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갑자기 말 바꾸는 세입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집심마니]

  • 24.09.29

 

"그럼 한달 뒤에 나갈 수 밖에 없군요~~~

이해해 주세요~~"

한달 전, 나가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어준 세입자

 

...... ??

안녕하세요 집 찾는 심마니, 집심마니 입니다.

얼마 전 만기가 2년 남았던 평택 아파트를 매도했습니다.

2년 이나 기한이 남은 세입자가 있었기에

매도를 위해 세입자분께 이사를 부탁드렸고

처음에는 2000만원을 요구했지만

나중에는 나가주시겠다고 해서 실거주자를 들여

서울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그 서울투자 후기를 쓸 때만 해도

세입자분이 너무 감사하고,

'아무 조건 없이 나가주는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만 가득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 마음은 모를 일이라는 것을

퇴거 날짜인 10월 2일에 가까워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삿날인 10월 2일은 조금 남았지만

결국 나갈 때 돈을 받길 바랐던 

세입자분과의 협의 과정을 글로 남겨봅니다.

혹시 비슷한 일을 겪으시는 분들께서는

제 경험을 토대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 !

처음엔 호의만 가득했죠

이사 20일 전, 잔금을 위해

세입자분께 전세금 상환 계좌번호를 부탁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사비 같은건 신경쓰지 말라던' 세입자분이

"약속해주신 이사비와 부동산 복비 주세요~"

라며 요청했습니다.

말이 조금 달랐지만

제가 충분히 내드리기로 처음에 협조를 요청했기에

흔쾌히 알겠다고 했습니다.

이사비 영수증과 복비 영수증을 받고 나서

그래도 250만원이면 너무 저렴하게 잘 처리됐다며

안도했습니다. 제가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요

하지만 채권양도가 신한은행으로 넘어가있던 계좌인데

본인 계좌번호를 보내시고는 

"제 계좌로 보내주시면 돼요~~"

라고 하셨습니다.

채권이 은행으로 양도 되었다면,

은행으로 직접 입금해야 하기에

'뭔가 착오가 있으신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우선 확인하겠다는 말을 남긴 후

부동산 사장님께 이야기를 해뒀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리스크는 반드시 계량화 하세요

다음날 저는 최대한 정중하게

은행계좌 확인을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냈고

세입자분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하셨습니다.

"계약이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니 제 계좌로 보내주시면 돼요"

제가 다시한번 

'채권이 양도된 경우 불가능함'

을 말했지만

이번엔 더 이상한 대답이 오더라구요

 

 

낌새가 이상했지만,

그래도 확신을 더하기 위해 저는 

감사한 멘토님, 소중한 우리 동료들 조언을 힘입어

리스크를 계량화 했습니다.

1. 진짜 전세대출이 한 달이 걸릴까?

2. 상환 수수료가 400이나 될까?

3.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매수인의 이사 날짜를 미룰 수는 없을까?

알아보니, 

전세 대출은 그래도 기한 내 구할 수 있었고

상환 수수료는 신한은행 기준, max 0.7% = max 196만원

매수인은 이사는 인테리어 공사가 잡혀있어 

조정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계량화 하고 나니,

이사비/복비 제외, 추가로 200만원 정도라면

최악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되었고

세입자의 마음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전세 대출도 필요 없는 

월세로 이사를 나간가는거였어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두세요

알게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한번 정중하게(늘 정중하긴 했습니다)

대출을 신청해주시고,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려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은행 여신업무측 번호까지 알려 드리면서요.

그때까지만 해도

'뭔가 착오가 있으시구나'

'착각하는게 있구나'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세입자분은 정말 제 말이 안들리는 것 처럼

처음과 같은 대답만 반복하셨고,

추가적으로 이런 말씀을 더 늘어 놓으셨어요

"이사를 그날 안 나가면, 나도 당신도 손해가 크다"

"11월 1일에 나갈게요~~"

"11월 1일에 나갈게요~~"

"11월 1일에 나갈게요~~"

(진짜 똑같이 보내셨어요)

그래서 저는 돈을 원하는구나 직감하고,

진짜 저 말이 진실인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단서는 

이사비 190만원인 영수증, 

복비 57만원인 영수증이었는데요

그 두 가지를 통해

1. 이사비 적정성을 판단하고

2. 이사할 곳 사장님께 날짜 변경을 묻고

3. 이사갈 곳의 전세가를 알아보고

4. 전세인지, 월세인지 확인했습니다.

코난급 추리력

이 세입자는 전세가 아닌 반전세/월세로 이사가는 것이고

날짜 변경은 생각해 놓지 않았었습니다.

