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투자후기]
캘리포니아 비치에 살고 싶었던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10)

안녕하세요.
반성의 시간을 마치고
돌아온 다스하우스입니다.
(언제 끝낼 거니?)

계약서도 쓰고
잔고증명·자조계·필증까지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훅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본론으로 바로 갑니다.

■ 10월 17일, 금요일 밤
밤 11시까지 부동산에 있다가
집에 와서 쓰러질 줄 알았는데
정신이 말똥해졌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갭이 n.525?
세금·수수료까지 하면
몇천이 더 드네?”
“청약통장? 보험? 주식?
뭐부터 깨야 하지?”
마음속 액션 플랜
1. 어떻게든 맞춰본다
2. 네고 요청
3. 안되면 북쪽
4. 그래도 안되면 서쪽
5. 안되면 주담대 + **구 실거주
스스로를 달래며
눈을 잠깐 붙였습니다.

■ 10월 18일, 토요일
아침에 유리공과
‘따랏랄라라 암러빙잇’ 모닝세트.
바로 부사님께 전화드립니다.
“사장님, 예산 맥스라
네고 가능할까요?”
다시 아파트로 가서
외관을 둘러봤습니다.
단지는 작지만
역세권·초코아·지하주차장
조경·커뮤니티 다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결론.
홈런은 아니지만 번트는 된다.
그리고 계속 인상쓰던 유리공의 만족.

사무실에 도착하니
부사님이 한마디.
“전세가를
제가 잘못 알려줬어요.
2천 낮아요.”
“예에에?? 지금도 맥스인데
2천이 더요? 부담이 너무 큰데 ㅜㅜ
네고 없으면 어려워요.”
부사님은 식은땀 흘리며
“제가 정말 죄송해요…
할머니께 말씀드렸는데
지하철로 오시는 중이라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분이
이 아파트 조합원장이세요.
오늘 조합원회의도 있어서
중간에 나가셔야 해요.”
(아니… 조합원장…?
갑자기 난이도 올라가네?)
저희도 숨 고르고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지금 5일장
라스트 스퍼트라서요.
될 것 같은 딜이면 고,
안되면 바로 다음 매물로
넘어가야 해요.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네네, 알겠어요.
할머니도 세금 문제로
빨리 정리하고 싶대요.
제가 최대한
잘 얘기해볼게요.”
“근데 사장님…
안 되는 딜 붙잡혀
시간 뺏기면 안 됩니다.
2주 전엔 다른 매도자랑
부동산이 우리 둘을
이틀 내내 붙잡아서
진짜 피눈물 났어요.”
“알지, 알지, 맞아요…
내가 어제도
밤 12시 퇴근했거든요.
오늘은 꼭 성사시킬께요.
정말 미안해요…”

저와 유리공은
부사님이 계약서 작성하는 동안
매도인 할머니 오시기 전까지
특약사항 찾아보고
어떻게 할지 서로 눈치.
(하지만, 독심술따위는 모르는
인간들이라 답은 딱히 안 나옴)
■
그리고 등장했다.
조 합 원 장 할 모 니
명품 모르는 제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버벌이코트,
말그림 스카프, 위빙 가방,
드라이빙 슈즈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착장.
귀걸이, 목걸이 세 겹,
반지 다섯 개…
음… 멋째이 할모니
등장하자마자 레이저급 눈빛.
바로 폭풍 토크 시작.
“천만 원 깎아달라구요?
어머, 나는 이미 가격 낮게 내놨다니까!
기가 막혀서 숨 못 쉬겠네!”
부사님, 굽신굽신
“예, 예, 사장님. 제가 잘못 알려드려서…”
저와 유리공, 눈만 꿈뻑꿈뻑.
(2차대전때 드레스덴 폭격 맞는 기분)

