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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박경옥

“유목민이 정착자가 되어 항상 변하지 않는 풍경을 경험하면 감각을 발휘하는 힘을 서서히 잃는다. 정착하면 인간은 뛰어난 탐색 능력을 발휘할 만한 기회가 없다. 그래서 정착자는 쓸데없어진 탐색 능력을 집중시켜 대뇌에 적당한 부담을 줄 만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정착자로서의 월급생활은 끝났다. 지루하지 않게 됐다. 퇴직은 잠자고 있던 탐색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조건이다. 긴장되고 부담이 있지만 어려운 일을 해내면 성취감이 있다.
남편 퇴직 전에는 안정된 삶을 최고의 가치라고 여겼다. 아파트 광고에 나오듯 온 가족이 푸른 풀밭에서 밝게 웃는 단란한 모습을 그렸다. 그런 광고를 보며 생각했다. 33평 내 집에 자식들은 공부 잘하고 남편 월급이 제때 나와 돈 걱정 없는 삶을 그렸다. 한때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남편 퇴직 이후는? 안정된 삶은 없다. 내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해진 길이 없으니 탐색 능력을 활짝 열어야 한다.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오감을 열고 쪽팔림을 무릅쓰고 알아본다. 가능성이 없으면? 빨리 미련을 버리면 된다.
나 스스로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옛날에 어떤 사람이고 뭘 했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과거가 필요한 것은 먼지 앉은 자격증 정도가 아닐까. 언제 쓰일지 모르는 자격증 덕분에 다달이 50만 원 일자리를 얻는다면 기해년 돼지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남편의 퇴직은 지금까지의 삶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다른 사람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주체적인 삶을 표현하는 여성들이 눈에 띈다.
결혼 후 편안함에 익숙해졌다. 나는 유독 추위를 많이 탄다. 한의사와 상담하니 스스로 몸을 움직여야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동네 미장원 어항 속 구피 한 마리가 나를 닮았다. 구피는 여름을 뺀 세 계절을 열선을 깐 어항에 살아야 몸이 얼어붙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열선은 남편의 월급이 아니었을까. 이제 어항을 나와 강물을 따라가는 물고기가 되고 싶다. 세상이라는 험한 풀을 헤치고 내 힘으로 먹이를 구하는 자유로운 물고기!
남편의 회사생활을 내조하며 국내와 외국을 옮겨 다녔다. 남편이 승진하면서 한 단계씩 올라설 때 스스로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편안한 인생이 계속 될 거라 착각했다. 착각은 모래성과 같다. 오래 가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남편 퇴직 이후 인생에 직격탄을 맞았다. 나와 같은 세대 여성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리라 생각한다.
책의 느낌표
'착각은 모래성과 같다. 오래 가지 못하고 허물어진다.'
양파링 멘토님의 칼럼을 통해 읽게 된 책이다. 본인 퇴직이 아닌 아내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라 그 내용이 더욱 신선했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역임하고 퇴직하셨다면 직장생활도 탄탄대로 였을텐데, 퇴직 후의 삶에 대해 현실적으로 써주신 책이라 집중하며 읽게 되었다.
멘토님의 칼럼 때문일까 책을 읽는 내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이 맴돌았고 덕분에 마음가짐도 다시 잡을 수 있는 책이다. 추운 연말에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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