처음에 저에게 2000만원을 요구했듯, 

저에게 돈을 달라는 압박을 준거죠

문제를 다방면으로 알아본 뒤 의중을 파악하니

단순히 돈을 원하는구나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진 않았습니다.

세입자분은 그 이후로도

"11월 1일에 나갈게요~~"

라는 안하무인식 대답을 연속해서 하고

"점유를 풀 수 없어 안타깝다"

"임대차 보호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

"점점 협박조인데 내가 더 협조 못한다~"

라며 긁어대시더라구요

당연히 화도 나고,

무슨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성을 잃지 않고(?)

적법한 형태로 상환해야 함을 알리니

부동산 사장님을 통하자고 하셨습니다.

통화 이후 사장님께서는

아유 사장님,, 

이분이 돈을 원하는데

자기 입으로는 말하기가 싫나봐

통화 녹음 되는 것도 알고 있어서

절대 자기 입으로 돈 이야기를 안해

부동산이 왜이렇게 눈치가 없냐고 하면서

1장 원한대요

1000 만원

내가 그건 너무 과하다고 했더니

나한테도 막 소리지르냐면서 그러더라구~

진짜 이분 진상이야..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사장님이 바짝 엎드려야해..ㅜ

그러니 최대한 좀 부탁하고 해봐요

짐 안빼면 우리는 방법이 없어~

부동산 사장님과의 통화

법대로 해도 짐을 빼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세입자가 지는 것이 맞고,

사실 저는 11월 1일에 이사한다고 해도

서울 물건 잔금이 남았기에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월부인이라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데

이 생각 때문에 무려 15분이나 뒤척인걸 보면

제 마음속 불길이 꽤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이전 경험으로

감정적으로 바로 반응해서는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대응 방법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비용과 편익을 반드시 계산하세요

처음에 나가달라는 부탁을 할 땐

이사비/복비/전세대출 수수료/청소비용 까지

다 드리려고 했었어요.

근데 막상 제 감정에 휩싸이다 보니

제 처음 의도는 없어지고, 

괘씸하다는 마음만 남았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점유'라는 것은 

생각보다 범위가 크고 보호도 잘 되기에

진짜로 점유를 빼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면

인테리어 문제, 매수인의 이사 문제

그리고 그 비용 및 파생 문제까지

모두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했습니다.

(그런 훼방(?)은 충분히 할 것 같기도 했구요)

하지만,

제가 생각한 그 괘씸함이라는 감정이

위의 모든것을 감내하며 앙갚음을 할 만큼

가치있는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함께했던 책에서

꼭 필요한 문구마저 발견했어요

 

 

얼굴 붉히고 싸울 힘이 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에 집중하라.

보도섀퍼 <돈>

그렇게 저는 마음을 고쳐먹고

제가 지불할 수 있는 Max는 400만원이라는 결정을 한 후

몇 번의 사정 사정과 조금은 비굴했던 읍소를 통해

결국 아래와 같은 문자를 받게 됩니다.

끝까지 정말..

아직 마무리가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나서

예상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양한 대응법을 얻게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마인드로

내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

이었습니다.

중간중간 '그냥 될대로 되라'식으로

포기하고 싶기도 했고

'부동산 사장님은 왜이렇게 나에게만 요청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매도한 사람은 저이고

책임도 결국 제가 져야하고

다음 투자도 제가 결정한 일이더라구요

더 크게 생각해서

평택 물건을 처분했기 때문에

서울 투자를 할 수 있었고

'그 시작은 세입자분이 나가주셨기 때문이다'

를 계속해서 상기하면

다시 마음 다잡을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츠믄 열은븓는드그..

스트레스는 조금 있었지만

이 경험이 다음의 대응을을 

더 능숙하게 만들어주리란

생각도 듭니다.

세입자의 퇴거 문제나 이사/협의 등에

골머리를 앓고 계실 분들이 많을텐데요

제 경험을 레버리지 하셔서

저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를 

가져가시면 좋겠습니다.

(다음번엔, 읍소할 때 부동산 사장님 힘을 

많이 빌려야겠단 생각도 드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리스크를 계량화 하세요

2.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하세요

3.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어요.

4. 비용과 편익은 반드시 계산하세요

우리는 모두 CEO 입니다.

세입자와의 문제가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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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멤생이user-level-chip
24. 09. 29. 22:18

마니님 경험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대응의 영역이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깔린 니즈를 파악하는것이 중요하고 감정를 일단은 눌러놔야겟다고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마니님🙋‍♂️

월마드림user-level-chip
24. 09. 30. 11:42

정말 고새많으셨습니다.....ㅠㅠㅠ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있기에 .. 멘탈을 다잡아야겠네요 ㅠㅠ

오르소user-level-chip
24. 11. 13. 13:08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