할머니, 본격 부자 자랑 타임.
내 친정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우리 남편이 명문대 나오고 돈을 얼마나…
이 집이 재건축 전에도 부자들만 살던 곳!
부사님, 추임새 200%
“어머나, 그러셨어요오? 정말요?…”
(돈자랑을 저렇게 한없이 하시는데
천만원 네고는 해주는건가?)
할머니는 재건축 1+1 이야기,
정책 변화로 3주택 된 사연까지
폭풍처럼 쏟아내셨습니다.
할머니, 불꽃 토크 폭발 중이라
저는 속으로 ‘뒷목 잡고 쓰러지면
119에 전화해야 하나…’ 생각.
조합원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실장님이 시계를 가리치며 눈치를 줬어요
할머니는 계속 웅변대회를 이어가고,
저는 겨우 입장을 조심스레 전했습니다.
“사장님, 아파트 좋다는 건 동의해요.
하지만 예산 최대치라서…
어제 다른 단지들도 봤는데
갑자기 소개해주신 이 집은
사장님이 전세가를 잘못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예산 최대치+세금+수수료
거기에 2천만 원이 더 필요해요.
돈이 있는데 무조건 후려치는 건 아니고,
숫자가 안 맞으면 정말 아쉽지만
어제 본 집을 계약해야 합니다.”
부사님은 진심 가득히 말씀.
“맞아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전세가 잘못 알려서 죄송해요.
정신없어 매일 밤 12시 퇴근하다
내가 미쳤나봐! 제가 실수했네요…”
25년 경력 부사님은
요즘 부동산 상황과 중요한 시점을
할머니께 구구절절 읍소하셨습니다.
저는 유리공에게 문자를 보여줬습니다.
‘두 분 내공이 장난 아니야.
휩쓸리지 말자.’
(유리공, 고개를 끄덕끄덕)
금방이라도 눈에 핏줄이
터질 듯했던 할머니는
조금 진정하셨고,
“아무튼 500만 원 이상은 못 깎아줘!”
트렌치코트 ‘촤라락’.
스카프 ‘휘익’. 바람과 함께 퇴장.

잠시 정적.
(뭐가 지나갔는가?)
…
(이거슨 오즈의 마법사 토네이도)

“사장님…
500 깎아주신다는 뜻 맞죠?”
부사님 확인 전화 후
“네, 500 깎아서 계약 확정!”
■ 점심 시간
부사님은 우리에게 계약서 작성하고
조합원회의가 1시간은 넘게 걸릴테니
점심먹고 오라고 우리를 내보냈습니다.
장단점을 다시 정리.
직장 교통 환경 학군
저 환 수 원 리
유리공: “알라이킷” (무빗무빗)

나: “홈런은 아니어도 번트치고 나가자.”
유리공: “와, 할머니랑 사장님 쎈 캐릭터.”
나: “25년 부사님, 40년 조합장을
우리가 어찌 이겨? 선방했다.
근데 돈 모자라서 어쩌지?”
유리공: “주식 정리하면 될 듯,
처음에 예산 한 칸 낮춰 잡아서 괜찮아.”

(좀 방정맞네요)
밥 먹고, 오후 매물임장 예정된 부동산과
전날 본 단지 부사님들께
다른집 계약 한다고 전화했어요.
그제야 마침표 찍었다고 실감
한편, 아무 생각 없는 오후 예약 사장님,
“굉장히 급히 계약하셨네요?”
뉴스·규제 전혀 모르는 사장님,
아이고. 이 분과 거래했다면…
아찔하네요.
■ 계약: 자랑 152절 돌입
조합원회의 끝난 할머니 다시 등장.
계약서 확인, 신분증 확인,
특약 설명, 도장 찍기,
사인 등 사무적 절차 진행.
그 와중 할머니 자랑 레파토리 발동:
부잣집 딸, 잘난 남편, 돈 많이 번 스토리,
옛날 맨션 멋짐 자랑,
거기에 새로운 토픽 추가.
그거슨 ‘조카 뒷바라지한
헌신적인 며느리상’
“친척들이 서울 오면
우리집에서 먹이고 재우고,
조카들 대학 보내고, 결혼하면 축의금주고.
접수하는 사람이 얼마나 놀라는지,
봉투가 찢어질 뻔했다고!!”
[현재 상황 등장인물 정리]

매도인: 드라마에 나노는 쎈캐,
쎈언니 스타일이 바로 저 할머니.

