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설명력을 읽고 [멤생이]

26.03.21

우연히 집어든 책이 내 말하기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사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으려 했던 건 아니다. 원래는 1분 전달력을 읽으려고 밀리의 서재를 뒤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대신 눈에 들어온 게 1분 설명력이었다. 비슷한 맥락이겠지 하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펼쳤을 뿐인데, 결과적으로는 이 우연이 꽤 좋은 선택이 되었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다 읽고 나서는 내가 평소에 얼마나 설명을 못하고 있었는지를 절감하게 된 책이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주위를 행복하게 한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가 던진 이 한마디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처음에는 조금 과장이 아닌가 싶었다. 설명을 잘하는 것과 행복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답답함의 상당 부분이 설명과 관련되어 있다.

 

 

회의에서 누군가가 요점 없이 5분, 10분씩 이야기할 때의 그 지루함. 친구가 근황을 물었는데 그냥 뭐 별일 없어라고밖에 말하지 못할 때의 그 민망함. 내가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말로 풀어내지 못해서 묻혀버릴 때의 그 억울함. 이 모든 순간에 설명력이라는 하나의 능력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주변에 말을 참 잘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 사람들은 복잡한 이야기도 쉽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듣고 나면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올라간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주위를 행복하게 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설명에 필요한 세 가지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꼽으라면, 바로 설명의 세 가지 조건이다.

첫 번째는 시간 감각이다. 저자는 설명의 적정 시간을 약 1분 내외로 잡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솔직히 놀랐다. 1분이면 정말 짧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우리는 자기 이야기에 빠져서 3분, 5분씩 쏟아내지만, 듣는 사람의 뇌는 이미 1분 즈음에서 핵심이 뭔데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1분 안에 설명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요약 능력이다. 시간 감각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1분 안에 말하려면, 당연히 요약을 잘해야 한다. 열 가지 말하고 싶은 것 중에서 진짜 중요한 세 가지만 골라내는 능력. 이것이 요약 능력이다. 저자는 핵심을 세 가지로 추리는 연습을 강조하는데, 이 숫자가 절묘하다고 느꼈다. 두 가지는 너무 단순하고, 네 가지 이상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세 가지는 구조감을 주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딱 적절한 숫자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예시 능력이다. 아무리 요약을 잘해도, 추상적인 말만 늘어놓으면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고객 중심으로 일해야 합니다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지난주에 고객이 이런 불만을 접수했는데 이렇게 대응했더니 오히려 단골이 되었습니다라고 한 번 말하는 게 훨씬 강력하다. 구체적인 예시 하나가 열 마디의 설명을 이긴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점 중 하나다.

 

 

설명의 4단계 구조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었던 부분은 설명의 구조를 명확하게 제시해준 것이다.

1단계는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하고 결론부터 던지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하고 궁금해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이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단계는 핵심은 이것입니다, 하고 세 가지로 요약하는 것이다. 결론을 던졌으면, 그다음은 뼈대를 세운다.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핵심 포인트를 세 가지로 나누어 전달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지금 체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는 신뢰를 갖게 된다.

3단계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하고 예시를 드는 것이다. 앞서 세 가지로 요약한 핵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혹은 상대방이 와닿을 만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풀어준다. 이 단계가 빠지면 설명이 공허해지고, 이 단계가 있으면 설명이 생생해진다. 말하자면,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이다.

4단계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처음과 끝에 들은 것을 가장 잘 기억한다고 하는데, 이 마무리 정리가 바로 끝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깔끔하게 정리해주면, 듣는 사람은 알겠다는 느낌과 함께 만족감을 느낀다.

 

 

이 네 단계가 대단히 복잡한 기술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이게 다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이 구조를 의식하면서 말해보면, 평소의 설명과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단순한 것이 강력한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근황 토크에도 설명력이 필요하다

 

 

책에서 의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근황을 이야기할 때도 설명력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누군가가 요즘 어때 하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바빠 또는 별일 없어라고 대답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근황이라는 건, 사실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지난 한 주, 두 주, 한 달을 돌아보고,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를 떠올려서 이야기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요즘 어때라는 질문에 바빠라고 답하는 대신, 지난주에 처음으로 새벽에 한강을 달렸는데 해 뜨기 직전의 하늘 색이 진짜 말로 표현이 안 되더라 그래서 요즘 아침 러닝에 빠졌어라고 답하면 어떨까. 듣는 사람은 단순히 이 사람 요즘 러닝하는구나를 넘어서,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고, 그 사람의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는 이런 순간적인 예시 떠올리기를 일종의 순발력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순발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자기 생활을 의식적으로 돌아보는 습관에서 나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매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뭐였지 하고 한 번만 생각해봐도, 누군가에게 근황을 이야기할 때 훨씬 풍부하고 생생한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읽고 나서 달라진 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장 거창한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하려 할 때,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멈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이 뭐지, 한마디로 말하면 뭐라고 할 수 있지, 구체적인 예시를 하나 들 수 있을까. 이 세 가지 질문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돌려보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자연스럽진 않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이 구조를 따라가면 확실히 전보다 정리된 말이 나온다는 걸 느낀다.

 

 

마무리하며

1분 설명력은 화려한 말솜씨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군더더기를 빼고, 핵심만 남기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어찌 보면 지극히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본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기본을 갖추었을 때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이 책은 아주 잘 보여준다.

원래 읽으려던 책이 아니었기에 기대도 없었는데, 오히려 기대가 없었던 만큼 더 큰 만족을 안겨준 책이었다. 설명이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그 배려가 쌓이면 신뢰가 되고, 신뢰가 쌓이면 관계가 된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일이 있을 때, 이 책에서 배운 구조를 하나씩 실천해보려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말을 잘하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안내서다. 핵심 세 가지는 시간 감각, 요약 능력, 예시 능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세 가지를 1분이라는 시간 안에 녹여내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주위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은 누구나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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