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속의 아이콘이 될 지꿀입니다🍯
저는 서울 4급지에 있는 1호기에 거주중이에요. 오늘까지 3개월 정도 되었네요.
서울에 살아 본 적 없이, 경기도 평지에만 살았던 저였기에 ‘언덕 위에 사는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 1호기는 4급지 언덕위에 있습니다. 역까지 어떻게저떻게 하면 걸어갈 수 있는 억세권이긴 하지요. 투자를 진행할 때도 나름 억세권 가성비 아파트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 점을 강점으로 +주변에 나름대로 학교가 있고, 1km이내에 대형마트가 있다는 점 등… 월부에서 배운 입지선호요소들을 애매하지만 골고루 갖췄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실거주’라는 컨셉으로 진행했기에 잔금리스크가 없었고 당분간 거주할 집도 마련하며,
당시 부족했던 투자금으로도 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다르네요.
살아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1. 언덕위의 요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호갱노노 지도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4급지에서 임의로 단지를 가져왔습니다.)
지도상에선 멀쩡해보이는 대단지 택지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죠.
그래서 가보지 않고선 이 단지들의 땅의 모양을 알 수 없구요.
그리고 지도상에 경사도를 표시해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숨이 차는 경사, 더 힘든 경사가 잔뜩 보이네요.
(호갱노노에서 표현을 잘 해놓은 것 같아요. 실제로 가보면 숨이 차거든요 ㅎㅎ)
저는 제 1호기도 열심히 임장했었어요.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임장할 때 엘레베이터를 이용했다는 것이에요.
실제로 숨이차는 경사를 통해야 하는 지역이지만,
임장 당시에 엘베를 이용해서 그 경사를 거치지 않고 단지를 보고 내려왔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그 힘듦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주민들도 엘베 타고 다닐테니, 문제 없는거 아닐까요?”라고 궁금하실 수 있겠는데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가파른 언덕위에 있다’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 땅을 깎아내거나, 아니면 흙을 쌓아서 평평한 길을 만들지 않는 한 이 단지는 여전히 언덕위를 굳건히 지킨다는 것.
(그래서 적군이 쳐들어 오면 방어하긴 유리할 것 같습니다^^;)
엘베가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그래서 리스크가 있어요.
엘베가 고장나는 경우 통행히 상당히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차나 오토바이가 오가는 길은 거의 하늘을 향해 수직상승 해야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올해 눈이 참 많이 왔었죠?
저는 집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며 차들이 언덕을 오르지 못해 힘겹게 미끄러지며
후진으로 언덕을 다시 내려가는 모습을 수십분동안 지켜봤습니다.
이제야 매도자가 했던 말이 몸에 와닿습니다.
당시 저희는 계약서 마무리를 하기 위해, 1호기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 있는 부동산에서 만났습니다.
지꿀 : “차 끌고 오셨어요?”
매도자 : “아뇨, 차 가지고 나오는게 불편해서요”
지꿀 : (왜 불편하지? 걸어오는 것보다 편한 거 아닌가?)
…
저도 가끔 장을 보거나 주변에 일이 있을 때 차를 가지고 나가게 되는데요,
평지에 있었더라면 당연히 차가 편하다는 생각에 끌고 나갔겠지만,
가파른 언덕에 있다보니, 기상 상태에 따라 오히려 불편한 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제야 매도자의 그 말이 와닿습니다.
살아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2. 하나 뿐인 편의점이 사라졌습니다.
지도상으로만 봐선 제 1호기는 나름 택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바로 근처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살면서 걸어보니, 가깝지만 단절된 느낌의 단지였습니다.)
그리고 임장할 땐, 그래도 걸어가면 5분 내로 갈 수 있는 단지라서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장 이후로 매수를 위해 매물을 보러 다닐 때에도 그 길을 걸어보지 않고, 차로 왔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주민들의 불편함을 몰랐습니다.
그냥 ‘대단지랑 붙어있으니 환경도 불편하지 않겠지~' 정도였어요.
1호기 앞엔 유일한 것들이 많아요.
유일(했던) 편의점,
유일한 무인매점
유일한 카페
유일한 부동산 등…
그래서 저는 그 것들이 사라질 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주민들이 이용할 곳이 거기 뿐이니 유지 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유일했던 편의점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편의점에 갈 때면 차를 가져가야 하나, 걸어서 15분을 가야 하나… 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살아보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
꼭 6억이어야 하는 이유
(수요에 관한 이야기, feat. 밥잘 튜터님)
어제는 밥잘튜터님과 저희 월학 3반의 반모임이 있었습니다.
반모임에서 다위님께서 좋은 질문을 해 주셨어요.
‘수도권 6억대 구축 복도식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질의응답을 들으며 저는 속으로 많이 공감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1호기도 6억대였고, 상황이 딱 튜터님께서 말씀해주신 상황에 들어 맞거든요.
그래서 ‘나와 비슷한, 그 흔한, 이제 집 한채 마련해 보려는, 하지만 모은 돈은 이 정도인 사람들'에 대해…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 어디를 바라볼 것이며, 그래서 그런 단지들이 수요가 얼마나 있겠다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젊은 부부가 마련할 수 있는 집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열기에서, 실준에서 배운 기준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직장, 교통, 학군, 환경, 공급)
사람들이 거주할 집을 알아볼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 그 첫번째는 직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직장이 많은 주요업무지구 세 곳, 그 중에서도 강남으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단지.
그런 단지가 서울에선 얼마이며 어떤 모습(과 연식)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수도권의 단지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젊은부부가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거주 자금은 네돈 1억 + 내돈 1억 + 대출 (LTV70~80%) 끌어오면, 6억입니다.
이게 현실적인 금액이고, 그 금액으로 서울 안에 들어가려면 언덕 위나 외곽이나 연식이 더 오래 된 그런 곳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찾는 곳이 수도권 6억대 구축 복도식 아파트인 거고, 그래서 수요가 있는 거에요."
(저도 비슷한 조건으로 실거주 투자를 진행했고,
저도 대출 원리금에 부담을 느끼며,
저도 치킨 한 마리 시킬 때, 좀 더 싼 거, 14,000원에 먹을 수 있는 치킨 없나? 쿠폰 없나?
그런 걸 고민하고 있는, 6억이어야 사는 사람 중 한 사람이거든요:)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며 복잡하지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아보니 다름을 느꼈습니다. (물론 확신을 가지고 목표가격에 맞춰 투자를 했기에 여전히 확신은 있습니다.)
경험담을 쓰고 나서도 아직 머릿속에 정리되진 않았지만, 방향은 잡혀서 다행입니다.
선호와 수요의 이해를 제대로 하며 다음 3월을 채워가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목표하던 투자를 하셨나요?
회원님의 제2의 직업, 월급쟁이 투자자로서 경험한 실제 투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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