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1급지, 40억짜리 구축 아파트에 살아보니 생긴 생각들 [파됴]

  • 25.07.31

안녕하세요, 파됴입니다.
제가 1급지 구축에 실제로 거주하며 느낀 점들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써봤습니다.

 

월부를 통해 투자를 결심한 뒤,
자산 재배치를 목적으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 자금으로 갈 수 있는 전·월세 매물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빌라 위주로 보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파트는 비쌌기 때문에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인근에 입주장이 터진 시점이었고,
그 영향으로 1급지 재건축 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되었습니다.
그 타이밍 덕분에 빌라가 아닌 아파트가 예산 안에서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10개월 아기와 12월 추운 겨울, 집에선 패딩을 입고 버티던 날들

 

제가 선택한 집은 말 그대로 ‘낡고 낡은’ 재건축 아파트였습니다.
그 안에서도 단지 내 가장 저렴한, 이른바 ‘기본 집’을 찾았습니다.

이 단지에서 말하는 ‘기본 집’이란
거실에 바닥 난방이 없고, 벽에 라디에이터가 설치된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점을 감안하고 들어간 집이었지만,
입주 후 확인해보니 방에 있어야 할 바닥 난방까지 고장난 상태였습니다.

배관이 워낙 노후되어 전체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빌라보다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월세를 추가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점은 추웠던 12월,
아이 나이는 10개월이 막 지난 참이었습니다.

밤에 거실로 나오면 패딩을 입고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고,
아이 방은 은박 돗자리, 뾱뾱이, 컨벡터, 난방텐트 등
쓸 수 있는 난방 도구를 모두 동원해 겨울을 버텨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거실에 앉아 있다가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싶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난방비 폭탄, 녹물, 주차난 – 재건축 아파트의 일상

 

1. 난방비 폭탄
중앙난방이지만 튼 만큼 따뜻하지 않고 비용은 많이 나옵니다.
많은 세대가 난방을 거의 틀지 않는다고 경비 아저씨께서 말씀하셨고,
그마저도 틀면 난방비 폭탄이 나온다고 합니다.

 

2. 녹물
수전 필터를 설치하자마자 필터가 주황색으로 변했습니다.
모든 수전에 필터를 설치했고,
초대형 녹물 필터까지 추가해 사용 중입니다.

 

3. 주차
지하주차장은 없고, 지상에는 2중, 3중 주차가 기본입니다.
겨울에는 빙판 위에서 앞차를 밀다가 미끄러질뻔한 적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차를 잘 안끌게 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이 단지에 빈집이 많더라구요.
40억이 넘는 집을 비워둔 채로 두는 여유…
역시 자본이 있는 분들은 버티는 체력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장점이 불편함을 상쇄한다

 

불편한 점은 많았지만,
그만큼 장점 또한 분명했습니다.

  • 출퇴근이 편하고(강남까지 10분내외)
  • 마트, 병원, 도서관, 백화점이 모두 도보권에 있으며
  • 무엇보다 이웃 주민들이 참 좋습니다.

 

‘40억 넘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분들이었습니다.
재건축 아파트라 그런지 어르신들이 많고,
명품을 두른 이미지보단 소박하고 단정한 모습이 많았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말을 걸어주시고,
“집 많이 춥지 않냐”고 위로해주시고,
“난방비 많이 나오니까 적게 트세요” 같은 조언도 건네주셨습니다.


1급지에 살아보니, 느껴지는 흐름들

 

이 동네에서 만나는 분들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게 되면
자녀가 전문직이거나 다른 1급지에 거주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면
‘1급지에서 자녀를 키우면, 확률적으로 계속 잘 살 수밖에 없는 구조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책이나 강의에서 배워왔던 내용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도 꽤 맞아떨어진다는 걸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평범한 분들처럼 보이지만,
이야기 속에는 자산의 크기나 흐름이 은근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이 동네가 가진 기반이 다르다는 걸 새삼 체감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살면서 확실히 알게 된 건,
좋은 동네는 쉽게 떠나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세입자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동네에서 집을 갖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하신 분께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동네에서, 입지의 힘을 체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댓글


배배영
25. 07. 31. 17:45

됴님,,,, 너무 자세히 풀어주셔서 생생히 그려집니다! 10개월 아가와 추운 겨울을 버텨내시면서 많은 감정이 드셨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좋은 동네의 장점에 저도 혹하며, 좋은 곳을 떠나기 어렵기 때문에 입지 좋은 곳의 선호도가 빠지기 어렵겠다 느꼈습니다🩷 경험담 감사해요!

돈이열리는나무
25. 07. 31. 19:21

오오 너무도 귀한 1급지 + 재건축 거주 후기라니!! 파됴님 감사합니다😊 멀리서 응원 중입니다😆

워터독
25. 07. 31. 23:18

파됴님 ^^;; "내가 여기 왜 왔을까?" 누구든 어떻게 그 마음을 다 이해하겠어요... 언젠가 엄청난 부자가 될 파됴님 항상 응원합니다. 빠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