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좀 꼰대스러울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한 글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기 싫으신 분을 위해 요약 세 줄 요약하자면,
1. 삶의 수준은 천천히 올리자.
2. 자산을 사기 전에는 반드시 주변 지인이나 전문가에게 물어보자.
3. 매달 SPLG, MAGS를 한 주씩 매수한다.
삶의 수준은 천천히
지긋지긋한 취준 생활을 끝내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동기들은 대부분 취업을 하자마자 차를 뽑았습니다. 할부로 차를 뽑다 보니 당장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 안 되는 것 같이 생각이 되었습니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취업도 한 김에 사는 곳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얼죽신'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라고, 많은 동기들은 신축 아파트 월세로 이사를 갔습니다.
옷도 좋은 옷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벌기 전 까지는 SPA 브랜드에서 할인할 때만 옷을 샀었는데, 취업도 했겠다, 이제는 백화점에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성공한 인생처럼 보였습니다. 외제 차를 몰고 다니면서, 번쩍이는 시계를 차고, 와인바에서 고기를 썰면서 와인을 마셨습니다. 여름휴가 때는 해외를 갔고, 인스타에 자신이 얼마나 멋진 삶을 사는지 자랑하듯 사진을 올렸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흐릅니다. 마냥 신입 사원이고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어느덧 동기들은 40대 후반의 상사가 되었습니다. 나는 늙지 않고, 평생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40대 중반이 되면, 회사에서 눈치를 주기 시작합니다.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윗상사로 보내거나, 서울에 살고 있는데 지방으로 보내거나, 사무직으로 평생 근무하던 사람에게는 외부 영업직 일을 시킵니다. 이러한 처우를 받으면, 자존심은 상하지만, 꾹 참고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나이에 퇴사를 하게 되면, 딱히 할 일도 없을뿐더러, 지금까지 누리던 삶을 한쪽에 놓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죽을 만큼 싫은 일입니다. 이미 높아져 버린 생활 수준은 강력한 족쇄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취업 후 삶의 수준을 단번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화려한 삶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냥 이렇게 소소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취업하고 돈이 벌리기 시작해도 예전 총각 때처럼 SPA 브랜드에서 할인할 때만 옷을 샀습니다. 예쁜 와인바나 고급 레스토랑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으면, 마트에서 할인 딱지 붙은 고기를 사 와서 직접 구워 먹었습니다. 동기들처럼 비싼 차도 사지 않았습니다. 출고한 지 10년 넘은 중고차를 사서 폐차될 때까지 몰았습니다.
회사 다닐 때 그래서 놀림을 많이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유학 다녀온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한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제가 몰던 97년 식 소나타는 오래되어서 글자도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sonata는 어느 날 onata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폐차 직전에는 nat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동기들은 nat라는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면서, 저를 놀렸습니다. 옷으로도 놀림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겨울에 매일 똑같은 외투를 입고 다니자, 부장님이 제게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옷이 이것밖에 없나?"

온갖 놀림을 받았지만, 별로 부끄럽진 않았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물건들은 제게 필요한 역할을 잘 수행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97년식 소나타는 A에서 B라는 지점까지 이동하는 수단일 뿐이었고, 오래된 외투는 보온의 역할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자동차 덕분에 제 껍데기가 아닌 제 자신을 봐주는 여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 차와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분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자산을 사기 전에는 주변 전문가와 상의해 본다.
강의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잘못된 투자로 인해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식 산업 센터입니다. 지식 산업 센터는 한때 '돈 냄새' 좀 맡는 분들은 모두가 하던 투자처였습니다. 당시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처를 잃은 돈은 지식 산업 센터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또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식 산업 센터 투자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대출을 완화하고 주택 수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떠합니까? 규제가 완화되자, 말도 안 되는 수의 공급이 일어났습니다.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공급이 늘자 공실이 늘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지식 산업 센터의 가격은 쭉쭉 떨어졌습니다. 평생 어렵게 모았던 재산을 지식 산업 센터에 '몰빵'했던 분들은 현재 대출금 보다 낮아진 지식산업센터의 빚을 갚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자산을 살 때 기억해야 할 점은 딱 두 가지입니다. 1. 사람들이 이 자산을 사고 싶어 하는가? 2.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는가? 두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아무리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자산이더라도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으면, 투자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매달 SPLG, MAGS 1주씩 10년간 모으자.
