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기 저... 반포에 집을 샀어.”
지난주 우연히 회사 2층 화장실에서 같은 동네 살았던 회사 선배를 만났다.
그동안 일로만 이야기를 나누었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못했었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사실 선배라기보다는 나보다 15살이나 많은 어른이지만 이 분에게는 누구나 편히 대할 수 있는 편안함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그냥 선배라고 부르기로 했다.
선배님은 2년 전에 나처럼 수원에 살고 계셨기에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다.
"선배님 혹시 이사는 하셨어요? 저는 작년에 이사를 해가지고 수원에서 회사 쪽으로 좀 올라왔어요."
잠시 정적 후에 선배님께서는 옅은 미소와 함께
"아유, 벌써 이사한 지가 2년인데 ㅎㅎ 난 서울로 이사 갔어."
"와 서울로 가셨군요! 어느 쪽으로 가셨어요? 회사 다니기는 편하세요?"
"응, 좋아.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타서 차가 좀 막히긴 하는데 회사에서 배려를 해줘서 7시 출근 4시 퇴근해서 그 시간엔 출퇴근할만하더라."
“회사가 판교인데 경부를 탄다면 강남이다!”
꽤 오랫동안 부동산 공부를 했던 나는 이 선배님께서 강남 쪽으로 이사했다는 것을 반사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선배님께서는 회사에서도 아파트 투자를 통해 자수성가 한 사람으로 유명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왕래가 없었기에 이런 과정을 들을 수가 없었었다.
순간적으로 이 분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심에 사무실로 가려는 그와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시도했다.
"선배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쪽으로 이사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왜냐면 제가 서울에 집을 하나 사두었는데 출퇴근이 힘들까 봐 아직 입주는 하지 못하고 세를 주었거든요. 그리고 경기도에 살다가 서울에 살게 된 사람의 생활이나 생각도 궁금해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선배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더 이상 걸음을 사무실로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나와 함께 1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나는 저기 저... 반포에 집을 샀어."
선배님께서는 부끄러워하시며 본인이 2년 전에 수원 집을 팔고 반포로 이사했으며 출퇴근이 힘들기에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 기능이 좋은 테슬라 모델 3 차량을 구입해 출퇴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어떻게 집을 사신건지, 얼마에 사셨는지, 지금 얼마나 올랐고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복도에 서서 그 이야기를 다 하기 어려웠기에 나는 그 순간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선배님, 혹시 수원 사시다가 반포로 가신 거잖아요. 가장 좋은 게 뭐예요? 뭐가 다른가요?"
"우선은 정말 좋아. 가족들이 정말 행복해하고, 환경이 다르니까 시야가 트인다는 말이 뭔지 알겠어. 나는 그동안 보지도 못했던 문화, 물건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초반에는 그것들을 이해하기도 벅차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방식이 다르더라고. 지금도 열심히 배우는 중이야.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이야기하자."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거 같아. 여기는 아이들이 당연히 공부를 하는 문화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즐겁게 본인의 미래를 꿈꾸며 공부하는 것이 느껴지니까. 내 아이들도 바로 그 문화에 적응하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시작하더라. 중요한 게 뭐냐면 내가 수원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들어갔던 교육비랑 반포에서 들어가는 교육비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야."
"어? 그건 제가 생각하는 거랑 완전히 다른데요?"
"신기하지? 왜냐면 여기도 학원이나 교습소가 많을 거 아냐. 다 경쟁이니까 시장 경쟁에 의해 가격이 많이 오를 수가 없는 구조더라. 그래서 별 차이가 안나더라고. 교육비의 차이는 적은데 환경은 더 좋다는 거지. 너무 좋지 않아?"
"비록 나는 집과 회사가 조금 멀어졌지만 저녁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매우 행복해. 나는 네가 투자를 열심히 해서 꼭 반포에 왔으면 좋겠다."
복도에 서서 나와 선배님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선배님께서는 응원의 한마디까지 남기며 본인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야기를 마치고 한동안 멍하게 선배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짐했다.
"다음 주엔 선배님과 점심식사를 하며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꼭 내가 밥을 사서 선배님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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