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그러지겠지 싶었던 이번 추위는
기승을 부리면 부렸지 낮출 생각은 없네요.
조금은 따뜻하게 연말을 맞을까 싶었는데
안그래도 한 살 늘어날 예정이라
콧등이 찡하리 차가워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따뜻한 글을 가져왔구요.
제곧내 입니다.
누구는 절대 못 깎았던 가격인데
누구는 또 깎는다네요.
이런 가격 협상같은 실전 투자 이야기가
어떻게 따뜻할 수 있겠냐 싶지만은
짧은 글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확인하시면서 읽어봐도 좋을거같애요.
지난 주 월요일 2호기 잔금을 하고
통장에 돈이 좀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걸로 바로 3호기 투자를 마음먹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적은 2,500만 원
또 누군가에겐 큰 그 금액의 돈이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중독 끝에 저평가된 광역시 구축에
한 물건을 만나게 됩니다.
매도자분은 큰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해
한 달 전 부터 집을 내놨었는데요.
집 상태는 생각보다 양호했고
또 일 잘하는 사장님을 만나서
운 좋게 법인 전세까지 맞출 예정이었는데,
문제는 다름아닌 가격이었습니다.
매도자께서 희망하는 가격이
600만 원 정도 비쌌거든요.
소액 투자라 100만 원 단위 금액이
이렇게나 커보일 줄은 몰랐습니다.
무릇 협상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
그 사이의 어딘가에 점을 찍는거라.
내가 싼 금액에 매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줄 수 있는게 1도,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사를 위한 잔금일을 땡겨줄 수도
중도금을 쎄게 줄 수도 없는 상황.
이 말 한 마디 밖에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600만 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도자분은 500만 원이나 깎아주셨고.
목표 매수가에 딱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감사인사와 함께
소듕한 가계약금을 보내드렸어요.
(물론 꼼꼼한 특약과 함께요)
본계약 당일날 예쁘게 옷을 입고
공동중개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치마를 입었단 뜻은 아닙니다.
우리 부사님과 저쪽 부사님이 계셨고
자리에는 그 때 집을 보여주셨던
매도자께서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습니다.
평일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로 매매계약을 시작했고
일잘러 부사님 두분은 뚝딱뚝딱
안전하게 계약을 마무리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매매 계약을 마치고
다시 우리 부동산으로 돌아와서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외에도 필요한
예치금 영수증이나 관리소서류 등을
곤색 계약서 파일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혹시나 빼먹은게 없나 확인하던 중
계약을 직접 보지 못했던 우리 부동산에
실장님의 눈이 땡그래졌습니다.
아니, 이 사장님(매도자) 한 달 동안
10원짜리 한 장도 안깎아주더니만
어떻게 500만원이나 깎았대?
우리편 부사님은 커피 두 잔을 타며
미소와 함께 이런 답으 주셨습니다.
다시 적으려니 정말 쑥쓰럽네요.
아니 글쎄, 여태껏 자기(매도다) 집에
투자자 수십 명이 왔다가 갔는데,
집에 들어왔을 때 한 번
안방에 들어갈 때 한 번
집 다 보고 나갈 때 한 번,
90도로 세 번이나 인사하는 사람은
가인씨 밖에 없었다네 차암나~
그렇게 사장님과 커피와 빵을 먹으며
남은 전세 맞추는 일정에 대한 이야기와
요즘 부동산 시장 이야기,
그리고 단지 앞 전통 시장 이야기까지 하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문을 나왔습니다.
(물론 빵도 또 제가 사간 빵이구요)
투자를 하다 보면 참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역지사지입니다.
협상에서 아무것도 제가 드릴 수 있는게
정말 1도 10원도 없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게 사야하기에,
그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매도자의 입장에 서서
어떤 매수자에게 집을 팔고 싶을지
운전대를 잡고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평일 오후에 갑자기 전화 드려서
집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거실에 뒹구는 짐들을 이리저리 치우고
한바탕 청소하느라 힘드셨겠지?
부부의 사랑담긴 안방에 감히
매수자라고 덜컥 들어가는건
아무래도 실례지 않을까?
그래도 쉬고싶은 귀한 저녁시간에
집 팔려고 편하지 않은 손님을 들이다니
기분도 마찬가지로 편치 않으시겠지?
우리에겐 투자재이지만
그분들에겐 필수재입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살지만
그분들은 돈을 벌기 위해 그 집에 살구요.
우리가 임장을 하고 돌아가는 안락한 공간
그 공간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부동산은 말 그대로 인문학이 맞네요.
이사를 가든, 청약이 되든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집을 팔아야하는 매도자 입장에서
그 집이 어떤 의미인지
그 집에 어떤 추억이 담겨 있을지
이번 주 매물 임장을 통해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마음 담아
짧고 비루한 글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아참,
집 볼때 매도자분께 감사인사
잊지 마시구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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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렇게도 깎이는군요!! 카인님 축하드립니다! 역지사지 배우고 갑니다 👍
카인님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