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30대인데 지금부터 돈을 모아도 될까요?”
“50대인 지금,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강의실에서 수강생 분들을 뵈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부터 하면 되지, 그걸 왜 물어보나?” 하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이 질문이 단지 돈 문제를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이 질문 속에는 ‘먼저 시작한 사람들과의 차이’에서 오는 불안함, 그리고 ‘나만 늦은 건 아닐까’라는 조급함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이미 내 집 마련에 성공했고, 누군가는 연금저축 계좌에 수천만 원을 모아두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그동안 뭘 했지?”라는 자책감이 들기 쉽습니다. 더 나아가 이 간극은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죠.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저 역시 이런 감정을 누구보다 깊게 느꼈던 사람입니다. 요즘 제가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다 보니,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때 저는 아이 등하원을 도와주거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하지만, 사실 과거의 저는 오히려 그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삼수로 입학했고, 군대도, 취업도 남들보다 늦었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은 ‘나는 평생 이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일을 쉬고 있는 청년층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요즘 청년들은 나약하다”, “의지가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뉴스, SNS, 유튜브 어디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큰 수익을 냈고, 누군가는 이미 부동산을 샀다는 이야기가 넘쳐나죠.비교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내 현실은 초라하게만 느껴지고, 당장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버는 일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조급한 마음은 오히려 더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빠르게 따라잡고 싶어서 테마주, 급등주 등에 과감하게 베팅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벌고 잃고를 반복했고, 지나고 나니 차라리 그 시간에 적금을 들었으면 더 나았겠다는 후회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 끝에 저는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비교하지 않는 시선’과 ‘단 1년의 여유’입니다. 이 두가지 관점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 거리를 좁히고, 더 나아가 지금 이자리에 올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줄 세우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성적, 입시, 취업, 연봉, 자산... 끝없는 비교 속에서 살아왔죠. 그런데 특히 투자에서는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자산의 크기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1억을 벌고, 나는 1천만 원을 벌었을 수 있습니다. 상대평가에선 내가 부족해 보이겠지만, 절대평가에선 내 자산이 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투자하는 것의 장점은 나만의 페이스대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잘 아는 것,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투자에 집중하게 되어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남들과 수익을 비교하며 투자를 하면, 내가 잘 모로는 것, 감당할 수 없는 투자를 하며 손실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엔 본능적으로 최대한 짧게 투자하고 자산을 크게 만들어서 빠르게 은퇴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투자에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대신 늦게 시작한 것을 인정하고, 딱 1년만 더 투자 기간을 늘려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이 계획은 최종 자산에 생각보다 더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평균 수익률 10%로 월 100만 원씩 20년간 적립식 투자를 하면 최종 자산은 약 7억 6,500만 원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투자 기간을 단 1년만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자산은 약 8억 6천만 원으로 불어나게 됩니다. 단 1년 차이로 약 9,300만 원이라는 큰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흔히 투자는 시작이 빠를수록 좋다고들 합니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했더라도 딱 1년만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으로도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투자를 하니 어느 순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자산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뒤처진 것을 만회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상당히 앞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쯤 되면 내가 앞서 나간 거 그거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그 자체로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불안함 대신,
"지금부터 나의 기준대로, 나의 속도대로 차근차근 시작해 볼까?"
라는 희망적인 질문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내딛는 한 걸음이 결국 내일의 가능성을 만듭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 우상향합시다.
댓글
광화문금융러님 덕분에 퇴직연금을 놀리지 않고 잘 굴리고 있습니다 :) 투자를 해나갈 때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