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첫해는 생각보다 버틸 만합니다.
퇴직금도 있고, 오래 기다려온 자유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1년, 2년이 흐르고 나면 어느 날 문득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달력을 열게 됩니다.
"국민연금, 정확히 몇 살부터 나오지?" 손가락으로 나이를 세는 그 순간, 생각했던 것보다 숫자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불안, 이제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2025년 3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연금 제도에 큰 변화가 확정됐습니다.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조정과 함께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장기적으로 68세까지 늦춰질 전망입니다.
아직 즉시 시행은 아니지만, 이미 제도 논의의 방향은 정해진 셈입니다.
문제는 퇴직 나이는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법적 정년은 60세,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60세에 정년을 채워도, 현행 65세 기준으로도 이미 5년의 공백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68세로 기준이 밀리면 공백은 최대 8년까지 벌어집니다.
이 공백 기간, 월 생활비 25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5년이면 1억 5천만 원, 8년이면 2억 4천만 원입니다.
통장에 잠자는 돈이 아니라, 매달 꺼내 써야 하는 살아있는 돈입니다.
많은 분들이 노후 준비를 '저축'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백기 수억 원을 단순 예적금으로 쌓아두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인플레이션 앞에선 잠자는 돈이 됩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스스로 '월급'을 만드는 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것.
그리고 이 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도구가 이미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연금저축과 IRP입니다.
2026년 현재,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한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900만 원입니다.
연금저축 600만 원, IRP 300만 원 조합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권하는 기본 구조입니다.
연간 900만 원 한도를 채우면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기준 연말정산 시 최대 148만 5천 원(16.5%, 지방세 포함)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납입 연도 기준으로 수익률 16.5%에 해당하는 절세 효과가 생기는 셈입니다.
어떤 주식도, 어떤 ETF도 이 첫 번째 단계의 수익을 단기간에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아래는 특정 상품 추천이 아닌, 공백기를 대비하는 원칙과 예시입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판단은 반드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① 세액공제 한도부터 채우기 (연금저축 + IRP)
연간 900만 원 한도를 월 단위로 쪼개면 약 75만 원입니다.
한 번에 큰돈이 부담스럽다면 월 30만 원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도 유효합니다.
55세부터 연금으로 수령하면 저율 과세가 적용되므로, 국민연금 공백기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수단입니다.
② 배당 흐름 만들기 (적립식 ETF)
배당 ETF를 매달 일정 금액씩 적립하는 방식은, 오랜 기간 복리 효과로 공백기에 보조 현금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목표는 '원금 보존'이 아니라, 공백기에 매달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금액보다 시작 시점이 중요합니다.
③ 공백기 인출 시뮬레이션 미리 돌려보기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또는 '내 곁에 국민연금' 앱에서 예상 수령액과 수령 시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급 시점을 1년 늦출 때마다 연금액이 약 7.2% 증가하는 구조이므로, 건강 상태와 다른 수입원 여부에 따라 수령 시점 전략도 달라집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 공백기가 몇 년인지, 그 기간에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를 계산해보는 것,
이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68세로 늦춰지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제도는 인구 구조와 재정 현실 앞에서 계속 바뀔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미리 설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입니다.
지금 이 칼럼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노후 설계의 첫 번째 행동입니다.
오늘 딱 한 가지만 하세요.
연금저축 계좌 또는 IRP 계좌에서 내 현재 납입액과 예상 수령액을 확인하는 것.
금액이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를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한 번의 확인이, 5년짜리 구멍을 막는 시작점이 됩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인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