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

26.03.25 (수정됨)

나의 볼 리프팅, 그리고 단단해지는 발걸음

 

1. 본질과 기본: 가장 밑바닥, 기본기의 힘

손웅정 감독은 아들 손흥민이 프로에 데뷔하기 전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슈팅 연습 대신 '볼 리프팅' 같은 기초 훈련에만 매진하게 했다고 한다. 화려한 기술이나 당장의 성과보다 탄탄한 기본이 먼저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레 나의 일상, 그리고 최근 나의 가장 큰 화두인 '투자'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일상에서 볼 리프팅처럼 가장 밑바닥이 되는 나만의 기본기는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첫 1호기 투자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에 봐두었던 앞마당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한창 임장 중이던 지역마저 규제지역으로 지정될까 봐 마음이 덜컥 조급해졌었다. 매물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었고, 주변 상급지의 대규모 입주장으로 이전 전세가는 저렴하게 눌려 있어 투자금이 많이 들었다. 다행히 주인전세로 셋팅 가능한 선호 생활권의 로열동, 로열층, 특올수리 매물을 좋은 가격대로 투자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꽤 괜찮은 투자를 했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찝찝함이 남았다. 1개의 앞마당만 만들어서 다른 앞마당과 '비교평가를 생략했는데,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나는 정말 잘한 투자를 한 걸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나는 다가오는 5~6월, 다른 비규제지역들을 다시 임장하고 임장 보고서를 쓰며 뒤늦게나마 나의 투자를 복기해 볼 예정이다. 나에게 투자의 기본이란 원칙대로 임장하고, 보고서를 쓰고, 분석하며 비교평가하는 그 일련의 담담한 프로세스다. 그 기본을 놓치는 순간, 외부의 작은 노이즈에도 얄팍하게 흔들리고 만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2. 삶의 태도: 단순할수록 풍요롭다

손 감독의 삶은 단순하다. 인맥 관리나 유흥 대신 오직 축구, 독서, 운동에만 집중하며 극도로 단순한 일상을 유지한다.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낼수록 본질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그의 말은, 평소 걱정과 불안을 이고 지고 사는 나에게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나는 원래도 불안이 많고 생각이 꼬리를 무는 편이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투자를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그 막연했던 불안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 같았으면 안 되면 어쩌나 무작정 전전긍긍했을 텐데, 이제는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플랜을 세운다. 알고 대응할 방법을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걱정이라는 삶의 군더더기를 비워내는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방법은, 결국 걱정할 시간에 공부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3. 행복의 정의: 1등의 성공보다 중요한 나의 행복

"나는 흥민이가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승리’를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 그저 흥민이가 축구를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랐을 뿐이다."

 

결과에 매몰되어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이 구절은 꽤 인상적이었다. 처음 임장을 시작했을 때, 나는 참 많이 버거웠다. 임장 보고서를 척척 써내고 지역 분석을 날카롭게 해내는 조원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위축되곤 했다. 하지만 자체 임장으로 어느 순간 남들과의 비교를 내려놓고 오롯이 내 페이스에 맞춰 걷기 시작하자, 앞마당을 만들어가는 그 고된 과정 자체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임장을 가게 되면 그 지역의 낯선 성당에 들러 고요히 미사를 드리고 생활권의 거주민들을 관찰하며 동네 분위기를 느꼈다. 하루 종일 걷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동네 목욕탕에서 몸을 지졌다. 탕 안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정겹게 등을 밀어주며 나누었던 소소한 수다, 우연히 들어간 떡볶이 맛집에서 합석하게 된 열 살 많은 언니와 수다꽃을 피우다 내가 고마움의 표시로 커피를 대접했던 그 1시간의 따뜻함. 그리고 땀 흘린 임장 끝에 벌컥벌컥 마시는 차가운 포카리스웨트 한 병의 청량함까지.

 

그렇게 과정 속에서 소박한 기쁨들을 줍다 보니, 나는 어느새 진심으로 행복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벅차게 하는 행복은,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깨닳음으로 바뀌며 마음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도통 이해 가지 않던 내용들이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고, 내 스스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 지고 있다.

 

손웅정 감독이라는 위대한 아버지이자 코치의 철학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책 읽기가 내게 남긴 더 진한 여운은 독서토론 모임 분들과 따뜻한 위로와 도움, 그리고 인사이트를 교환했던 그 시간들에 있다. 책의 문장들을 거울삼아 나의 일상과 투자를 비추어 보고, 내면의 깊은 곳까지 곰곰이 들여다볼 수 있었기에 참으로 귀하고 꽉 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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