부사님: 친절하지만 실속 챙기는
능구렁이 같은 또 다른 쎈캐릭터

유리공: 외모로 판단하는 시장에
아무 생각 없이 티셔츠 입고 나옴

다스하우스: 유리공 그저 믿고 살다가
자본주의 쓴맛보고 월부 겨우 1년차.
(특징: 게으른 완벽주의자)
부사님은 또다시
“어우, 그러셨어요? 어머나 세상에!”
추임새를 연거푸 넣는다.
1시 반, 이제 계약 끝나고
인사할 시간인데
부사님·실장님은 점심도 못 먹고
10분 뒤 다른 손님 집 보여줘야 한다.

할머니 자랑랩 속사포에 눈이 퀭,
우린 또 고속도로타고 4시간 가야 하는데.
어흑, 할모니, 제발 좀 그만해 주세요!
유리공은 한쪽 귀로 흘려듣기 전법
“예예, 그러시군요” 하고 있고,
어쩔 수가 없다. 내가 끝낸다.

“우리 시조카들이 그렇게!!”
“저… 사장님!”
(서울 1급지에 빌딩도 가진 사장님)
“어, 왜요?”
“조금 늦었지만 저도
조카로 입양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의 전략:
쎈언니 vs. 쎈언니 vs. 이상한 사람.
달려드는 힘센 캐릭터와 싸우지 말고
힘 빠지게 만들자.
다행히 전략 성공, 부사님·실장님 빵 터지고
할머니도 바람 빠져 자랑 152절 종료.
“아이고, 젊은 사람들 앞에서
별 이야기를 다했네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충분히 자랑할만 하세요.
그런데 사장님·실장님 점심도 못 드시고
5분 후에 나가셔야 한대요.”
부사님·실장님이 상황 마무리,
중도금·잔금 일정 확인 후 인사하고 나옴.
유리공 총평:
“귀에서 피 날 뻔했어, 고마워.”
어휴… 1호기 후기 길었다.
여기서 드디어 마무리!!
다른 분들 후기를 읽어보니
잘한점, 아쉬운점, 개선할 점을 쓰셨는데,
■ 잘한 점
전화임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좋은 부사님 필터링 성공.
완벽하진 않아도 앞마당 만들고
다시 훑으며 투자한 것.
비관론자 유리공을 매물임장에 끌고 다녀
입지, 매물보는 스킬 높임.
중간 예산 점검하고 예산낮춘 점.
■ 아쉬운 점
너무 완벽만 노리다 놓친 매물들.
(잠깐 문이 열렸을때 못들어간 A, B, C)
여름에 매물임장 더 공격적으로 못한 점.
(뉴타운 보고나서 그 다음 단지들을 봤다면…)
유리공 설득을 좀 더 많이 못한 것
(그 외, 아쉬움은 너무 많지만 생략!)

■ 감사
감사한 환경, 늦게라도 월부에서
배울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방향 잡고 중간 포기 안 하게 도와준
그뤠잇 튜터님과 응원해준 동료들!!


오프라인 강의에서 만난 자모님
(더 넓게 보세요, 다스하우스님!)
주우이님
(입지! 입지! 입지!)
임장클래스 줴러미님, 긍정님
(더 털어보세요. 올해 안에 투자!)
징하게 긴 후기 재밌다고
댓글달고 응원해준 여러분,
12월까지 쓸 순 없다는 위기감에
부끄럽지만 1호기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다음에 2호기 후기로 만나요.
댓글
고정됨 | 캘리포니아 비치에 살고 싶었던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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