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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여보는#15] 나는 '뒤로 가는 선택'을 했다

15시간 전 (수정됨)

나는 조직에서 ‘뒤로 가는 선택을 했다.

 

2022년 겨울, 함께 일하던 상사가 예정보다 빠르게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가 떠나며 내게 남긴 말이 아직도 또렷하다.

 

“네 선택을 존중한다. 잘 될 거라 믿는다.

다만 조직 입장에서는 아쉬운 선택이네. 유능한 인재를 놓쳤으니.”

 

그는 나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조직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서장 자리는 공석이었고, 정기 인사 전까지 임시로 새로운 상사가 왔다.

과거 2년간 나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팀장님이었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그 역시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어떤 이유로 다른 방향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존중한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커리어는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지금 선택, 괜찮겠냐.”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 조직의 기준으로는 ‘뒤로 가는 선택’을 스스로 택했다.

 

 

시간이 흘렀다.

 

3년마다 이동하는 업무 특성상, 올해 나는 새로운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우연히도, 10년 전 첫 직장에서 만났던 선배와 같은 팀이 되었다.

 

약 10년 만의 재회였다.

 

선배는 과거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빠르게 승진하고, 좋은 부서를 거치며,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길을 가던 모습.

 

그래서였을까.

내 이름이 승진 명단에 오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의아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나를 보며 말했다.

 

“눈빛이 많이 달라졌네

뭔가 하나에 깊게 몰두한 사람 같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라 기시감이 스쳤다.

 

2022년 겨울, 그리고 그 다음 해 봄.

나를 걱정하던 두 상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증명하려 애썼던 그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만약 그 시간이 허투루 흘러갔다면

비슷한 말을 다시 들었을 때, 나는 아마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날 사로잡은 한 문장이 있었다.

 

“내면이 안정된 사람은 외부의 인정을 구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늘 확인받고 싶었다.

내 선택이 맞는지, 잘 가고 있는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며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책임을 나 스스로에게서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거울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가지 않을 길을 먼저 걸어갔고,

누군가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비추어줬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승진과 자리, 그리고 조직 안에서의 위치를 위해 분주히 달린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다. 이 직장 내에선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퇴직을 앞두고 여전히 생계를 고민하고 있는 선배들도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른다.

 

두 살이던 아이들은 어느새 여섯 살이 되어 유치원 버스를 타고 다닌다.

대출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나와 가족을 지켜낼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건

이제는 외부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이 편안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 모든 변화는,

그때의 ‘선택과 집중’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

 

투자도, 인생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속도 보다는 방향이고

주변의 말들에 의한 결정이 아닌

내 선택과 책임의 문제라는 것

 

나는 앞으로도

내 선택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생각이다.


댓글

경이남
16시간 전

와~ 숨죽여가며 읽었네요 글을 읽으며 부공경님은 정말 탄탄하게 잘 성장했구나 느꼈습니다 (원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ㅋㅋ) 한편으론 나는 떳떳하게 탄탄하다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확신있게 대답은 못하겠네요ㅎㅎ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합니다 항상 감사해유~~!!

별찌롱
15시간 전

경위님! 결국 버티게 만들어준 지금을 만든 힘..! 멋지십니다. 쉽지않은 선택이였을텐데 꾸준히 잘 해나가심이 목표를 달성한 경위님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항상 응원드립니다!! 화이팅이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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