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장을 찍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잘한 거 맞지?"
"응."
짧게 대답했지만, 사실 나도 잘 몰랐다.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천장을 보면서 계속 같은 생각이 돌았다.
지금 금리가 이 정도인데. 전세가율이 맞긴 맞나. 혹시 놓친 게 있나.
몇 달을 공부했는데, 막상 결정을 내리고 나니까 오히려 더 흔들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그게 뭔지 나중에야 알았다.
불안이 아니었다.
성장통이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손을 놓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순간, 혼자 달리고 있다는 걸 알기 전의 그 찰나.
그게 가장 무섭다.
계약서 도장도 똑같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던 안장을 내가 직접 쥔 순간이니까.
나는 몇 번을 계산기를 켰다.
수익률, 전세가율, 저평가.
다 맞았다.
근데 잠이 안 왔다.
그래서 깨달았다.
이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공부를 충분히 했어도 결정의 무게는 언제나 혼자 지는 것.
그게 투자라는 거였다.
아무도 대신 결정해주지 않고, 아무도 결과를 책임져 주지 않는.
그래서 무서운 게 당연했다.
다음날 아침.
아이가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
"아빠, 우리 이사 가?"
"응, 나중에."
"좋다."
그 한마디에, 어젯밤의 흔들림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나는 왜 이걸 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결정하고 나서 흔들리고 있다면.
잘못한 게 아니다.
그냥 처음인 거다.
그 밤을 지나야 진짜 투자자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