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두 동네를 직접 걸어봤습니다.
첫 번째 동네는 지하철역에서 5분 이내, 역에서 가깝고 평지이지만 세대수가 적은 20평대 아파트입니다. 두 번째 동네는 대단지 30평대, 아파트 상가도 잘 되어 있고 살기 좋아 보이지만 역까지는 마을버스를 타야 합니다. 예산은 두 곳 다 닿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비교해봤습니다.
그런데 결론이 안 납니다.
‘구축이지만 ㅇㅇ구가 입지 좋은 곳이라고 하니 여기가 낫겠지. 근데 20평대라는 게 걸리네. 단지 규모도 작고 말이야'
'30평대 대단지면 살기도 좋고 수요도 있을 것 같아. 사장님도 이 단지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고. 그런데 입지가 좀 애매한가.'
이 고민,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지역을 다른 곳으로 옮겨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곳을 사자니 이미 많이 올랐고,
덜 오른 곳을 사자니 왜 덜 올랐는지가 찜찜합니다.
입지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고,
평수도 마냥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임장도 하고 앞마당도 어느 정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정 앞에 서면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가 아닙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결론이 안 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평형이나 신축 여부 말고,
진짜 봐야 할 것을 아직 못 봤기 때문입니다.
평형 자체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실제 시장을 보면 상급지 20평대가 외곽 30평대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도 있고, 덜 좋은 입지 30평대가 상급지 20평대를 끝내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형의 크기가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평형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변수는
사람들이 그 단지를 얼마나 원하는가,
즉 선호도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강남의 A고등학교가 경기도 B고등학교보다
서울대 합격자를 더 많이 낸다고 해서,
A학교 학생 모두가 B학교 학생보다
수능을 잘 보는 건 아닙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평형을 줄이더라도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상급지 20평대가 있고,
조금 외곽이더라도 생활 편의성이 좋아서
그쪽 30평대를 선택하는 수요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그 단지를 향한 수요의 크기가 다를 뿐입니다.
선호도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여기서 또 한 번 벽을 만납니다.
선호도는 눈에 보이는 수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10점 만점으로 매길 수도 없고,
단지마다 물어볼 때마다 답이 달라집니다.
어떤 전문가는 이 단지가 좋다 하고,
다른 전문가는 저 단지가 낫다고 합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입지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부동산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원칙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수요가 몰리고,
그 수요가 가격을 받쳐주는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걸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선호도를 가늠하는 좋은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수도권에서 수요가 집중되는 곳은 어디일까요?
첫째는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고소득 직장인일수록
직주근접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빠르게 출퇴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은
직장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합니다.
일자리의 질이 높을수록
그 주변 주거 수요는 탄탄하고 꾸준합니다.
둘째는 교통입니다.
좋은 직장까지 빠르게 닿을 수 있는 교통망은
수요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요소입니다.
직장이 멀더라도 교통이 편리하면
충분히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그 동네를 왜 좋아하는지,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만
판단이 완성됩니다.
지도 위의 분석과 발로 확인한 현실은 꽤 다를 때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강의, 코칭, 튜터링을 하며 수강생분들을 만나다 보면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완벽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분들입니다.
물론 조급하게, 무조건 빨리 집을 사라는 게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집이란
인생에서 가장 비싼 쇼핑이자
십수년을 모아야 하는 큰 목돈을 한 번에 넣는 대상이기 때문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확신은 기다린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닙니다.
발품을 팔아 현장에 가보고,
두 단지를 직접 비교해보고,
입지 요소를 하나씩 체크해보는 것.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행동들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어떤 동네를 왜 좋아하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한 번의 임장으로는 모를 수 있어요.
하지만 열 번, 스무 번 반복하다 보면
지도 위의 숫자가 아니라 그 동네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읽히기 시작합니다.
그게 쌓이면 비교가 되고,
비교가 쌓이면 기준이 생기고,
기준이 생기면 비로소 확신이 따라옵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선택을 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내 돈으로,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을 향해 한 발씩 움직이는 것.
그것이 자산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께서 집을 살 때 많이 질문주시는 상급지 24평 VS 하급지 33평 중 어느 곳을 선택해야 좋을지 그 기준과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매수를 앞두고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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