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정각.
대한민국 어딘가의 지하철 안. 양복 입은 남자가 스마트폰을 꺼낸다. 카카오톡이 아니다. 증권사 앱이다. 화면이 초록색으로 물들자 입꼬리가 올라간다. 빨간색이면 화면을 뒤집는다. 옆 사람이 볼까봐.
이 나라에서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은 두 종류다. 진짜 안 하는 사람, 그리고 하는데 말 안 하는 사람.
전설의 개미 김 과장은 오늘도 바쁘다.
어제 밤 미국 증시가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새벽 2시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코스피 선물을 확인하고 출근했다. 점심시간 12분을 써서 삼성전자를 100주 더 샀다. 오후 2시에 외국인이 팔고 있다는 속보를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퇴근 후 유튜브 주식 채널 세 개를 연속으로 시청했다. 세 명이 세 가지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오늘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잠들었다. 내일 아침 미국 증시 확인하면서.
주식 시장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전문가, 운이 좋은 사람, 그리고 전문가인 줄 아는 사람.
개미의 99%는 세 번째다. 나머지 1%는 아직 모른다.
오늘의 주식 격언 코너.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현실: 무릎인 줄 알고 샀더니 허리였고, 어깨인 줄 알고 팔았더니 머리였다.
"존버는 답이다."
현실: 존버는 삼성전자한테만 답이다. 나머지는 케바케.
"분산투자가 답이다."
현실: 열 개 종목이 동시에 빠지는 걸 보면 분산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증권사 앱 알림이 울린다.
"관심 종목 OO전자가 5% 하락했습니다."
김 과장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안 봤으면 모를 텐데. 이미 봤다. 오늘 저녁 치킨은 없다.
그래도 내일 또 연다.
주식 창을. 그리고 증권사 앱을.
왜냐하면 개미는 오늘도, 내일도, 뚠뚠하니까.
#주식 #개미투자자 #만평 #직장인 #재테크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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