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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책 제목 + 저자) : 말의 품격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저자 및 출판사 : 이기주 / 황소북스
읽은 날짜 : 26년 1월
핵심 키워드 3가지 뽑아보기 : #심안 #본질 #진심
도서를 읽고 내 점수는 (10점 만점에 ~ 몇 점?) : 10점
1. 저자 및 도서 소개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이야기
『말의 품격』은 《언어의 온도》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 소음 등의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과 감성이 더해져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 저자 이기주는 말을 아껴 글을 쓴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주로 쓴다. 고민이 깃든 말과 글에 탐닉한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담담히 꽃을 올려놓곤 한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 《글의 품격》,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등이 있다.
2. 내용 및 줄거리
:
말은 마음의 소리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말의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없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분명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청득심(以聽得心)
존중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위세와 사나움만을 앞세우는 맹장은 사람을 잠시 끌어올 수는 있으나 제 품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 힘으로 상대의 몸을 짓누를 수 는 있지만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앉을 수는 없다. 유비의 진정한 무기는 칼이 아니라 덕이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다름 아닌 상대방의 말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경청 ★
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이순신 장군은 왜 운주당의 출입 문턱을 낮추었을까? 출입이 자유로웠으므로 중간급 간부는 물론이고 계급이 낮은 졸병들도 자주 드나들었다.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인간은 자연을 닮은 소우주다. 인간의 말은 작은 우주에서 생명을 얻는다. 그러므로 들리는 것을 듣는다고 해서 다 듣는 것이 아니다. 귓속을 파고드는 음성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포착해 본질을 읽어내야 한다. 상대방이 가슴에서 퍼 올린 말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소중한 사람의 마음에 가닿으려는 진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가슴 한구석에 작은 운주당을 세워봤으면 한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귀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공감
당신의 아픔은 곧 내 아픔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악은 인간의 내부에 잠입해 똬리를 틀고 앉아 우리의 윤리적 고민과 성찰을 방해한다.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내 행동과 말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면,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얼마든지 제2, 제3의 아이힌만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공감과 무공감, 사유와 무사유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틈틈이 내면의 민낯을 성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응
대화의 물길을 돌리는 행동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황에 맞게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반응을 끌어내고, 그 반응이 솟아난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 서로 마음을 탐험하고 헤아릴 필요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같다. 상대가 건네는 말에 맞장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물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그 언어의 물결에 진심을 실어서 보내면, 상대가 그걸 확인하는 순간 상처가 마모되거나 뭉툭해질 수도 있다.
그럼 날카로운 상처가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찌르지 않을 테고, 상대방은 전보다 덜 아파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비록 상처를 완벽히 지울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다.
협상
극단 사이에서 절충점 찾기
하지만 현실을 둘러보면 협상을 겁쟁이의 선택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협의와 타협은 고사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한 채 적의를 내뿜으며 달려들어 날카로운 혀와 안광으로 상대의 약점, '위크 스폿WEAK SPOT'을 찌르려는 사람들 말이다.
절충과 협상 과정에서 나름의 전제 조건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무엇일까? 상대에 대한 완벽한 이해일까? 글쎄다. 각기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 다른 우주의 충돌이다.
오히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의 싹이 돋아날지도 모른다.
과언무환(寡言無患)
침묵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게 대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간결
말의 분량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언어의 의외성은 대화에서 무료함을 밀쳐낸다. 의외성은 곧 차별성이며, 차별성은 듣는 사람의 주목도를 끌어올린다. .. 말에 재치와 나름의 깊이가 있는 데다 언어의 총량이 적으므로 언력(말의 힘) 또한 세다. .. 그는 말을 장황하게 열거하지 않는다. 복문보다 단문으로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알맹이가 없고 의미의 뼈대가 문드러져 있는 문장은 둔탁하기 짝이 없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수 있으며 상대가 지루하게 느끼거나 모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말의 밀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듣는 이의 귀에 닿는 순간 힘없이 바스러진다. 마음에 꽂히지 목하고 허공으로 흩날리는 운명을 맞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사람의 진심과 속마음은 간결한 표현에 묻어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생각과 느낌을 말 속에 짜임새 있게 담아서 전달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말의 분량과 길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긍정 ★
말은 종종 현실과 공명한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이 있다. 말에는 분명 모종의 기운이 담긴다. 그 기운은 말 속에 씨앗의 형태로 숨어 있다가 훗날 무럭무럭 자라 나름의 결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말은 오묘하다. 말은 자석과 같다. 말 속에 어떤 기운을 담느냐에 따라 그 말에 온갖 것이 달라붙는다. 스스로 토해낸 말이 미치는 자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이 무조건 현실이 될 리 만무하지만, 말이 현실과 공명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말에 두려움이 담겨 있으면 불현듯 공포가 엄습하고 재미가 있으면 눈길을 끌어당긴다. 그뿐이랴. 꿈이 가득하면 종종 가능성이 뒤따라오고 말 한마디에 사랑이 녹아 있으면 언젠가 사람이 다가온다.
