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후기
내집마련후기

서울투자 아닌 지방실거주 신혼집 마련?! [조카인]

 

 

 

카인님, 부산 싼데
왜 실거주 안해요?

- 뿌라운님

 

 

 

 

 

 

 

친절한 투자자 행복한 카인입니다 :)

 

 

 

올해 3월 눈 시리게 파란 서울 하늘 아래에서

함께 임장을 하던 동료에게 들은 말입니다.

갑자기 머리가 띵~ 해졌었어요.

봄이 오는걸 샘하는 추위 때문인가

이따 갈 애플하우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가

어쨌든 그 날 참 머리가 아팠습니다.

 

 

 

 

태생이 투자자고 투자자로 숨을 거둘거라

내집마련은 언감생심 꿈을 꾸지도,

아니 솔직히 실거주 할 생각이 1도 없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가치와 가격도 모른채

내 돈으론 전세투자만 한다는 일념 딱 가진

말 그대로 코흘리개 투자자였거든요.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던 고민을 안게된 3월,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난 자리에 찬 공기가 앉으며

다시 코가 흐르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조금은 길었고 또 치열했던 고민중독 끝에

이번 겨울은 그래도 임장지나 월세집이 아닌

따뜻한 내 집에서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맞아요, 저 2호기로 내집마련했습니다.

 

 

 

 

1년반 투자자의 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실거주를 준비하게 된 이유와

그 때 과정은 어땠는지를 적어보려구요.

게다가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서울투자가 아닌

지방에 실거주를 마련한게 정말 괜찮은지,

우리 지방러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짧은 필력이지만 글자로 한 번 옮겨보겠습니다.

 

 

 

 

 

 

 

 

 

서울 수도권 아닌 지방도 괜찮나요?

 

 

 

 

수도권 집 팔고 서울 투자 했습니다!

라는 제목의 글을 읽을 때마다.

관드타, 한진한신, 전농SK가 날아갈 때마다.

지방러의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내 집은 사는 사람이 없을 뿐더러

설령 판다 손 치더라도 손에 쥐어질 돈은..

2020년 초반 임대차법과 심리가 만들어놓은

수도권과 지방의 매매가격 간극은

좁혀지기는 커녕 행여나 더 벌어지지 않을까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말 그대로 손 뻗으면 닿을 수 있었던 기회.

대구 달서구에 월성푸르지오 34평과

동대문구 답십리 청솔우성 24평이

2000년대 후반~ 1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같은 흐름을 가져갈수나 있을까 싶어요.

그때 팔았으면 매도 금액이 엇비슷했을텐데,

지금은 체급 자체가 달라져버렸습니다.

 

 

 

 

소위 서울 수도권에 깃발 몇 개 꽂으면 끝나는

이 자본주의라는 잔인한 게임 안에서

지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방에 사는 사람이라면 특히 공감이 갈거에요.

나름 광역시에 신축 전용 84라지만

아실 그래프에 붙여볼 수 있는 거는

수도권 외곽에 복도식 방2화1 구축이란걸.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서울 참 비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지방 진짜 싸다.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나 지방 더 싸게 산다.

 

 

 

 

내 힘과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미 벌어진 아실 매매 그래프를 보며

그저 하염없이 울고 앉아만 있을순 없겠더라구요.

출발선이 다른 건 내 영역이 아니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해나가자.

월부에서 제가 정말 존경하는 동료가

이런 말을 한 번 해준 적이 있어요.

 

 

 

 

이거(투자)

10년 한들 어떠리.

20년 한들 어떠리.

- 감사하는신바람님

 

 

 

 

남들은 처음으로 한 번에 서울에 집 살 때

나는 지방에서 시작, 세네 번에 걸쳐 가기로.

그리고 서울 사려고 투자 시작한거 아니잖아요.

원하는 목표는 서울 상급지에 등기 치는게 아닌

나와 내 가족이 돈 걱정 없이 사는거더라구요.

없는 돈에서 시작한다면 지방도 괜찮다.

이게 최선이고 최고의 결과가 될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그 결과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투자 아닌 실거주도 괜찮나요?

 

 

 

 

깔고 앉아야 하는 돈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생애 최초 주담대 80%를 받기 위해

아내 이름으로 대출을 알아봤는데요.

프리랜서라 소득이 잡히지 않았을 뿐더러

저희가 한 달에 변동비로 100만원을 안써서

소득 증명도 되지 않아 대출 가능 금액은 0원.

1주택자인 제 이름으로 대출을 일으키기로 했고

예상보다 2배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했습니다.

