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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내 인생 전부를 바꿨던 친구의 말 한마디

26.05.14 (수정됨)

다 허세라는 거야

 

카메라가 따라간 좁은 강남 월세집.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면이 쌓여 있었고

그 뒤로는 빈 위스키 병과

명품 박스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거품이야.”

"이렇게 사는 게 멋있어 보이지 않아." 

“다 허세라니까?”

 

잠시 머리를 식힐겸 이런 저런 예능을 보다가

살림남이라는 예능에서 김재중의 잔소리를 듣고

계속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잔소리를 듣는 상대방은 친한 동생인

일본인 연예인 타쿠야

 

잔소리를 듣는내내 

한마디 변명도 하지 못했고

차마 변명을 할 수도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봤을 때

짓게 되는 사람의 그 무방비한 표정.

이 장면을 보면서 잠시 멈췄습니다.

 

타쿠야가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그 표정을 지어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7년 전, 친구의 한마디 앞에서…

 

 

나는 여기에 살 수 없구나

제가 살던 동네에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멀리서 본 게 다였지,

들어가본 적도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게 신기했고

단지 안에는 헬스장, 독서실 등의 시설이 있고

집은 제가 살던 곳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었습니다.

 

그 순간 부러움보다 먼저 든 감정은

수치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여기에 살 수 없는 사람이구나. 

 

그날부터 제게 아파트는 부자가 사는 곳이며

나와는 거리가 먼 곳이 되었습니다.

 

스무살의 제게는 이 사실이

자존감을 갉아먹는 진실이 되어버린 것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월급을 많이 받는 것뿐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가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인생이었던 것이죠.

 

 

누구보다 잘사는 것 같았던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으면서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던거죠.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한정판 운동화를 줄을 서서 샀고

옷장에는 입지도 않을 옷이 쌓여갔으며

할부로 명품을 하나둘 사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그거 새로 산 거예요?"

혹은 “어디서 샀어요? 예쁘네요! 대박!”

라는 말을 들으면 그날 하루가 좋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그 누구보다

잘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고

성공한 사람처럼 비춰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월급은 매달 카드값으로 사라졌고

통장 잔고는 보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겉으로는 잘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 겁니다.

어쩌면 부러워한 사람도 있었겠죠.

 

스무살에 느낀 그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보여지는 것으로 가리려 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가려질거라 믿었습니다.

 

 

별로 안 행복해 보여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친한 친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솔직한 친구로 통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돌려말하지 못하는 사람.

다들 한 번씩은 그 친구에게

정곡을 찔린 적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자랑하듯이

새로 산 신발과 옷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브랜드인지, 얼마인지, 어떻게 구했는지.

친구는 한참을 듣더니 술잔을 내려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XX아, 근데 말야…너 별로 안 행복해 보여.

그래서 너한테 어떤 게 남는 것 같아?"

 

저는 잠깐 멍해졌습니다.

화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신발 얘기를 하다가 행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고

그 다음엔 남는 것이라는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두 단어 모두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애써 외면하고 있던 단어였습니다.

 

친구는 더 이상 같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 친구의 방식이었습니다.

 

정곡을 찌르고는 그 다음은

듣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

 

그 이후 별 말 없이 헤어졌습니다.

 

집에 와서도 친구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답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발은 신다가 닳게 되고

옷은 한 철 입고 옷장 안에서 박혀있으며

신상은 새로운게 다시 나오면 끝이었습니다.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아온 거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생각해보니 행복과 정반대 방향이었던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산 건 신발도, 옷도 아니었다는 걸.

저는 스무살의 느낀 그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가리는 천을 사고 있었습니다. 

 

가려진다고 믿으면서. 가려지지 않는 줄도 모르고…

 

 

그렇다면 무엇이 남을까?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한참을 답을 찾지 못하다가

회사에서 동료들이 부동산 얘기를 하는 걸

우연히 들었습니다.

 

어디를 샀고, 얼마가 올랐고. 

평소 같으면 '저 사람은 원래 돈이 있어서 그렇겠지' 

하고 흘려들었을 텐데 그날은 그냥 관심이 갔습니다.

 

그렇게 책을 한권 사서 읽어보고

다시 한권 사서 읽어보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세가 뭔지, 월세가 뭔지부터

가장 기초적인 것들을.

 

처음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고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빨라 보였고 늘 뒤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잘해야 한다' 는 부담 대신

'못해도 괜찮으니까 일단 해보자' 로 마음을 바꿨더니

한 발씩 나아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첫 계약서를 쓰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계약서를 써가고 있습니다.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그날 그 친구의 말 한마디가 없었다면

여전히 신발과 옷 등 보여지는 것으로

결핍을 가리며 살고 있었을 겁니다.

 

행복하지 않은 줄도 모르고

남는 게 없는 줄도 모르고.

 

지금 돌이켜 보면 친구가 그날 해준 일은 

단순히 충고 해준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바꾸게 해준 이야기였던 것이죠.

 

누군가가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봐주는 일은

인생에서 그렇게 자주 오지 않으니까요.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말이 될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던진 충고나 조언을

우리는 생각보다 잔소리로 생각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조언은

보통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곁에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잔소리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엔 불편할거고 며칠간은 미울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 말인지

며칠만이라도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면

인생이 바뀌게 되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을테니까요.


댓글

부도
26.05.14 07:57

그런 친구가 곁에 있고 진심을 다해 받아들인 두분 모두 대단하세요. 인생에서 남는건 그런 사람들인거 아닐까요? 항상 같은 자세로 꾸준한 길로 모범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송이22
26.05.14 10:27

나는 결핍을 가리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겠씁니다.

coldplay
26.05.14 15:36

그런 이야기를 한 친구보다 그것을 귀담아 듣고 받아들인 인턴님이 더 대단해 보이네요 남에 대해 평가하기는 쉬워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보통은 기분나빠하고 머래? 이러고 흘려 들을 수 있는데 말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제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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