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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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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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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도발적이지요? 

 

온라인 글쓰기에서 제목은 본문의 마케터입니다. 요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출입문을 만들어야 방문하죠. 하지만 그렇게 제목에 이끌려 방문한 가게(본문)가 실망스럽다면 다음부터는 찾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품이 좋은 뒤라야 마케팅도 빛을 발합니다. 

 

몸은 움찔 움찔, 마음은 조마조마한 글에 지치셨다면 잔잔하지만 묵직한 보이차 한 잔 한다는 생각으로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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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학교에서의 일입니다. 입시 미술을 배운적 없이 다소 무모하게, 운좋게 디자인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래서 드로잉 중심의 1학년 파운데이션 과정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 당시엔 ‘이 학교, 잘못 온건가’ 싶었죠. 그무렵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건이 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동 학년에서도 나이 차가 다양했습니다. 학기 초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강의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반의 2살 위 누나가 제 앞을 가로 막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대체 어떤 탤런트가 있어서 여기에 합격했니?” 이 문장이 아직도 틀림없이 기억 날 정도입니다. 너무 당황한 저는 아무말도 못하고 얼어 붙었죠. 

영국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분이셨는데 해외에서는 이런 게 별로 무례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의아했다가 점차 화가 나기 시작했죠. 하지만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인정해야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던 질문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이내, 잘못 왔나 싶었던 이 학교를 다닐 명분을 찾았습니다. 

 

“증명할테다.” 


한달 쯤 지나 수업이 반복되면서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겪는 큰 문제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문제는 개개인의 실력과 별개로 과제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드로잉에 소질없던 저는, 이 문제만 해결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이렇게 전략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고 직감적으로 "지금 내가 할수 있는 방법이 뭘까?"라는 생존 본능 뿐이었죠.  

 

그 문제는 이렇습니다. 수업을 마치면 다음주 수업까지 168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대개는 본인이 하고 싶고 & 남들이 하지 않을 법한 주제를 찾느라 거의 160시간을 씁니다. 그리곤 시간에 쫓겨서 결정한 주제로 수업 전날에 예닐곱 시간의 밤샘 작업을 해서 과제를 제출하는 식이죠. 가만보니 졸업을 앞둔 선배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 주제를 빨리 정할 수록 작업에 시간을 더 많이 쓸수 있게 됩니다. 실력이 미천하니 탤런트 싸움이 아니라 시간관리 싸움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제 제출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수업이 끝나자마자 1시간 이내 주제를 정할 것
  2. 수업 4일전에 무조건 과제를 끝낼 것
  3. 잘하려고 하지말고 끝내려고 할 것

 

책상에 써붙여놓고 학기 내내 지켰는데요. 어느 날은 선 하나를 제대로 못 그어서 그렸다 지웠다 하는 대신 수만 개의 점을 찍어서 그림을 그렸고 처음으로 교수님의 칭찬과 함께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점묘법이라는 선택이 무모함이 아니라 차별화 전략이 될수 있었던 이유는 동기들보다 주제 결정 시간을 160배 단축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수 있었고 나중에 졸업 동기 모임에서 눈 동그란 누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사가 10점 과녁을 맞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A. 수백만 발을 쏴본다.

B. 활을 쏘고 과녁을 그린다. 

 

A는 시간의 세례가 필요한 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B를 한번 해본 것인데요. 당시에 “선택지에 답은 없다. 빨리 결정하고 답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문제를 해결할 때 대원칙으로 삼습니다. 

 

B를 선택한다면 미친 놈 소리 들을 각오 정도만 하면 됩니다. (점찍고 있을 때 실제로 많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슈팅라인에서 사회가 그려 놓은 과녁에 활시위를 당기느라 여념이 없을 때 어디 이상한 데 가서 어설픈 과녁을 그리고 있을 테니까요. 대신 그렇게 그려진 과녁에 있는 활은 언제나, 반드시 10점입니다. 

 

네, 희박한 No.1이 아니라 무조건 Only 1이 되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실행보다 결정에 훨씬 많은 시간을 씁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잉 시뮬레이션을 하느라 수 많은 기회를 날리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수백만 발을 쏘는 반복적인 훈련을 하고 또 어떤 일에 대해서는 활을 쏘고 과녁을 그려보는 선택도 합니다. 이 둘을 다르게 봤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B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A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인간(자연)은 1%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다.” 

 

얼마전 팟캐스트에서 제 귀를 잡아 끈 문장입니다. 확신을 거두고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자 더욱 생기가 넘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옳은 선택은 없고 방법론(A or B)도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진리가 있다면 불완전했던 2-30대의 경험 그 자체가 나의 준거틀을 만들었고 그것에 의지하며 결정을 쌓아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익 추구가 가장 큰 목적인, 회사를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면 뭐가 남을까요? 바로 “의사결정”입니다. 회사는 의사결정이라는 세포의 총합이고 그 결과가 이익입니다. 즉, 좋은 결정을 쌓을수록(그래서 시행착오가 줄어들수록) 이익이 커집니다. 근데 이때 ‘좋은’의 8할이 “제 때”입니다. 

 

혹시 지금 미루고 있는 의사결정이 있다면 활을 쏘고 과녁을 그려보세요. 정답은 아닐수 있지만 결정을 미루는 오답보다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아나요. 재밌어서 하다보면 “유일”한 사람이 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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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랄라랄랄랄user-level-chip
25. 07. 03. 21:14

퇴근길에 정말 숙고하면서 읽었어요. 두 가지 방법 모두 경우에 따라 접근하되, B를 해봤기에 A도 찾은 것이란 말씀이 인상깊어요. 제때를 잊지 않을게요~~ 커뮤니티 글에 하이라이팅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칠해놓고 보고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Sunny도도user-level-chip
25. 07. 03. 21:41

저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과잉 시뮬레이션을 하느라 수많은 기회를 날리는’ 전형적인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데 르코님의 글이 제 마음에 그대로 새겨지네요. 필사하며 다시 마음에 새기려구요. ‘제 때’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탑슈크란user-level-chip
25. 07. 03. 21:48

잘못될까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활을 쏘고 과녁을 그리라는 것은 정말 묵직한 한방이네요. 빨리 결정하고 결정을 답으로 만들어 가는 부분 도전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