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당선을 타면 수지구와 분당구는 두 정거장 차이입니다.
같은 노선. 비슷한 거리. 그런데 분양가는 10억이 차이가 납니다.

수지 동천역 인근의 수지자이에디시온 15억.
두 정거장 옆, 분당 정자동 더샵분당티에르원 25억.
인근 하이스트는 30억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야 분당이니까요. 이름값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값이 왜 2배나 차이 나는지, 설명할 수 있으신가요.
4호선으로 가면 더 당혹스럽습니다.
평촌 최고급 브랜드. 아크로베스티뉴 17억대.
과천 일반 분양. 프레스티어자이. 25억.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은 30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가 졌습니다.
같은 노선, 몇 정거장 차이인데 — 평촌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과천 일반 분양보다 쌉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교통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뭐가 다른 걸까요.
교통이 아닙니다. 환경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환경이 아닙니다. 프리미엄 환경입니다.
잠깐, 프리미엄 환경이라고 하면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공원이 많다. 학군이 좋다. 조용하다. 아파트가 깔끔하다.
이건 분당도 맞고, 수지도 맞습니다. 과천도 맞고, 평촌도 맞아요. 이 정도로는 2배 차이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는 프리미엄 환경은 이겁니다.
프리미엄 환경은 좋은 게 많은 곳이 아닙니다. 없어야 할 것이 없는 곳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어떤 동네에 가봤는데, 딱히 뭐가 좋다고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데 왠지 좋습니다. 편안하고, 걸리는 게 없고, 그냥 있어도 되겠다 싶은 느낌.
그게 이겁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까지 짚어본 적 있으신가요.
하루에 수지와 분당을 모두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수지는 좋았습니다. 깨끗하고, 녹지도 있고, 생활 인프라도 충분했어요. 불만이 생길 이유가 없었습니다.
분당 정자동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달랐습니다. 더 좋은 게 있어서가 아니었어요. 없는 게 달랐습니다.
불편한 상권이 없었습니다. 생활에서 마찰이 생길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카페에 앉아있으면 붐비는데 조용했습니다. 튀는 간판도, 튀는 소리도 없어요. 그냥 다 같은 결로 흘러갔습니다.
과천과 평촌을 같은 날 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촌은 정돈되고 생활하기 좋은 동네였습니다. 과천 단지 안에 들어서면, 그 정돈됨의 결이 달랐어요.
수지가 나쁜 동네라는 말이 아닙니다. 평촌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곳 모두 충분히 좋아요. 근데 분당과 과천에는 하나가 달랐습니다. 뭔가 있는 게 아니라, 없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것.
다음에 어떤 동네를 볼 때, 좋은 걸 찾기 전에 한 번 짚어보세요. 없어야 할 게 없는지를.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현상이 생깁니다.
수요가 몰립니다. 그것도 아주 탄탄하게.
분당과 과천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집이 좋아서 오는 게 아닙니다. 강남·판교 생활권에 연결돼 있고, 주거 환경에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동네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가격이 조금 올라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생깁니다.
이 수요가 가격을 만들고, 그 가격이 다시 비슷한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옵니다. 인위적으로 설계된 게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조입니다. 한 번 자리잡으면 이 흐름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분당이 30년 넘게 수도권 최상위 주거지 위상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수요가 탄탄한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이 환경을 대신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것.
대신할 곳이 없다.
이게 결국 이 글이 하고 싶은 말입니다.
수지에 살다 마음이 바뀌면 광교로 갈 수 있고, 동탄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분당은 다릅니다. 강남·판교 생활권에 연결되면서, 이 정도 환경을 갖춘 곳이 수도권에 몇 없습니다. 과천은 더합니다. 도시 자체가 작고, 새로 공급될 땅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부동산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들은 집을 볼 때 이 질문을 먼저 합니다.
“이 동네 대신 어디 갈 수 있어?”
이 질문의 답이 없을수록, 그 동네는 강합니다.
지금 관심 있는 동네가 있다면, 오늘 이것 하나만 해보세요.
그 동네 이름 옆에 이렇게 적어보는 겁니다.
대안 : ___________
채울 수 있다면, 그 동네는 대체 가능한 시장입니다. 채울 수 없다면, 그 동네는 다른 급입니다.
한 정거장 차이가 2배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대신할 수 없는 환경이 2배를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 환경은, 좋은 게 많아서가 아니라 — 없어야 할 것이 없어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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