좋은 이들이 많지만, 인간에 대한 배려를 몸과 마음에서 깨끗이 지운 채 분노와 악의를 빚어진 언어를 날카롭게 휘두르는 이들도 더러 본다. 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을, 그리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를.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둔감 ★
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잡는다
'타인이 지은 말의 감옥에 갇혀선 안 됩니다. 이제 그곳을 벗어나세요'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말은 물과 닮았다. 천천히 흐르면서 메마른 대화에 습기를 공급하고 뜨거운 감정을 식혀준다. 언행과 행실에 수기가 깃들었다고 할까. 그런 언어는 내 귀로 쉽게 흘러들어 오고, 그런 행동은 내 망막에 또렷하게 새겨진다.
무릇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엄이 있다. 무작정 꺼내들면 칼의 위력은 줄어든다. 칼의 크기와 날카로움이 뻔히 드러나는 탓이다. 아마 말도 그러할 것이다. 적절한 둔감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휘두를 때 말의 품격은 더해지며 언력은 배가된다.
시선
관점의 중심을 기울이는 일
역지사지를 실천하려면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잠시 벗어나 상대방이 처한 공간과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기존의 관점을 내던져 '관점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육안이 아닌 심안을 부릅뜰 수 있다.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할 수 있다.
뒷말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언위심성(言爲心聲)
인향 ★
사람의 향기
남자의 말은 일종의 갑언이다.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갑으로 군림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잔뜩 묻어나는 폭언에 가까운 지저분한 언어. 직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더러운 말이 마음에서 떠올라 들끓을 때 입을 닫아야 한다. 말을 죽일지 살릴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언행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리더의 말은 곧고 매서운 직선인 동시에 부드러운 곡선과 같아야 한다. 때로는 능수능란하게 휘둘러서 도려낼 것을 도려내야 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친친 둘러 감아서 껴안을 대상을 껴안아야 한다.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재난 상황이라면 리더는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흐트러짐 없는 말로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
언행이 일치할 때 사람의 말고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상대방 마음에 더 넓게, 더 깊숙이 번진다.
본질 ★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은 잠시 한데 뒤엉켜 지낼 수는 있으나, 언젠가는 서로 떨어게 마련이다. 사람과 말의 본질도 매일반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고 감추려 해도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은 언젠가 드러나고 만다. 본성과 본질, 진심 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뒤섞이지 않는다. 쉽게 으깨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것은 세월의 풍화와 침식을 견뎌낸다.
무작정 현란하게 말하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말 속에 담아야 할 본질적인 내용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말에는 비법이 없다. 평범한 방법만 존재할 뿐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기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으ㄹ 틈틈이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 하나다. 말하는 기술만으로는 당신의 진심을 다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언담담(大言炎炎)
전환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경장은 실패를 겪은 사람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행위다.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가 그렇다. 용기에 바탕을 둔 진솔한 뉘우침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일한 해결책이며 이해 당사자들이 갈등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지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지는 행위는 소멸도 끝도 아니다. 의미 있게 패배한다면 그건 곧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적 ★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착한 독설, 건설적인 지적을 하려면 나름의 내공이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통찰은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말 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말 자체는 차갑더라도, 말하는 순간 가슴의 온도만큼은 따뜻해야 한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지적은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사람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하려면 상대의 말을 되새겨 총명하게 듣고 심안을 부릅떠 상대의 속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질문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말은 본디 침묵을 통해 깊어지는 것이지만, 때로는 침묵을 깨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은 무엇인지를 질문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질문의 본질이다.
