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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이 혼란 스러운데,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하나?

26.03.23

공포의 벽을 타고 오르는 시장

10년 넘게 미국 주식 시장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항해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늘 비슷합니다.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는, 일단 현금을 늘리고 관망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물음이죠.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기술적 분석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마저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숙련된 투자자라도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당장이라도 '매도' 버튼을 눌러 안전한 현금이라는 대피소로 숨고 싶은 유혹이 강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깊이 존경하는 투자의 거장, 켄 피셔(Ken Fisher)의 통찰을 빌려 지금의 시장을 바라본다면 제 답변은 늘 한결같습니다. “지금은 도망칠 때가 아니라, 시장에 머물러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강세장은 공포를 먹고 자란다

켄 피셔는 "강세장은 공포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 악재가 가득하고 모두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논할 때, 주식시장은 그 불안을 자양분 삼아 수명을 연장합니다. 현재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중동의 전운, 고유가, 그리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경기 침체론은 역설적으로 이 시장이 아직 끝자락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진짜 위험한 순간은 공포가 엄습할 때가 아니라, 모든 비관론이 사라지고 누구나 장밋빛 미래만을 노래하는 '유포리아(Euphoria)', 즉 초낙관주의 단계입니다. 2026년 3월 현재를 냉정하게 바라 보세요. 대중이 너도나도 빚을 내어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까? 메가급 IPO가 열릴 때마다 묻지마 투자가 횡행하나요? 오히려 "이제 주식의 시대는 끝났다"며 현금 비중 확대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면, 이는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더 남아있다는 명백한 반증입니다.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

많은 이들이 변동성 장세에서 현금을 쥐고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하락장을 피하려다 주식 시장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며칠'을 놓치게 될 때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주가 상승은 계단식으로 완만하게 일어나기보다,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위 말하는 '마켓 타이밍'을 맞춰 저점에서 다시 진입하겠다는 전략이 현실에서 처참히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작년 말, 저는 여러 매체를 통해 삼성전자 매수를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이미 저점 대비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였고, 많은 이들이 "5만 원 하던 주식이 10만 원까지 두 배나 올랐는데 너무 고점 아니냐, 조정받으면 그때 들어가겠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어느덧 19~20만원 선에 거래됩니다. 설령 앞으로 시장이 50%라는 가혹한 조정을 받는다 해도 주가는 다시 10만 원이 될 뿐입니다. 작년 말에 사서 보유한 사람이나, 고통스러운 기다림 끝에 조정장에서 매수한 사람이나 결과적으로 매수가는 같습니다. 게다가 막상 주가가 반 토막이 나 10만 원이 되면, 공포에 질린 인간의 심리상 선뜻 매수 버튼을 누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알려진 악재는 이미 가격에 녹아있다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고 효율적입니다. 이란 분쟁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현재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되어 있습니다. 켄 피셔는 모두가 유가 급등을 비관할 때, 오히려 6개월 뒤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을 먼저 살폈습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전쟁 초기에는 유가가 치솟지만, 시간이 흐르면 공급망의 적응과 수요의 변화로 유가는 전쟁 전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은 매일의 공포를 조장하는 헤드라인이 아니라 기업의 '경제적 해자'입니다.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엔비디아(NVDA)나 마이크론(MU),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기술적 우위나 이익 성장세가 꺾였습니까? 기업의 펀더멘털과 내재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단기적인 가격 부침 때문에 현금으로 도망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주식 투자는 '불안한 감정'을 견뎌내는 과정

흔히 주식 투자를 '불로소득'이라 부르지만, 막상 주식 투자를 해보면 손에 땀이 나고 정신이 오락가락 합니다. 불로소득이라고 폄하하는 말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내가 보유한 종목의 해자가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 경쟁사가 어떤 혁신을 준비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노동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시장이 요동칠 때 겪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투자 초기에 저 역시 주가의 급등락에 일희일비하며 감정을 소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시장에 머물다 보니 이제는 주가가 급락해도, 혹은 급등해도 평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내가 믿는 훌륭한 기업을 싸게 살 기회가 생겨서 좋고, 오르면 내 자산 가치가 상승해서 좋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게 된 순간, 주가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숫자'로 다가옵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꽃이 피는 봄을 맞이할 수 있듯, 지금의 변동성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겨울과 같습니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우량주라는 배에 올라타 묵묵히 폭풍우를 견뎌내는 것, 그것이 결국 노동 소득에서 벗어나 자본소득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길 입니다. 

 

 

 


댓글


스테디킴
22시간 전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켄피셔의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인데 그분 이름이 언급되니 반갑네요. 켄피셔도 지금 시장 상황에서 같은 말씀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탑슈크란
21시간 전

충분히 고민했다면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포스러운 시기를 버티는 지혜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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