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잘하는 선배가 추천해줬어요. 든든합니다."
계약 자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 친구가 조금 안쓰러웠다.
틀린 선택을 한 게 아니었다. 그냥, 믿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니까.
나는 아파트를 팔았다.
더 좋은 자산으로 갈아타고 싶었고, 빨리 팔기 위해 최저가로 내놨다.
연락이 왔는데, 확인해보니 매수자는 나와 동갑내기였다.
계약당일 부동산에 미리가서 계약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온 매수자. 같이 온 어른이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그 어른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호재 이야기, 근처에 집 3채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부동산 전문가라는 이야기. 그리고 따뜻한 덕담.
그 친구는 그 자리가 든든했을 것이다.
잘 아는 선배가 함께해줬으니까.
그때가 2023년이었다. 전국 집값이 조용히 바닥을 찍던 시간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파는 집이 늦게 오르는 집이라는 걸.
그래서 최저가로 내놨고, 빠르게 팔고 더 좋은 곳으로 갔다.
결과적으로, 그 집의 수익은 지금까지도 거의 0원이다.

그 친구는 아마 가진 돈으로 훨씬 좋은 입지, 더 나은 미래 가치를 가진 곳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그 당시에 1억정도 되는 돈으로 이런집을 샀더라면 수익이 2억정도 되었을 터였다.
같이 온 그 어른도 아마 진심이었겠지만 부동산을 잘 몰랐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
매도자 입장에서 "이 집 별로예요"라고 말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계약을 깨는 일이었고, 내 역할 밖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때 그 친구에게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다.
당신이 그 친구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솔직히, 이해된다.
부동산은 금액이 크고, 한 번 잘못되면 타격이 크다. 무섭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잘 아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그게 선배일 수도 있고, 부모님일 수도 있고, 유튜브 전문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내 통장 잔고, 내 대출 여력,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을 나보다 잘 알지는 못한다.
결국 내 인생의 결정은, 내가 가장 잘 내릴 수 있다.
세 단계가 있는데, 순서가 중요하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사람들이 꼭 막히는 지점이 있다.
1단계. 예산 — "주식을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고민, 다들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근데 이 질문에 먼저 답하려고 하면 영원히 결론이 안 난다.
순서가 반대다.
집을 먼저 찾아야 한다.
내 예산으로 어떤 집을 살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난다.
"이 정도 집이면 주식에서 돈 빼서 살 만하다" 혹은 "아직 아니다."
집을 보기 전엔 그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는 거다.
2단계. 집 찾기 — 아는 동네에서만 찾지 말 것
사람들은 보통 살던 동네, 직장 근처, 익숙한 지역에서만 집을 찾는다.
당연한 심리다. 근데 그 범위 안에서만 보면, 선택지가 처음부터 좁아져 있는 거다.
조금만 반경을 넓혀보면 같은 돈으로 입지가 더 좋은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회는 보통 내가 모르는 동네에 있다.
3단계. 계약 — 체크리스트 없이 도장 찍지 말 것
권리관계, 특약사항, 실거래가 확인. 귀찮아도 이것만큼은 직접 해야 한다.
이 단계를 남한테 맡기면, 결국 계약서에 내 도장만 찍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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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갑내기 친구, 지금쯤 뭔가를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좋은 조언자를 곁에 두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한 가지만 확인하자.
그 사람이 한 번 운 좋았던 사람인지, 꾸준히 결과를 내온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 결정은 언제나 내가 납득한 상태에서 내려야 한다.
공부는 나를 지키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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