 

 

 

 

꽤나 큰 돈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돈이면 진짜 서울은 안되더라도

수도권에 작은 평수는 할 수 있을거 같은데.

이런 미련이 들 때마다 계속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더 지방 싸게 사면 된다고.

싸게 산 만큼 내 투자금은 덜 들 것이고,

걔가 일을 할 만큼의 충분히 가치있는 걸 찾자고.

그리고 그 물건을 있는 힘껏 싸게 사자고요.

 

 

 

 

검토하는 곳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

지역민임에도 정석으로 세 달 임장했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과 거인의 생각을 맞추기 위해

지역 특강도 두 차례 걸쳐 들었구요.

기존에 가졌던 편견을 모두 바꿀 수 있었습니다.

실거주지만 투자처럼 실거주를 하자.

또 진짜 실거주를 하라는 신의 계시인지.

코칭도 라즈베리튜터님께 받을 수 있었습니다.

될까?라는 의심이, 됐다!는 확신으로 바꼈습니다.

 

https://cafe.naver.com/wecando7/10987476

 

 

 

 

 

그래서 매일 퇴근 후 왕복 3~4시간 되는 거리에

신혼집이 될 매물 하나를 보러 다녔습니다.

가진 투자금으로 할 수 있는 단지가

그 동네에 한두 개 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제주바다 멘토님의 넓게보라는 조언과 응원에

감히 넘보지 못할 금액의 물건을 협상도 했습니다.

돈이 없어 실제로 매수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랜드마크 아파트가 전고전 30% 깎이더라구요.

 

 

 

 

내가 실거주하는데 드는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깔고 앉은 돈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싸게 산다. 무조건 싸게 산다.

감사하게도 호가보다 3천만 원 싼 물건과

인연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RR이에요ㅎㅎ)

이제와서 보니 열심히 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고 주거 안정성이었던거 같애요.

 

 

 

 

금이야 옥이야 예쁘게 기른 아이들이

행여나 당신들처럼 없는 살림에 시작할까봐

입을 거 먹을 거 참아가며 살아왔던 양가 부모님.

모든걸 해주면서도 못해준 것이 눈에 밟혀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집 사는데 보탬이고 싶지만

냉정한 자본주의란 놈이 빠르게 물가를 높입니다.

물론 집값도요. 티끝 모아 티끝이란 말이 웃프네요.

 

 

 

 

두 집 모두 그 '잘 사는' 집이 아니라

부모님들께 손을 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월부에서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겼고

덕분에 광역시 학군지에 신축 보금자리에서

이사 걱정 없이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배우자가

처음으로 빌라 아닌 남향 아파트에 살게 됐단게

정말 다행입니다. 꽃길만 걷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남들은 투자금 4억대로 1등 뽑을 때

지방에서 4억대 대출을 일으켜야만

겨우 돈을 깔고 앉을 수 있는 현실.

그걸 원망했던 숱한 날들과 생각들이

얼마나 눈 앞을 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요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방 대비 수도권투자가 더 가치있는걸 알지만

그러지 못한다는게 참.

출발선 자체가 달라 질투났거든요.

 

 

 

 

최고의 선택은 감당이 안돼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걸 하는 것,

이게 최선의 선택이고 오히려 최고의 결과라 봐요.

어쨌든 가치 있는 물건을 싸게 샀구요.

또 내가 깔고 앉을 이 돈도 일을 할 것이고

뒤쳐지기야 하겠지만은 이 또한 과정인 것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 한 구절입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 <새해 첫 기적>, 반칠환님

 

 

 

 

 

서울 투자가 아닌 지방 실거주로 시작합니다.

굼벵이가 뭐 어떻게 뛰겠어요.

달팽이가 뭐 어떻게 날겠어요.

대신에 끝까지 구르면 되겠더라구요.

꾸준하게 구르는 것, 기는 것, 걷는 것,

이게 제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란걸.

 

 

 

 

주저리 주저리 하고 싶은 말만 잔뜩 적어버렸네요.

결국 하려했던 말은 지방 실거주도 괜찮단거에요.

조금은 느린 선택이지만 과정 중의 하나이고

원하는 목표로 가는 길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서툰 3년차 투자자라 토닥여줄 줄도 잘 모르지만

해내고 싶어하는 지방러분들의 지친 어깨위에

토닥토닥 따뜻한 응원을 얹어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했으니 여러분은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부쩍 추워진 날씨와는 반대로

따뜻한 오늘이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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