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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공경] 연평균 수익률 40%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

26.04.28 (수정됨)

얼마 전 가까운 지인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가졌다.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에 마시는 술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금 더 느슨하게 만들어준다.

 

과거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지금 마주 앉아 있는 이 순간도 조금 더 깊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모두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건을 겪고, 같은 시간을 지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누군가는 주요 부서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답게
서로의 부서 이야기, 사람 이야기, 사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인
주식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특히 오래 기억에 남은 사람이 있다.
편의상 그를 A라고 하겠다.

 

A와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나는 A를 직속상사로 처음 만났다.
하지만 ‘상사’라는 단어가 어색할 만큼
그는 겸손했고, 친근했고,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괜히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따랐고,
무언가를 지시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일하는지 느껴졌다.

 

그 부서에서 A는 1년을 치열하게 보냈고,
그다음 해 승진을 했다.

 

A의 나이에 그 계급으로 승진한다는 것은
우리 직장 안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할 때도
그 계급을 달지 못하는 선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A는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이 직장에서 만난 인연 중
존경할 만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는 A를 볼 때마다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의 조건》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 말하는 핵심을 나는 조금 쉽게
‘엄친아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고 받아들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엄친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좋고,
새로운 것을 배워도 유독 빠르게 적응한다.

 

겉으로 보면 타고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들은 단순히 운이 좋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잘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필요한 것을 빠르게 흡수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A가 그런 사람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사람을 보며 쉽게 말한다.

 

“쟤는 원래 똑똑해서 그래.”
“쟤는 환경이 좋아서 그래.”
“쟤는 원래 잘될 사람이었어.”

 

맞다.
외부 요인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조직과 문화를 만났는지는
한 사람의 인생에 분명 영향을 준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도
성과를 만든 배경에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시대, 환경, 기회 같은 외부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결코 완전히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에서 본 A는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정한 영역에
오랜 시간 꾸준히 몰입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 분야에서 노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본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안다.

 

A의 주식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A가 투자를 시작한 기간이
남들보다 특별히 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투자를 대하는 태도는 분명 달랐다.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보고 있는지,
어떤 원칙으로 매수와 매도를 판단하는지,
하루 중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 공부에 꾸준히 쓰고 있는지,
단기와 중기, 장기 목표를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A는 단순히 주식 열풍에 올라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만의 방향을 가지고 시장 안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서로의 투자 수익률과 성과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었다.

 

A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40%.
수익은 원금의 두 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운용 금액도 이제 억 단위에 진입해 있었다.

 

요즘은 출근해서도 주식 이야기,
퇴근해서도 주식 이야기다.

 

주변을 보면 너도나도 주식을 말한다.
누군가는 급등주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단기간에 얼마를 벌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누가 추천한 종목을 따라 샀다고 말한다.

 

하지만 A는 달랐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었다.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지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투자에서 무서운 것은 손실만이 아니다.
방향 없이 돈을 넣고,
기준 없이 흔들리고,
남의 말에 내 자산을 맡기는 것이 더 무섭다.

 

A는 적어도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투자에서도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내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한때는 그저 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강의를 들었고,
책을 읽었고,
임장을 다녔고,
보고서를 썼고,
하루하루 투자 루틴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그 모든 행동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루틴들은 단순히 투자 실력을 키워준 것이 아니었다.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기준이 되어주었다.

 

조급함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었고,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해주었고,
결국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A도 이미 그 길 위에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그날 술자리에서
좋은 투자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공통된 원칙을 다시 배웠다.

 

유의미한 성과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온 시간,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고민,
그리고 그 기준을 지켜내는 치열한 반복의 결과다.

 

투자도, 일도, 삶도
결국 비슷한 것 같다.

 

주변의 소음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고,
매일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자신의 삶에서도, 투자에서도
조용하지만 단단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댓글

다소미일삼
26.04.28 14:46

결국 해내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네요.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루틴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 경위님도 그런 분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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