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투자경험

[아처] 서울 4급지 신축 대단지에 1호기-2탄(조급함의 결정체)

  • 25.06.22

1탄에 이어…

 

대체 그동안 뭘 배운 거니?

1호기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부: 사모님 저번에 보신 그 매물, 주인이 세금 문제 때문에 ~~에 파시고 주전으로 살아 주신대요. 

다른 매물 매임 후 부동산에서 받은 전화라 약간 얼떨떨한 상황이었고 부동산 사장님과 이야기 마무리지어야 해서 일단 끊었습니다. 단지는 매우 맘에 들었지만 뒷동 비선호동이라 사람들이 거의 찾아 않아 꽤 오랫동안 걸려 있던 단지였는데요. 매물 상태도 깨끗했습니다. 제가 한 번 보고 제시했던 가격보다 천 만원 깎아서 제시하더라구요. 두 개 매물 날아가서 조급해질대로 조급해졌고 어제 강사와의 만남에서도 서두르라는 그 말씀에 이미 마음에서 매수 버튼을 눌러 버렸습니다. 조건 다 만들고 가계약금 넣으라고 그렇게도 강조하고 당부하셨는데 결국 이거라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동산에서 누구 보러 온다는 그 말에 제시했던 가격보다 500 더 올린 가격에 가계약금을 앞뒤 생각없이 보내 버렸습니다. 내가 하려고 했던 마지노선을 지키려고 저환수원리 다 내팽개치고 그동안 공부했던 모든 것들을 다 날려 버렸습니다. 그날 약속잡았던 매임 단지들을 보는데 집중이 될 리 없었고 어느 한 매물은 올 2월에 봤던 집이었습니다. 여기도 특올했다고 그 가격 고집하다 아직까지 안 팔렸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계약이 됐다는 카톡을 보고 나니 문득 정신차려졌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 단지 매물 다 털었니? 전임 다 해 봤어? 지금 복기하는 이 순간도 너무 치욕스러워서 숨이 막히네요. 시장이 달라졌고 가격이 오르고 있고 빨리 행하라(전날 강사님과의 만남에서 제게 배정된 방도 行방이었습니다.)에만 꽂혀서 ‘그래, 행할 때가 됐어.’라고 암시를 걸고 조건 걸지도 않고 안전 장치도 없이 페달 밟아버렸습니다. 이때부터 계약날까지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주인의 사정을 알아야 한다(정말 정말 중요)

-가격 제안이 매력적이어도 더 후려쳐야 한다(놓칠 것 같다는 조급함이 이런 참사를...)

-다 털어야 한다(모든 부동산 전임이나 워크인 통해 크로스 체크해 가며 동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후약방문

토요일 가계약금 보내고 난후 이 선택이 잘한 것인지 확인받고 싶어서(한편으론 혼나고도 싶었습니다.) 우지공님과 채너리반장님께 연락 드렸습니다. 지공님의 가이드를 따르지 않은 걸 깨달았고 채너리님은 수고했다고 축하한다고 하셔서 그 때 펑펑 울었습니다. 무슨 자격으로? 뭘 잘 했다고? 축하를 받니?두 분 모두 제게 복기를 잘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걸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데 복기하라고 하시니 영락없이 매수해야 하는 건가? 널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비선호동 절대 하면 안 된다던 부동산의 얘기들이 기억났고 다른 부동산들에 전화해서 뒷동 선호도를 파악해 봤습니다. 이게 무슨 짓인지? 최악의 경우 가계약금 포기하고 절치부심하자는 각오로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이 단지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더 확인은 하고 싶었습니다. 이 곳이 과연 내 투자금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가? 그래서 매코 신청을 했는데 대기였고 스스로 자책하고 가족들에게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러려고 그동안 강의 듣고 임장하고 길에서 땀흘리고 차비들였나? 다른 수강생분들은 투자 프로세스대로 야무지고 똑똑하게 해내던데 내 투자는 이렇게 마치 잘못된 투자 사례로 소개될 에피소드로 끝나게 되는 걸까? 오만 가지 생각에 해답은 안 나왔고 다행히 매코 대기 신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음달 오전 시간으로 초이스하고 보니 제주바다 멘토님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환호?했네요. 뭘 잘 했다고...어쨌든 매코 질문지 제출하고 그 다음날까지 마치 생명줄이 다 닳는 것처럼 초조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더라도 달게 맞고 나는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함으로써 설욕하겠다고 다짐은 한 상황이었습니다. 코칭 시간이 다가오자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제주바다님이 뭐라고 하실까? 하라고 해도 문제, 하지 말라고 해도 문제였습니다. 갈피를 못 잡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제주바다님이 ‘아처님! 잘 잡으신 거에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네?’ 그 단지의 가치에 대해 제주바다님의 인사이트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시장의 흐름상 현재 이 단지의 가치와 움직임 등 제가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었고 주인이 내건 조건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리스크도 어느 정도 헷징이 되어 있는 조건이라고 하셔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한편으론 이거 안 하고 다른 거 할 거 있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퇴양난이었는데요. 손에 쥔 단지리스트업이 최소 5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이해가 갔습니다. 조급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려면 손에 쥔 단지가 많아야 했던 것입니다. 