저의 짧은 견해로 앞으로 10년간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자산은 미국 빅테크 기업과 서울 부동산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 사람들이 모두 사고 싶어 하는 자산이고, 2.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빅테크 기업 주식은 AI 혁명을 주도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사고 싶어 하는 주식입니다. 하지만, 사고 싶다고 누구나 살 수 있는 주식이 아닙니다. 주식 계좌가 있는 사람들만 살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계좌조차 없는 성인 인구가 13억 명에 달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는 자산을 토큰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토큰화란 비트코인처럼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 거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입니다. 토큰화가 되면 주식 계좌가 없는 사람도 손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 주식의 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자연스레 오르게 됩니다.
본인의 월급이 높은 편이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이 조금 있다면, 일찌감치 증여받아서, 서울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앞으로 10년간 서울 부동산 공급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줄어드는 형국이니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강의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주식으로 돈을 벌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거의 열에 아홉은 서울에 집을 사고 싶다고 말합니다.

빅테크 기업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한 주의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투자 방법은 10개의 종목이 골고루 녹아있는 ETF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ETF 중에서도 MAGS는 1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테슬라, 마소, 엔비디아,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ISA나 연금저축과 같은 절세 계좌를 통해서, 우리나라 자산 운용사가 만든 비슷한 상품을 매수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자유도도 높고, 운용 보수나 절세 측면에서도 좋아 보입니다.
마무리
먼 훗날 은퇴할 나이가 되었을 때, 어린 시절 열심히 자산을 모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가 벌어집니다. 어린 시절 남들처럼 화려하게 못 살아도 좋은 자산을 꾸준히 모으면,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상당한 자산이 쌓이게 됩니다. 어릴 때는 모아봤자, 티도 안 나고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긴 한데,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자산을 모으지 않은 친구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자산을 모으기 시작할 때 사고 싶은 것 못 사고, 먹고 싶은 것 못 먹으면, 어느 순간 폭발해서, 갑자기 폭식하듯 돈을 마구 쓸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는 방법은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이 물건이 정말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인지 잠깐 고민해 봅니다. 대개는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일 때가 많습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 저는 가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지금 사고 싶은 물건이 무인도에 혼자 있어도 사고 싶은 물건인가?" 하고 물어보면, 90% 정도는 남의 시선을 의식한 소비일 때가 많습니다. 동기들의 인스타 속 멋진 삶이 아닌,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무인도에 혼자 살고 있어도 사고 싶은 것이라면, 그냥 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아낀다고 건강을 해치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돈 아낀다고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 같은 일 말입니다. 젊을 때는 돈 아끼는 것 같은데, 나이를 먹고 나면, 병원비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집니다. 어머니는 열심히 아껴서, 아낀 돈을 모두 자산으로 바꿨습니다. 심지어, 먹을 것도 아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아낀 덕분에 환갑이 되었을 때, 매달 600만 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얼마 뒤 어머니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열심히 아껴서 이룬 자산을 충분히 써보지도 못하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이겁니다. 돈을 아끼면서 자산을 모으기 위해 살아도 좋고, 어릴 때 인생을 누리면서 살아도 좋습니다. 다만, 내 선택에 대한 결과로 후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 인생을 누리고 살면, 나이 먹었을 때, 자산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자산이 모이지 않았다고, 과거를 후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인생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돈을 아끼면서 산 사람도 어린 시절 즐기면서 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시간 덕분에 지금은 자산이 많이 불어나서 노후를 걱정 없이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함께 따르기 때문에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필요 없고, 내 선택의 장점을 온전히 즐기면 그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