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잣돈을 모으던 시절,
저는 꽤 열심히 모으는 편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도 사 먹지 않았고,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했습니다.
주말엔 나가지 않았고,
지출이 생길 것 같은 약속은 슬그머니 피했습니다.

통장 숫자가 늘어날수록 뭔가를 이뤄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은 모이고 있는데, 삶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느낌.
숫자는 늘었는데 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자산을 쌓고 있는 건지,
아니면 삶을 깎아내고 있는 건지.
그 질문이 절약의 방식을 바꿨습니다.
줄일 것과 절대 줄이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돌이켜봤을 때,
이 3가지만큼은 절대 다시 아끼지 않겠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절약이 가장 독하던 시절에는 병원도 참았습니다.
어깨가 아파도 파스로 버텼고,
치과 치료가 필요한 걸 알면서도 미뤘습니다.
한 번 진료에 몇 만 원이 아깝게 느껴졌으니까요.
결과는 더 큰 비용이었습니다.
참고 미루다 결국 더 악화된 상태로 병원에 갔고,
초기에 10만 원으로 끝날 수 있었던 치료가 수십만 원이 됐습니다.
돈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일도, 공부도, 투자 판단도 흐려집니다.
컨디션이 나쁜 날 내린 결정이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자산을 쌓는 데는 수년이 걸립니다.
그 긴 싸움에서 몸이 버텨줘야 합니다.
건강은 나중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쓰는 건강 비용은 가장 확실한 자산 보호입니다.

절약이 몸에 밴 시절,
동료들이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면 슬쩍 빠지곤 했습니다.
3,000원, 5,000원이 아까웠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빠지면서 잃은 게 돈보다 훨씬 컸습니다.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회의에서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는 것도, 정보가 먼저 들어오는 것도 결국 관계에서 나옵니다.
좋은 관계 안에서 일의 효율이 달라진다는 걸, 빠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커피 한 잔의 비용은 5,000원이지만,
그 자리에서 쌓이는 신뢰와 유대는 값으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먼저 제안하고 대체로 커피는 제가 다 사는 편입니다.
일을 할 때 이만큼 가성비 좋게 쓸 수 있는 비용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

사실 이건 처음부터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끼려고 해봤는데 잘 안 됐습니다.
투자 공부를 시작하고, 직장은 바빠지고, 가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책이 버티게 해줬습니다.
한 줄의 문장이 다시 일어서게 했고,
한 권의 책이 방향을 잡아줬습니다.
책 한 권이 1만 5천 원이라면,
그 안에서 하나의 인사이트만 건져도 몇 배의 가치가 됩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단지 하나를 잘못 보는 것과
제대로 보는 것의 차이는 수천만 원입니다.
그 눈을 키워준 게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월급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책을 사는 것이고,
중간 중간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주문하는 게 책이기도 합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지출이라고 확신합니다.
책의 효능은 단기간에 얻기는 힘들지만
우리가 어려운 구간을 지나고 있을 때,
단기간의 성취가 아니라 큰 업적을 이루고자 할 때
반드시 큰 레버리지가 됩니다.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모든 걸 아끼는 게 미덕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절약에도 방향이 있습니다.
자산을 쌓기 위해 삶을 갉아먹는 절약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줄여야 할 것과
절대 줄이면 안 되는 것을 구분하는 순간,
절약이 지속 가능해집니다.
몸이 버텨야 오래 할 수 있고,
관계가 받쳐줘야 일이 되고,
지혜가 쌓여야 판단이 섭니다.
지금 혹시 너무 많은 것을 깎아내고 있진 않으신가요.
아끼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것이, 더 오래 가는 자산을 만듭니다.
연휴 끝 많이 피곤하실텐데,
화이팅하시는 하루 되시면 좋겠습니다 ^^
댓글
내 통장에 돈은 모이는데 내 삶은 작아지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게 너무 공감이 갑니다. 모으는 과정에서도 건강, 동료와의 커피 한잔, 독서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위한 돈을 떼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