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어머니가 쓰러지셨습니다
저혈당쇼크였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다 일반병실로 옮기시고
제가 간병을 했습니다
간병이 쉽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대소변을 갈아보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젊으시니 이 시간이 지나가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퇴원하시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의사는 말렸지만
어머니께서는 얼른 퇴원하시고 싶다며
병원이 너무 답답하다고
식사도 평소보다 많이 하시고
병원 산책도 하시며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셨습니다
다행히 염증수치가 빨리 회복되어 퇴원하였습니다
그 때 병원에 더 계시도록 해야 했을까요?
저는 간병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지투반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게 뭐가 중요했던 건가 싶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린 지투반이라
제가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었나 봅니다
본가에 동생이 있으니 어머니를 잘 챙겨드리겠지
나는 간병 했으니 괜찮겠지
나는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의사가 이제 괜찮다고 하니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 부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울면서 기차타고 본가로 가는 길
저는 정말 죄송한 마음에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건지
정작 내 가족은 곁에서 살피지도 못하면서
뭐가 가족의 행복을 위한 일인 건지
끊임 없이 자책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지방 투자를 공부한다며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느라
가족에게 엄청 소홀히 했습니다
나는 싱글이니까
젊으니까
지금 많이 쏟아부어야지
내가 나중에 부자가 되면
그 때 꼭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줘야지
그런 마음으로 매달 앞마당을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기다려주지 않으시네요
이미 저를 많이 기다려주셨던 거겠죠
딸이 돌아오기만을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다시 엄마 곁으로 다시 가는데
4개월만 있으면 다시 돌아가서
잘 챙겨드리려고 했는데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사실 부자가 되는 것은 제 욕심이었습니다
엄마는
저랑 하는 대화
같이 먹는 저녁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영화 한 편
주말 나들이
가족끼리 가는 여행
이런 것에도 너무 행복해 하는 분이었는데
저는 부자가 되면
이런 것들을 더 잘 해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리공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내가 언제 전화하든 좋아하시니까
내가 돌아가기만 하면
그 때가서 잘 챙겨드리면 되니까
늘 우선순위에서 미뤄두었습니다
진짜 원씽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원씽은 뭐였을까요
지난 2년은 뭘 위한 거였을까요
저는 이 길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는데
너무나 못난 딸이 되어버렸습니다
길을 잃은 기분입니다
저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히 위로를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네요. 월요일부터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셨을까요.. 김자 조장님은 항상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주변에 힘을 주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아마 어머님께서도 분명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생각하셨을거에요. 월부에서 노력하는 모습도 포함해서요. 후회도 많고 힘드시겠지만 어머님 가시는 길 잘 모셔드리고, 잘 추스리셔서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기다릴게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자님 지난달 지투를 함께하고 어머니 간호하시고 지투반도 열심히 해내는 모습을 보고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ㅜㅜ 가족과 행복하려는 마음이 참 컸고, 그만큼 어머니한테 항사 밝고 열심히 사는 이쁜 딸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차곡차곡 쌓아온 그 시간은 부정하지않으셨습니다ㅠㅠ 정말... 많이 힘든 시간 보내실거라 생각되는데 너무 급히 말고 천천히.. 마음도 몸도 잘 추스리시고..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해봐요. 언제든 답답하거나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지금은 어떤 말로도 김자님을 위로해드릴 수 없을거같습니다ㅜ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자님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가늠도 되지 않네요 ㅠㅠ 작년에 함께 임장하면서 항상 열심히 하시던 모습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아마 어머니께서도 이렇게 뭐든 열심히 하고 성장하고자 했던 김자님을 자랑스러워 하고 그 모습에 기뻐하시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너무나 많이 힘드시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추스르시길 바랄게요. 너무 자신을 자책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