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월부 생활 3년, 드디어 서울 은평구에 1호기 깃발을 꽂은 제리23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임장과 강의를 들으며 '나도 언젠가는 1호기 투자후기를 쓸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니 감회가 정말 새롭습니다.
0호기의 아픔을 딛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지난 3년의 여정과 저의 소중한 1호기 투자 이야기를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나누어 보려 합니다. 제 경험이 지금도 임장을 열심히 하고 계시는 동료분들께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비쌀 때 샀지만,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저는 월부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2021년 말, 평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던 와이프의 강력한 권유로 서울 3급지 역세권 구축 아파트를 '0호기'로 매수했습니다. 당시 저희 가족은 과감한 자산 재배치를 감행했습니다. 전세 생활을 정리하고 월세로 이사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실거주가 아닌 투자를 선택한 것이죠.
그때는 소위 '불장'의 끝자락, 전국이 불타오르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서울에 내 집 한 채 가질 수 없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했고, 저희 가족 또한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전고점을 뚫는 최고가에 매수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차갑게 식어갔고, 저는 하락장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습니다. 매수가는 곤두박질쳤고, 다시 전고점을 회복하기까지 무려 3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25년 중순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최고가의 명예(?)를 다음 매수자분께 넘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투자의 기본 원칙인 '저환수원리(저평가·환금성·수익성·원금보존·리스크)'를 전혀 모르고 감행한 '묻지마 투자'였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입지(한강 접근성, 역세권, 대단지)’라는 본질 하나만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하락장에서도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었고, 결국 시장이 돌아서자 빠르게 가격을 회복했습니다. 현재는 제가 매수한 가격보다 20% 이상 상승하여 우리 가족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무모해도 좋은 입지에 시간을 묻어두면 결국 수익이 난다"는 부동산의 본질적인 힘을 0호기를 통해 몸소 체험하며 배웠습니다.
0호기의 경험을 뒤로하고, 이후 수도권 전세가율 상승과 투자금 축소를 예상하며 서울과 수도권 3~4급지 위주로 앞마당을 부지런히 넓혀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투자금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024년 중순부터는 눈높이를 낮춰 "내 투자금 규모에 맞는 곳이라도 우선 깃발을 꽂자"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눈을 돌린 서울과 수도권 4~5급지마저 가격이 무섭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물 임장을 예약하고 가는 날 아침, 혹은 임장 가기 바로 전날 밤에 부동산에서 "죄송합니다, 그 물건 방금 계좌 들어갔어요"라는 문자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눈여겨보았던 괜찮은 물건들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야 했습니다.
“이 흐름이라면 곧 나도 투자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또 놓쳤다. 도대체 이제 어디서 물건을 찾아야 하지?”라는 깊은 좌절이 매일 시소처럼 교차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투자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40평대 대형 평수, 해가 들지 않는 저층, 내부를 절대 보여주지 않는 '깜깜이' 물건, 심지어 누수 리스크가 있는 물건들까지... '저환수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물건들이 "이거라도 잡아야 해"라며 저를 유혹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월부라는 환경 덕분에 멘토님과 동료들의 냉철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조급함의 마수'에 넘어가지 않고 다시 정신을 차려 원칙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추석 전에는 무조건 투자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하루하루 피로가 쌓여갈 때였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습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지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익숙했습니다. 이전에 은평구 매물 임장을 갔을 때 들렀던 부동산 사장님이었습니다.
"사장님, 저번에 사다 주신 커피 정말 잘 마셨어요. 그때 기억나서 전화드렸는데, 정말 괜찮은 물건 하나 나왔는데 보실래요?"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많은 부동산을 다니면서 난생처음으로 빈손이 아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서 건네드렸던 바로 그 사장님이었습니다. 그 작은 호의가 결정적인 투자 기회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1호기 투자 물건]
투자 전망 예측 금지: 전망하지 말고 현재 상황에 맞는 투자에 집중하기 (매매가가 오를지 내릴지, 전세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아파트 투자의 신도 모른다)
이번 1호기 투자를 기점으로 기존의 0호기는 1호기로, 1호기는 2호기로 명명하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이제 3호기 투자를 위해 수도권 앞마당을 더 넓혀 나가겠습니다.
나의 목표: 순자산 30억 / 총 전세금 20억
나태해지려 할 때마다 묵묵히 임장 가방을 싸고 현장으로 향하는 월부 동료분들의 열정적인 뒷모습을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안해하는 저를 믿고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준 아내와, 아빠를 늘 반겨주는 사랑하는 소율, 소희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