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저희 딸 사진을 잘 찍어두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원래 집에 먼지 쌓여가던 카메라가 있었고, 그거라도 잘 활용해보자 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기를 낳고 휴직기간 동안 맨날 아기 사진만 찍었습니다.
2~3년 했던가.. 어느날 같이 놀자는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자기도 집에 먼지쌓인 카메라가 있다고요.
알고봤더니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보급형 DSLR이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카메라를 산 뒤 몇 장 밖에 못 찍고 벽장 속 애물단지로 자고 있다는 겁니다.

카메라는 기술적으로 먼저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다들 제대로 찍는 방법을 몰라 어려워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아기사진 찍느라 먼저 고민해봤다는 이유로, 정말 조~~금 더 조작법을 알고 있어서 매주 몰랐던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드리게 됐습니다.
대신 저는 매일밤 카메라 공부하는 시간이 늘었고요.
다들 실력이 어느 정도 늘었을 때,
누군가가 가끔씩 이 재능으로 봉사활동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미혼모 가정의 아기 100일 사진 봉사와 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 놀이사진 봉사. 양쪽 모두 사회의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난 터라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드리지 않았습니다.
한 달 한 번 재능기부가 꾸준히 이어졌고 저는 이 때부터 제대로 인물사진 실력이 늘었습니다.
#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말한 개념입니다.
대학을 중퇴한 뒤 관심이 생겨 청강으로 들은 캘리그라피 수업. 그저 호기심으로 들은 강의였는데 이 때의 경험이 나중에 매킨토시의 서체에 큰 영향을 줬고 아름다운 타이포그래피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모든 경험은 유용하며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커넥팅 더 닷.
오늘 내가 찍은 점들이 연결되어 나를 만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경험에서 당장은 의미를 찾을 수 없어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반드시 연결되어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의 인물사진 촬영 경험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물을 잘 찍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사체와 교감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주고 몰입할 때 최고의 사진이 나오는데, 튜터링을 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취미생활이었고 가벼운 봉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때의 경험으로 수강생분들께 빠르게 몰입하고 진심을 다할 수 있구나, 생각합니다.
피사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처럼, 상대방이 잘 되었으면 하는 진심을 담을 때 동료와 후배분들께 더 나은 조언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 지금의 경험을 미래의 쓸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점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미래에 차마 좋은 경험으로 떠올릴 수 없을만큼 부끄러운 실수나 뼈아픈 실패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토록 힘든 시기를 버티고나면, 또 조금은 괜찮아집니다.
아프게 우둘투툴한 모양으로 찍은 점이 아무도 예상못한 인생의 어느 순간에 별똥별처럼 나타나 미래의 나를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버티는 것밖에 답이 없을 때가 있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날마다 소복히 찍었던 점들이 보일 것입니다.

내가 찍은 점들을 더 빨리 돌아보며 연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모든 점들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려고 하고 모든 배움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이는 ‘수용성’이라는 태도로 나타나는데요. 지금의 이 경험이 동그랗고 선명한 점으로 찍혀 더 나은 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지금의 어떤 경험이 미래의 의미있는 점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모든 배움들을 하찮게 여기지 않을 때 더 선명한 점을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 읽은, 진담튜터님께서 쓰신 예전의 글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시장에 머무는 기간과 경험이 우리들의 실력이 됩니다.
뭔지 모르겠을 임보를 쓰고 강의를 듣고 후기를 정리하며 시장에 깊이 들어간 우리들.
이 시간들은 우리에게 차원이 다른 인사이트와 단단한 기준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다양한 점을 찍으며 성장해 갈 우리들을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