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동안 두 개의 달력을 살았습니다.
하나는 언제든 펼칠 수 있는 달력이었습니다.
오늘 못 하면 내일, 올해 못 하면 내년.
투자라는 이름의
그 달력은 365일 내내 기회가 열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손에 다른 달력 하나가 쥐어졌습니다.
한 달에 단 한 번.
그 시기를 놓치면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달력.
그 시간은 각자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언제든 다시 열리는 달력 앞에서,
정작 한 번뿐인 달력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었다는 것을요.

22년 2월, 결혼을 하면서 월부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저,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 입에서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안정되면."
"이번 투자 하나만 더 하고."
"조금만 더 준비되면."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4년이 흘렀고,
막상 아이를 기다리게 되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투자는 365일 언제든 다시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만날수 있는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뿐이라는 것을요.
혹시 지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장 소중한 오늘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가 그 '미룸'에서 빠져나온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 저를 자꾸 망설이게 했는지,
정작 미루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은 시간이 무엇이었는지.
그 세 가지를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솔직하게 돌아보면
저는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외벌이가 될지도 모르고,
투자 공부할 시간도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꾸 미뤘습니다…
막상 닥친 현실의 어려움이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불안한 상상을 더 두려워하면서요.
그런데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이 가능했습니다.
작년부터 임신을 준비했고,
지금은 아내가 임신 중인데도
저희는 에이스 과정을 함께 소화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병원 진료도 챙기고,
아내와 보내는 시간도 지키고,
투자공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삶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흑백으로 나뉘어 있지 않았습니다.
'투자 아니면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투자를 한다고 가족계획을 전부 미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을 선택한다고 투자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의 그레이존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둘 중의 하나를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먼저 한 분들이 없는지?
주변을 돌아보셨으면 해요.
저는 월부에서 만난 선배, 동료분들이 결혼, 육아 하는것을 보면서
"두 가지 다 해볼수 있겠다" 가능성을 보았던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꾸 미루는 걸까요?
저를 되돌아보니 결국,
타이밍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고민합니다.
지금이 맞는 시기일까?
조금 더 준비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걸 먼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받아야 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걸요..
투자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의 인연, 결혼, 임신, 건강
같은 것들은 제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저는 생각을 거꾸로 하게 됐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투자는, 늦어도 다시 기회가 옵니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은,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사이 기회 자체가 조용히 사라져 버립니다.
행복은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삶 안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해나가는 것.
어쩌면 그 선택이 가장 훌륭한 투자가 아닐까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알맞은 시기에 맞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주어진 삶 안에서 행복을 누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22년 2월의 결혼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들고 나서,
저는 오히려 투자를 더 오래, 더 꾸준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돌아보면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저를 더 단단한 투자자로 키워 준 셈입니다.
투자는 시장에 참여하다 보면 기회가 늘 옵니다.
하지만 어떤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
가족을 준비하는 시간.
삶의 방향을 함께 맞춰 가는 시간.
그 시간들은 수익률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와 삶을 두고
더는 저울질하지 않습니다.
제가 투자하는 건,
바로 그 시간들을 지키기 위해서니까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둘 다 어떻게 지킬지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그때그때 돌아보며 가보려 합니다.

제가 투자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결국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제가 꿈꾸는
행복한 삶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작 지키고 싶었던
삶을 자꾸 미루고 있다면,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지금,
투자를 통해 삶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투자를 위해 삶을 미루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