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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들이 투자하는 종목들의 특징 및 3가지 유형

4시간 전

 

서학개미들이 주로 매수하는 종목들의 면면을 찬찬히 훑어보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롭고도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보다는 ‘미래’에, ‘증명된 실적’보다는 ‘가능성’에 베팅하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당장은 실적이 나오지 않거나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촉망받는 기업들에 과감하게 자신의 돈을 투자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내러티브(Narrative, 스토리)가 있는 주식에 투자한다”라고 표현합니다.

 

물론, 내러티브가 있는 주식을 매수하는 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주식 시장의 역사는 언제나 위대한 스토리텔러와 그 꿈을 믿어준 투자자들에 의해 진보해 왔으니까요. 다만 문제는 균형입니다. 내재가치, 즉 현재 기업이 가진 기초 체력은 턱없이 낮은데 오로지 내러티브만 비대하게 부풀려진 주식들은 시장의 미세한 변화에도 태풍을 맞은 듯 휘청거립니다.

 

최근의 사례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라고 한마디 내뱉자, 관련주인 아이온큐(IonQ)가 30% 넘게 폭락했습니다. 반대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업인 솔리드 파워는 뚜렷한 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호재성 기사 하나에 하루 50%가 급등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한국의 서학개미들은 이러한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 자체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1년 내내 기다려 10%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보다는, 하루에 10~50%씩 오르내리는 짜릿한 등락 속에서 인생을 바꿀 '한 방'을 기대하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냉정하게 내가 가진 주식의 구성을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매수하는 주식의 주가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공식으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주가(Price) = 내재가치(Numbers) + 내러티브(Story)

 

이 공식을 이해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첫걸음입니다.

 

첫째, 내재가치(Numbers)란 기업의 "현재 체력"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창업 이래 '지금까지 증명해 낸 실력'으로,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 바로 내재가치입니다. 이는 철저하게 재무제표, 영업이익률, 잉여현금흐름(FCF) 등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테슬라가 현재 전기차를 팔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설치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내재가치 영역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미래에 로보택시가 상용화되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수익은 아직 숫자로 찍히지 않았기에 내재가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현재 시점, 테슬라의 주가가 약 481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alphaspread.com 에서 제공하는 테슬라의 내재가치는 약 57달러 수준에 불과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424달러는 무엇으로 형성되어 있을 까요? 그것은 바로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AI,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내러티브'의 값(424달러)입니다.

 

내러티브와 달리 내재가치의 핵심은 그 기반이 '과거와 현재'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내재가치 계산에만 매몰된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들은 테슬라, 팔란티어, 솔리드 파워 같은 혁신 기업을 절대 매수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테슬라와 팔란티어는 너무나도 비싼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내러티브(Story)란 기업의 “미래”를 의미합니다.

 

내러티브는 아직 재무제표의 숫자로 찍히지 않은, 그러나 실현될 수도 있는 '거대한 가능성'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인 믿음입니다.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이 유독 사랑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서학개미들은 내재가치와 주가가 비슷한 '안정적인' 기업보다는, 내재가치는 작지만 내러티브가 있는 위험하지만, 익사이팅한 기업에 열광합니다.

 

내러티브로만 움직이는 종목은 기존의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 같은 전통적 잣대로는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측정할 기준이 없으니, 기대감이라는 연료만 공급되면 주가는 천장(Ceiling) 없이 한도 끝도 없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다", "이 회사가 전 세계 로봇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꿈의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판도가 바뀔 것이다"와 같은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바로 내러티브입니다. 이 스토리가 강력하고 매혹적일수록, 투자자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위험(Risk)'이 아니라 엄청난 부를 거머쥘 '기회(Opportunity)'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막대한 프리미엄(웃돈)을 지불하며 주식을 사 모읍니다.

 

앞서 밝힌 공식"주가 = 내재가치 + 내러티브"에 따라, 주가 안에서 내재가치와 내러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주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1. 가치주 (Value Stocks): 내재가치가 주가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가치주의 주가는 내재가치와 거의 비슷하거나, 때로는 그보다 낮게 거래됩니다. 코카콜라, 필립모리스, 알트리아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가치주 주주들은 회사의 급격한 성장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습니다. 코카콜라 주주들은 회사가 갑자기 인공지능 칩을 개발한다고 선언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들은 회사가 본업에서 번 돈을 불확실한 신사업에 쏟아부으며 모험을 하기보다, 차라리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확실하게 환원해 주기를 원합니다. 가치주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미덕은 '안정성'과 '현금 흐름'입니다.

 

2. 성장주 (Growth Stocks): 내재가치와 내러티브가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성장주는 현재 돈을 잘 벌고 있으면서(내재가치), 동시에 미래에 대한 강력한 스토리(내러티브)도 보유한 기업들입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성장주 주주들의 마인드는 가치주 주주들과 다릅니다. 이들은 회사가 돈을 벌면 배당으로 나눠주기보다는, 그 돈을 다시 R&D(연구개발)에 투자하여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를 원합니다. 엔비디아 주주들은 젠슨 황이 지금 당장 배당을 늘리는 것보다, 차세대 GPU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해자(Moat)를 구축하기를 바랍니다. 숫자가 스토리를 뒷받침하고, 스토리가 다시 숫자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성장주의 모습입니다.

 

3. 버블주 (Bubble Stocks): 현재 내재가치는 거의 없지만, 강력한 내러티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적은 미미하거나 현재 대규모 적자 상태지만,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으로 주가가 형성된 기업들입니다. 바이오 신약 개발 스타트업, 초기 단계의 양자컴퓨팅 기업, 매출이 없는 로보틱스 기업, 전고체 배터리 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투자자들은 이 기업의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꿈과 미래’를 삽니다. 성공한다면 수십 배의 수익(Multibagger)을 안겨주지만, 실패하거나 스토리가 훼손되면 주가는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금리 인상기나 거시 경제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주식들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내재가치(Numbers)는 주가의 '바닥(Floor)'을 지지해 줍니다. 실적이 탄탄한 기업은 폭락장이 와도 버틸 수 있는 하방 경직성을 갖습니다.

 

반면, 내러티브(Story)는 주가의 '천장(Ceiling)'을 뚫어 줍니다. 숫자에만 갇혀 있으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높은 주가 레벨로 우리를 데려가 줍니다.

 

가치주를 사든, 성장주를 사든, 혹은 야수의 심장으로 내러티브만 가득한 버블주를 사든, 정답은 없습니다.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 수익률, 그리고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산 주식에 대한 '메타인지'입니다. 내가 산 주식이 튼튼한 숫자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위태롭지만 찬란한 스토리에 기반한 것인지를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숫자가 없는 주식을 사놓고 주가가 흔들린다고 불안해하거나, 배당주를 사놓고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불평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선택한 주식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와 변동성을 온전히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주식투자를 지속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변수에 주가가 빠르게 떨어지는 것은 극도로 싫어하면서, 버블주를 보유한다거나, 가치주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아이온큐와 같은 주가 수익률을 원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가치주, 성장주, 버블주의 차이점

댓글


프리먼데이
58분 전N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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