마음속에서 명령과 질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명령이 한쪽의 생각을 다른 한쪽에 흘려보내는 '치우침의 언어'라면, 질문은 한쪽의 생각이 다른 쪽에 번지고 스며드는 '물듦의 언어'다.
평소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저마다 다른 풍경의 비밀 정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 정원을 살짝 엿보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동네 어귀 한 귀퉁이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질문이라는 까치발을 들어보면 어떨까.
앞날
과거와 미래는 한곳에서 숨 쉰다
옛말에 "대언은 담담하다"고 했다. '담담'은 물의 흐름 따위가 그윽하고 평온한 상태를 나타낸다. 힘 있고 웅장한 것을 가리킨다. 옳다. 큰 말은 분명 힘이 있다. 반면 소언은 수다스럽다. 가볍고 약하다.
어느 사회든 어느 시대든 남보다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언어에서는 선견지명의 혜안이 묻어난다. 과거와 현재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앞날을 내다볼 수 있기에 그러한 언품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그런 유형의 사람은 지난 시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과거에 이룬 업적을 타인 앞에 함부로 늘어놓지 않는다. 모든 촉수를 다가올 내일을 향해 뻗치고 있는 덕분에 중요한 순간 자기가 속한 분야와 조직에서 비전과 목표 같은 것을 곧잘 제시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 현재를 살면서 틈틈이 과거라는 거울을 들여다봐야 하고, 때로는 과거라는 사슬에 묶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과거는 벽이 되기도 하고 길이 되기도 한다.
광장
이분법의 울타리를 뛰어넘자
이른 봄에 골목이나 처마 밑을 지나다 보면 희끄무레한 잔설이 쌓여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연 섭리가 그렇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빛을 쫴야 겨우내 언 땅이 풀린다.
사람 감정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때 삶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시들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도 녹아내린다. 봄기운이 바람에 실려온다 싶으면 컴컴한 곳에 눌러 앉아 있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솟구쳐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런 것처럼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삶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3. 나에게 어떤 점이 유용한가?
4. 이 책에서 얻은 것과 알게 된 점 그리고 느낀 점
: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몇 장을 넘기다 저자의 표현력에 마음을 빼앗겨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했던 책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어른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싶은지를 조용히 묻는 책 같았다. 말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 됨됨이와 인품, 성품에 대한 기준을 세워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말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그 사람의 향기를 드러낸다는 표현이 오래 남았다. 아무리 화려한 언변을 갖춰도, 진짜 체취는 숨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말은 마음의 소리이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지가 고스란히 언어에 묻어난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심안’이라는 단어가 참 좋았다. 겉으로 들리는 말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마음을 읽어내는 눈. 사람의 말을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면, 관계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았다. 상대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존중하고, 먼저 말하기보다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상대의 마음 문은 밖이 아니라 안쪽에 있다는 말처럼, 누군가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태도가 진짜 어른의 모습 아닐까 싶었다.
또 마음에 남은 건 “말은 현실과 공명한다”는 문장이었다. 내가 뱉는 말에는 기운이 담기고, 그 기운이 결국 나의 하루와 삶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 그래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싶어졌고, 주변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공기를 남기고 싶어졌다.
동시에 세상의 날 선 언어와 자극에 매번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위로도 받았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니라 복원력이라는 말처럼, 내 신념과 철학을 기준 삼아 조용히 중심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특히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외부의 자극에 쉽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녹초가 되는 순간들이 많은데, 그런 일들을 조금은 둔감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 건 ‘본질’이었다. 살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비본질적인 것—겉모습, 브랜드, 비교—을 앞세운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본질적인 것은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진짜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남고, 결국 드러난다고. 그래서 더 내면의 힘을 키우는 쪽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이 책은 우연히 서점에서 만났지만, 지금은 삶의 방향을 점검할 때마다 다시 펼치게 되는 책이 됐다. 회사에서도, 월부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이 문장들이 떠오른다. 더 잘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듣고, 덜 흔들리고, 조금 더 책임 있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언젠가는 이 책의 내용들이 ‘장착된 기술’이 아니라, 그냥 내 사람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면 좋겠다. 말이 부드럽고, 시선이 따뜻하고, 본질을 놓치지 않는 사람. 저자가 말하는 언품을 갖춘 사람은 아마 그런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5. 연관 지어 읽어 볼만한 책 한 권을 뽑는다면?
:
인생의 태도 / 웨인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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