-마지막 대기 매코가 나름 신의 한 수(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바라보는 게 정말 중요)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고 흔들렸던 나를 복기하며 앞으로는 임장을 통해 단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목표를 두자고 다짐함.(가치를 확신하지 못하니 잡음에 흔들리는 제 모습이 한심했습니다. 확신을 주는 요소가 뭘지 더 열심히 파헤치겠습니다. 튜터님들께서 넓게 보라고 하시는 지역이더라도 제가 확신이 없으면 이렇게 흔들린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확언대로 그 시기에 해낸 1호기. 하지만 조급함의 결정체였던 1호기. 이제 잘 품고 가자

여기 꼭 투자하자라는 확신도 매물 다 털어서 한 번 만들어 보자 하는 열정도 부족했고 진짜 후회 없이 다 쏟아냈어 하는 그런 후기가 아닙니다. 하필 대선 이후와 맞물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조급함으로 한 1호기, 그래서 내 주도권이 거의 없던 1호기라 이 등기가 어떤 의미일지 지금도 솔직히 혼란스럽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모든 걸 갈아 넣은 노력이 아닌 조급함에 적정선에서 쉽게 가격 협상해 버리고 내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이 단지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주바다님의 코칭을 통해서 이 단지의 가치를 알게 됐고 투자자라면 어떤 걸 거르고 어떤 가치에 포인트를 두고 투자할 매물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21일 토요일 계약하고 오니 잔금은 아직 남았지만 마음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소중한 1호기인데 치열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한때 그냥 날려 버릴까만 생각했던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투자는 책임지는 것이고 내가 핸들링해야 한다

 

1호기 투자를 통해 배운 점

투자는 빨리 하고 싶고 가격은 올라가고 매물은 날아가고 안 좋은 매물들만 남은 상태에선 저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급해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협상 측면에서 빵점이었던 제 1호기 복기를 해 보자면

-달랑 두 개 날리고 세 번째 기회를 잡은 거지만 기회는 여전히 있는데 다만 제가 못 찾은 것일 수 있습니다. 실은 이 곳 말고 정말 하고 싶은 다른 단지가 있었는데 투자금이 너무 오버되어 여긴 안 되나보다 하고 어느날 전임해 보니 얼마 전에 누군가가 제 투자금으로 계약했다는 말씀을 하셔서 진짜 넓게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부동산별로 가격 만들어 주는 곳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내 확신이 없고 편견에 치우쳐 있으면 단지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감정으로 파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월부에서 정석대로 배운 임장과 임보 필수입니다. 

-답이 안 나오겠다 싶으면 코칭을 통해 단지 가치를 분석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강의 수강과 과제 작성도 벅차서 동료분들의 실전투자경험담을 자주 읽지는 못했는데 과제처럼 읽고 동료분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을 BM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매 계약 형태(매매,세낀,주전)에 따른 가계약 양식을 카톡에 저장해 두고 계약 이뤄지면 그 형태로 진행하기.

-의사 결정을 인지하고 비용 대비 편익(금액과 조건 시간) 생각하며 시간 걸리더라도 밀당하기

 

Thanks to

월부 강사님들의 강의와 튜터링, 오프 만남의 기회를 통해 많이 배웠고 정규 강의에서 만났던 많은 동료분들의 응원 덕분에 1호기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잘 한 건 환경 안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점입니다. 월부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에 정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조급했지만 서둘러야 할 시기라는 걸 일깨워 주신 자유를 향하여 멘토님, 줴러미 튜터님, 용맘 튜터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투자 결정에 확신을 주신 제주바다 멘토님 가치 판단의 중요성을 알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월부에서 전화점이 되었던 열중 39기 78조, 서투기 19기 41조 동료분들. 공교롭게도 가장 더울 때와 가장 추울 때 함께 해서였는지 더욱 끈끈한 전우애로 다져져서 서로 많은 응원 받아 감사드립니다. 큰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호랭시user-level-chip
25. 06. 22. 10:05

2편까지 연이어 써주셔서 너무 좋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아처님! 복기를 이렇개 바로 하시고 기록 남겨두시는거 너무 좋은거같아요! 2호기도 화이팅입니다👍

청크람user-level-chip
25. 06. 22. 11:43

아처님 이렇게 상세한 복기글을 2편까지 내리 써주시다니!! ㅎㅎ 1편도 그랬지만 2편은 정말 더 감정이입해서 보게 됐네요. 덕분에 일요일 하루도 정신번쩍 차리고 해야할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 저번에 한강집사님이랑 사진으로라도 뵐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는데, 나중에 서울 오시면 저도 불러주세요 ㅎㅎ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노후를 튼튼하게user-level-chip
25. 06. 22. 12:20

아처님 고생하셨습니다 제주바다님께서 위안의 말씀을 햐주셨네요 1호기 원래 우당탕탕 이래요 저도 그럴싸해보였지만 엄청 우당탕탕 이었고 엄청 큰 실수를 할뻔 했습니다 (복기때는 완전 까먹어서 쓰지 못했지만 잔금치고 다시 후기 써보려구요) 그럼에도 1호기 하려고 강의 들으면서 책 읽으면서 우린 치열하게 고민했잖아요 선배님글 말씀처럼 복기 열심히 하고 다음번에 같은 실수 안하면 되는걸요 ! 우리 행복하게 보유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