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 시간이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제와 똑같은 천장이 보이고,
어제와 똑같은 몸으로 일어나서,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도 나는 운동화를 신었다.
딱히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막연한 느낌.
숨이 차서 계단을 오르다 멈추게 되던 날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스쿼트 10개가 전부였던 새벽 루틴이 시작됐다.
처음 2주는 솔직히 의미를 모르겠었다.
몸이 달라지지 않았다.
체중계 숫자도 그대로였다.
오히려 더 피곤했다.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날이 더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그리고 스쿼트를 하는데, 숨이 안 찼다.
그날 처음 알았다.
아무것도 안 변한 것처럼 보였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조용히 몸을 바꾸고 있었다는 것을.
6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매일 밤 3km를 뛰고 있었다.
1년이 지나자, 그 거리는 어느새 월 50km 이상이 됐다.
한 번에 50km를 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매일 조금씩, 발이 기억하는 만큼만.
그것이 쌓인 것이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던 날이 떠올랐다.
사회초년생 때, 월급에서 일부를 적립식 펀드에 넣기 시작했다.
한 달에 30만원.
그때는 솔직히 이게 뭐가 되나 싶었다.
30만원이 10%가 올라봤자 3만원이었으니까.
주변에서는 더 빠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코인으로 3달 만에 원금을 두 배로 만들었고,
누군가는 특정 종목을 잡아서 6개월 만에 집을 살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 이야기들은 언제나 그럴듯하게 들렸고, 언제나 부러웠다.
그래도 나는 계속 넣었다.
딱히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스쿼트를 하듯이. 별생각 없이. 기계처럼.
처음 몇 년은 크게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이자에 이자가 붙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원금이 불어난 것보다, 원금 위에 쌓인 수익이 더 크게 자라기 시작했다.
나중에 숫자로 계산해보니,
이 구조가 단순히 '오래 두면 좋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매달 50만원씩 연 8% 수익률로 30년을 넣으면,
내가 실제로 넣은 원금은 1억 8천만원이다.
그런데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약 7억원이다.
나머지 5억이 넘는 돈은, 내가 번 게 아니다.
시간이 벌어준 돈이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복리는 수식이 아니라, 기다린 사람에게만 보이는 풍경이라는 것을.
그 친구는 그 이후에도 계속 비슷한 방식을 반복했다.
빠르게 얻었으니, 빠르게 잃었다.
그리고 또 다시 빠른 방법을 찾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자산은 반대가 됐다.
나는 그 친구를 안타까워할 자격이 없다.
나도 흔들렸던 적이 있었으니까.
다만, 차이는 하나였다.
나는 스쿼트를 그만두지 않았던 것처럼, 적립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결과가 바뀌는 순간'만 기억한다.
10kg 감량한 사진, 계좌 인증샷, 새 집 이사 사진.
하지만 그 순간은, 결과가 만들어진 순간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결과가 드러나는 순간일 뿐이다.
실제 변화는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 같지 않은 그 시간 안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운동도, 투자도,
결국 그 조용한 시간을 버티는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스쿼트 10개면 충분하다.
월 10만원이어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오늘 당장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멈추지 않고 계속 쌓는 것이다.
매달 10만원씩 연 10% 수익률로 40년을 이어가면,
원금 4,800만원이 약 7억 8천만원이 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재능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스쿼트를 한다.
그리고 여전히, 매달 정해진 날에 적립을 한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오늘이,
사실은 내일의 나를 조용히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인생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뒤를 돌아봤을 때, 이미 바뀌어 있다.
그것이 복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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