끝나면 40년 가까운 노후 아파트를 떠나 신축 단지나 서울 외곽으로 이주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교육을 위한 '한시적 거주' 성격이 강해지면서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여 낮에는 붐비지만 밤에는 인구가 빠져나가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역사 도심 보존을 위한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 주택 공급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존 주거지가 상업 시설로 전환되면서 주거지로서의 정체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노원구는 절대적인 인구 감소 수(36,000명)에서 서울 내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980년대 대규모 택지 개발로 조성된 아파트 중심 도시이나, 현재 전체 아파트의 62%가 준공 30년을 넘겼습니다. 배관 노후, 층간 소음 등을 견디다 못한 거주자들이 다산·왕숙 등 남양주 신도시로 대거 이동합니다. 다만 창동역세권 개발과 GTX-C 노선 등 대형 호재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지역은 노후화된 주거 환경과 신축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경사가 많고 협소한 골목길 등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젊은 층 유입이 낮고, '노후 도시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울 행정구역' 자체가 프리미엄이었으나, 최근 경기도 의정부 등에 대규모 신축과 우수한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서울을 떠나 경기 북부 신도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용산구는 서울 내 유일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역의 쇠퇴가 아닌, 대규모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 따른 영향으로 봐야야 합니다. 한남뉴타운으로 대표되는 거대 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거주자들의 대거 이주가 발생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2030년대 국제업무지구와 한강변 정비가 마무리되면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구역명 | 현재 단계 | 주요 활동 내용 | 향후 전망 |
|---|---|---|---|
한남3구역 | 이주 완료 및 철거 중 | 펜스 설치, 지장물 이설, 건축 공사 준비 | 2029년 준공 및 입주 예정 |
한남2구역 | 이주 개시 (2025.11) | 거주자 보상 및 이주 안내 실시 | 용산 내 주거 랜드마크화 |
한남4·5구역 | 사업시행인가 단계 | 설계 및 기반시설 확보 계획 수립 | 한강변 고급 주거지 완성 |
서울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강동구(+8.6%)와 강남구(+3.4%)는 오히려 인구가 늘었습니다.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특징 및 이유 : 입지만큼은 아니어도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것은 ‘양질의 신축 공급’입니다. 강동구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가 입주하며 수만 명을 흡수했고, 강남구 역시 개포동 일대가 거대 브랜드 타운으로 재탄생하며 고소득 가구를 끌어모았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이 공급되는 곳으로 인구는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낡고 불편한 집이라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이른바 몸테크가 당연시되었습니다. 녹물이 나오고 주차 전쟁을 치러도 "서울에 등기를 쳤다"는 확신이 모든 불편을 이기게 했습니다. 물론, 서울이라는 땅이 가진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3040 세대는 합리적인 선택을 내립니다. 인근 경기도의 고양 지축, 남양주 다산, 의정부 등 신도시가 쾌적한 주거 환경과 신축 아파트라는 이유로 서울의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민들은 녹물이 나오는 서울의 구축 아파트보다, GTX를 타고 30분 만에 도달하더라도 주차 걱정 없고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경기도의 신축 아파트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구 감소율 상위권을 차지한 자치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용산구와 같이 대규모 정비 사업을 통해 부활을 준비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노원구나 도봉구처럼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안고 있는 지역도 있습니다.
향후 서울의 인구 지도는 직주근접과 신축 공급이라는 두가지에 따라 재편될 것입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창동 역세권 개발,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확충 완료 후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는 2030년대 초반에는 서울의 인구 구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마주해야만 하는 팩트는 서울에 더 이상 새로운 집을 지을 '빈 땅'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경기도는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고 논밭을 메울 공간이 있지만, 서울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이제 서울에서 공급되는 모든 신축 아파트는 낡은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정비 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서울을 떠난 이들이 경기도에서 주거의 질을 높였듯이, 서울 또한 정비 사업을 통해 다시금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살고 싶은 도시'로 변모해야 합니다. 결국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과 미래는 재개발·재건축이라는 필연적인 과정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완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서울이라는 입지가 가진 상징적 가치와 자산으로서의 안정성은 여전히 강력한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번 글 내용을 통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서울이 아닌 신축 아파트가 주는 삶의 쾌적함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서울이라는 명분에 갇혀 노후된 환경을 버티는 몸테크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서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수요에 발맞춘 과감한 공급과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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