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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실력인 줄 알았어요, 세 채를 잃기 전까지는요

14시간 전

 

어버이날, 아이가 카네이션을 건네줬어요.

빨간 카네이션 하나.

 

10년 전 아이가 카네이션을 건넨 시간이 떠올랐어요.

어린이집에서 만들어온 거라 삐뚤빼뚤했지만, 아이는 진지하게 두 손으로 내밀었어요.

받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저는 한때, 세 채를 날릴뻔한 사람이에요.

 

 

첫 번째 아파트는 '남들이 산다니까' 샀어요

 

2014년이었어요.

주변에 다들 아파트를 샀어요.

 

친구도, 직장 동료도.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더라."

그 말이 뭔가 맞는 것 같았어요.

 

임장은 한 번도 안 갔어요.

그냥 교통 좋고, 신축이고, 아파트니까 괜찮겠지 싶었어요.

 

사고나서 얼마되지 않아 크게 이 났어요.

그래서 제가 잘한 줄 알았어요.

 

 

두 번째 아파트는 '이 정도면 나도 보는 눈이 생겼다' 싶어서 샀어요

 

공부를 했냐구요?

아니요.

그냥 첫 번째가 됐으니까, 두 번째도 될 것 같았어요.

더 과감하게 들어갔어요.

 

그게 실수였어요.

 

매수하고 첫 번째 아파트와 같이 가격이 올랐어요.

그런데 곧 시장이 꺾였어요.

 

처음엔 '잠깐 조정이겠지' 했어요.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안 올라왔어요.

 

결국 손해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어요.

그런데 너무 무서웠던 것은 팔려고 했는데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았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렇게 팔지 못했고, 긴 시간을 강제 보유하며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었죠.

 

 

세 번째는, 회복하려다 더 잃었어요

 

"이번엔 진짜다." "여기는 다르다." "지금이 저점이다."

스스로 납득시키면서 샀어요.

 

아니었어요.

그냥 또 떨어졌어요.

 

세 채를 거치고 나서야, 저는 처음으로 이 질문을 했어요.

'나는 투자를 한 건가, 투기를 한 건가.'

 

3번 모두 투기를 한 것이죠.

 

 

그때서야 알았어요

 

첫 번째가 됐던 건, 제 실력이 아니었어요.

시장이 올라주는 타이밍에, 아무 매물이나 들고 있었던 것뿐이었어요.

 

운이 실력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가 걸러지지 않았어요.

 

이게 투기와 투자의 차이예요.

 

투기는, 오를 거라는 '느낌'으로 들어가요.

투자는, 왜 이 물건인지 '근거'로 들어가요.

 

투기는, 시장이 받쳐주면 운 좋게 수익이 나요.

투자는, 시장이 꺾여도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있어요.

 

세 채를 투기하고 나서 저는 처음으로,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임장을 다녔어요.

매물을 봤어요.

숫자를 직접 계산해봤어요.

내가 이 집을 왜 사야 하는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없으면 사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그리고 달라졌어요.

시장이 흔들릴 때 흔들리지 않게 됐어요.

남들이 "지금 이거 사야 한다"고 해도, 제 기준으로 걸러낼 수 있게 됐어요.

 

지키면서, 수익을 거뒀어요.

 

 

그런데 요즘, 그 시절 저 같은 분들을 자꾸 만나요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에서요.

작년부터 미국 주식이 올랐어요.

엔비디아, 테슬라, 서학개미.

주변에 다들 번다고 했어요.

 

"지금 안 하면 손해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들어가셨죠?

그 마음, 저는 알아요.

그 마음이 저를 세 채나 매수하게 했으니까요.

 

시장이 오를 때는, 아무 주식이나 들고 있어도 수익이 나요.

그게 내 실력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수익은 '내가 잘한 것'이 아닐 수 있어요.

시장이 올라준 것뿐이에요.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꺾일 때, 버틸 근거가 있냐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 시장에서 제가 해나가는 것들을 나눠드릴게요

 

거창한 것 아니에요. 딱 세 가지예요.

 

첫째, '왜 이 종목인가'를 한 줄로 써보세요.

쓸 수 없다면, 아직 사면 안 돼요.

"다들 오른다니까"는 이유가 아니에요.

"이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고 있고, 현재 가격은 그것보다 싸다"가 이유예요.

 

내가 근거를 갖고 있으면, 흔들릴 때 버틸 수 있어요.

근거가 없으면, 조금만 내려가도 무너져요.

 

둘째, '잃어도 괜찮은 돈'으로만 시작하세요.

생활비가 걸리면, 냉정해질 수 없어요.

두려움이 판단을 흐려요.

 

처음엔 작게 시작해서, 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느껴보는 게 먼저예요.

투자는 공부보다 경험이 더 많이 가르쳐줘요.

 

셋째, 수익률보다 '과정'을 기록하세요.

왜 샀는지, 언제 팔 건지, 내가 틀렸을 때는 무엇 때문인지.

이걸 기록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은,

1년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요.

 

실수를 줄이는 게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더 빠른 길이에요.

 

 

다시, 어버이날로 돌아올게요

 

아이가 내민 카네이션을 받으면서, 저는 한 가지를 생각했어요.

이 아이 앞에, 내가 어떤 부모로 있고 싶은가.

 

세 채를 매수하고 가격이 떨어졌을 때, 집에서 말이 없어졌어요.

아이가 뭔가 사달라고 해도 속으로 계산을 먼저 했어요.

웃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불안했어요.

 

그 불안이, 아이한테 전해지지 않기를 바랐어요.

전해졌을 거예요.

아이들은 다 느끼니까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어요.

공부하고, 기준 세우고, 지키면서.

 

지금은, 아이가 뭔가 해보고 싶다고 하면 일단 들을 수 있어요.

"그래. 한번 해봐."

그 한마디가,

예전엔 나오지 않았어요.

 

 

그 헷갈림. 그게 신호예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지금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이거 맞는 건가?' 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올라가는 시장에 들어갔는데, 내가 잘하는 건지 운인지 헷갈리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 헷갈림. 그게 신호예요.

 

저는 그 신호를 세 번이나 무시했어요.

 

그래서 세 채를 투자가 아닌 투기를 했어요.

아주 긴 시간 온 가족이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죠.

 

한 번만 물어보세요.

'지금 내가 하는 게, 투자인가 투기인가.'

그 질문 하나가,

1년 뒤 당신의 자리를 바꿔요.

 

 

아이에게 진짜 해줄 수 있는 것

 

어버이날에, 아이한테 카네이션을 받으면서

그 아이에게 진짜 해줄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부모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제가 먼저 흔들리지 않아야 했어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다만 이번엔, 오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왜 이 선택인지, 그 근거를 먼저 만들고 시작하세요.

 

그게 투기와 투자를 가르는 한 줄이에요.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세 채를 기준 없이 사고 나서야, 알았어요.

 

당신은 저보다 한 번 덜 아팠으면 해서, 이 글을 씁니다.

 


댓글

탑슈크란
12시간 전N

"왜 이 물건인가?" 매수/매도의 이유를 꼭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파소
12시간 전N

기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다음부터 적어야지. 하고 미뤄뒀다가.. 오늘 칼럼 보자마자 바로 메모장 열고 적었습니다. 지난번 실패의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투자할 것인가? 두 가지를 잊지 않고 가져가겠습니다!!

허씨허씨creator badge
14시간 전N

기준의 중요성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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