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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감각 독서후기
제목: 부의 감각
저자: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출판사: 청림출판
읽은 날짜: 9월 2–3주
제목: 부의 감각
저자: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출판사: 청림출판
읽은 날짜: 9월 2–3주
이 책을 펼친 이유는 간단하다. 월급쟁이부자들 너나위님이 극찬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돈에 관한 의사결정을 잘하고 싶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추천했으니, 이쯤 되면 나도 안 읽을 수 없었다. 돈 앞에서 늘 후회하는 내 습관을 좀 고쳐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돈에 관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데 아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p.42 〈02. 돈이란 무엇인가〉)
이 얼마나 씁쓸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인가. 우리는 뭔가를 사면 그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동시에 “이걸 사느라 다른 걸 못 샀네?”라는 기회비용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합리적인 선택 대신, ‘일단 지르고 보자’는 감정이 앞서는 것이다.
또 이런 장면도 흥미롭다.
“60달러짜리 셔츠와 ‘100달러 → 40% 세일! 단돈 60달러!’라는 셔츠. 사실 똑같은 값인데, 사람들은 세일 문구가 붙은 걸 훨씬 더 가치 있게 여긴다.” (p.58 〈04.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여기에는 전형적인 상대성 개념이 숨어 있다. 세일이라는 단어 하나가 우리 뇌에 마법을 건다. 이모님들은 세일 중인 셔츠에 환호하면서, ‘그냥 60달러’라고만 붙은 가격표엔 분개한다. 사실 똑같은 돈을 내고도 감정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합리적 판단? 그런 건 이미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자동차나 리조트 이야기에서도 같은 맥락이 등장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교외에 나가면 공짜 여행을 즐긴 기분이 든다. 이미 자동차 유지비를 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그 순간은 ‘거저’라고 느끼는 것이다. 타임쉐어 리조트도 마찬가지다. 거액을 미리 내고 예약권을 샀지만, 막상 휴가철에 숙소를 이용할 때는 ‘공짜 숙박’을 즐긴다고 착각한다.” (pp.114–115 〈05. 돈은 대체 가능하다〉)
이는 지불의 고통이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전형적인 예시다. 구매 시점과 사용 시점이 분리되면, 뇌는 그걸 공짜라고 속아버린다. 똑똑한 척해도 결국 우리의 소비 감각은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에 가깝다.
비슷한 착각은 기프트카드에서도 벌어진다.
“현금으로 커피를 사면 소박하게 아메리카노를 고르지만, 기프트카드를 쓰면 죄책감이 사라지고 벤티 소이 차이 라테에 비스코티까지 추가한다. 카드를 쓰는 순간 ‘이미 지불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p.142 〈06. 고통을 회피하려는 습관〉)
즉, 기프트카드는 일종의 가치 단서다. 현금은 직접적인 고통을 불러오지만, 기프트카드는 “누군가 대신 계산해줬다”는 암시를 준다. 그래서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주문을 당당하게 해버린다. 지갑은 안전하지만, 결국 통장은 탈탈 털리는 구조. (미국인들은 소이차이라테 진짜 많이 비웃음 ㅋㅋ 아니 두유가 어때서유? 차가 어때서유?)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대목은 ‘공정성 집착’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그 가치가 좋아도 불공정하다고 믿으면 거부한다.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 처벌한다. 굳이 우산을 사지 않고 비를 맞는 편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p.238 〈09. 공정함과 노력에 대한 과도한 염려〉)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비 오는 날 우산값이 오르는 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론적 합리성보다 공정함이라는 감정에 더 크게 반응한다. 이성 대신 감정이, 이익 대신 고집이 앞선다. 돈 앞에서 이렇게까지 비합리적인 게 인간이다.
게다가 금융업계는 우리의 비합리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담보대출 상품 판매자들은 사람들이 다차원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때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들은 ‘빠르게!’를 외쳐댄다. 그래서 대출상품에 점점 더 많은 옵션을 붙인다.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를 제시해서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보다 많은 정보와 보다 많은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보다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p.403 〈17. 돈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방법〉)
이 말인즉, 은행은 ‘선택의 자유’를 준다며 사실상 ‘혼돈의 자유’를 파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옵션 과부하에 걸려, 제일 합리적인 선택 대신 “이달의 특가 상품”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낚여버린다.
사실 이런 경험은 대출만이 아니다. 휴대폰 요금제만 해도 그렇다. 데이터 무제한, 가족 결합, OTT 번들, 멤버십 포인트 적립… 설명만 듣다 보면 “내가 요금제를 고르는 건지, 요금제가 나를 고르는 건지” 헷갈린다. 결국 상담사가 추천한 걸 쓰게 되고, 나중에 보면 내가 필요도 없는 ‘넷플릭스 4인 요금제+골프채널 무료 구독’에 가입해 있다. (참고로 나는 골프를 싫어함) 은행이든 통신사든 원리는 같다. 옵션은 많아 보일수록 화려하지만, 우리의 뇌는 결국 가장 비싸거나 가장 쓸데없는 걸 선택한다. (지금 수명이 다 되어가는 6년된 핸드폰 쓰는 나는 아직도 어떤 폰을 해야할지 선택을 못내리고 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읽다 보면 어렵다기보다 오히려 “아, 나 얘기네” 싶어서 피식 웃게 만든다. 마케팅, 세일즈 업계 사람들은 이미 필독했을 테고, 나와 같은 일반인과 돈 쓰는 게 너무 즐거운 소비요정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들의 조합도 흥미롭다. 댄 애리얼리는 듀크대 교수이자 행동경제학의 거장으로,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수많은 실험으로 입증해낸 인물이다. 전작 《상식 밖의 경제학》으로는 ‘경제학계의 코페르니쿠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반면 제프 크라이슬러는 프린스턴대 출신 변호사이자 코미디언으로, 날카로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둘이 만나니 책은 지루할 틈이 없다. 애리얼리가 이론으로 뼈대를 세우고, 크라이슬러가 위트로 살을 붙여, 독자는 웃다 보니 배우고, 배우다 보니 끝까지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바로 이 이론과 유머의 적절한 배분이 책장을 덮을 때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결론: 돈을 잘 쓰는 법은,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읽고 나면 적어도 세일 문구 앞에서는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다.
관련도서: 상식밖의 경제학
댓글
다스하우스님! 독서후기를 보니 마치 제가 '부의 감각'도서를 완독했다는 착각이 들정도네요. 저도 읽고 있는 책 마무리되면 바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