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오호.. 뭐지, 별일 없는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8명의 소설가가 계절 하면 떠오르는 생각과 이야기를 정리해 두었다. 뭐 그리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다. 철없이 실수한 일이나 고난을 겪은 무용담 같은 것이 아니다. 그냥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해주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알게 된 것을 정리해 준다. 그래, 이게 보통의 삶이지 싶었다.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다. 잠을 자버린다든지, 의자에 앉아는 있었지만 진행된 게 없다든지. 그럴 바엔 차라리 놀아버릴 걸 생각하며 잠에 들고 만다. 다음 날 어찌나 그 시간이 아깝던지. 근데, 사실 그렇게 보내도 되잖아. 그리고 그런 시간들로 누군가는 이렇게 멋진 문장과 책을 써서 시간을 간직한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도, 나에게는 그래도 의미가 있다. 하루하루의 시간을 나만의 의미로 채워나가자.
올해 나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조용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 같았다. 풍경을 묘사하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그냥 휴양지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시간을 놓아버린 느낌으로 읽었다. 꽉꽉 채운 책들, 교훈을 찾고 적용할 점을 찾아 어떻게든 남기려 했던 독서에 익숙했던 나에게 모처럼 진짜 휴식 같은 책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시원해지고 상쾌해지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번 여름은 어떤 계절이었을까? 진짜 더웠다. 하지만 나에게 진짜 더운 여름으로 기억되는 건 은평구 임장을 했을 때다. 그때는 정말 밖에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서 계속 젖은 채로 다녔다. 아, 그리고 동탄 임장 때도 생각난다. 첫 실전반이었는데, 회사 사람들이 다들 왜 이렇게 탔냐고, 매주 탈 수 있냐고, 도대체 너는 뭐 하는 애냐고 묻기도 했다.
선크림을 잘 바르지 못하는 나는 그동안 이런저런 임장템들을 사며 여름을 버텼다. 안 산 것도 없다. ㅎㅎ 목도리처럼 두르는 선풍기, 팔토시는 기본이고, 도둑 마스크 등등... 근데 이젠 어느 정도 나의 임장템이 정착된 것 같다. 양산이랑 썬캡, 그리고 충전기. ㅎㅎ 그 정도면 가볍고 충분히 괜찮더라. 여름 임장을 한 지 5번? 정도가 되어가지만 이제서야 정착했다는 사실에 참 게으르다 싶기도 하고, 까다롭다 싶기도 하다. 근데 또 다음 여름이 오면 다른 임장템을 들고 나타날지 모른다.
최근 험블튜터님과의 대화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인생은 끝없는 과정이고, 마음만 먹으면 그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점이 있더라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그 어렵고 힘든 점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들은 아닐 테다. 개인적인 일로 힘들 수도 있고, 외부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건 세 가지다.
- 일단 그 감정의 파도를 넘기고 현상을 유지하자. (갑자기 무언가를 저지르거나 급하게 결정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삼가자.)
-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 (단순히 'Listen'이 아니라, 듣고 수용하자는 의미다.)
- 마음을 정했으면 행동하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는 것도 배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는 것 이다. 이번에도 감사히 도움을 받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고, 아직도 그 과정에 있다. 뭐, 그런 위기의 순간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는 건 조금 정떨어지는 소리 같지만 ㅎㅎ 항상 누군가의 그런 순간을 위해 나도 곁에서 아껴주고,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나의 위기 순간에도 기꺼이 도움을 받아야겠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운을 갈라 분석해 보면 다 사람 덕이다.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여름으로 올 한 해의 뜨거웠던 계절을 정리하고 싶다. 벌써 날씨가 좀 시원해졌더라. 무사히 여름이 지났음에 감사하며,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가을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의미 없게(하지만 그 또한 의미 있게) 보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