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등원 버스 안에 있던 한 여자 아이가 저를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 이야기하였습니다. 보통 엄마나 할머니가 등원시키는 모습이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나이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오전 시간은 숨 쉴 틈이 없습니다. 특히 아빠들은 이미 출근해 있거나 출근 준비에 쫓기고 있는 시간일 때가 많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지하철 한 대라도 놓치면 그만큼 더 빨리 뛰어야 하는, 1분 1초가 아까운 출근길을 오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제 시간을 온전히 저를 위해 씁니다. 아이 등원을 시킨 뒤에는 곧장 아파트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합니다. 요즘처럼 햇살이 좋은 날에는 한강을 따라 러닝을 하기도 하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퇴근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삶이 가능해진 건 특별한 재능 덕분도, 운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딱 하나, 미리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 업무가 한 차례 몰아치고 나면 보통 이 시간이 됩니다. 직장 동료들끼리 메신저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기도 했죠. 그날도 어김없이 동기들 채팅방에서 한 마디가 올라왔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냐."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들었던 그 말이, 그날따라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나이 먹는 건 그렇게 싫은데, 퇴근 시간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모순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가 싫었던 건 아닙니다. 나름의 성취감도 있었고, 함께하는 동료들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력을 보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월요일이 오고, 금요일이 가고, 또 월요일이 왔습니다.
이러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말을 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퇴사 준비를 해야겠다.'
하지만 막상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끊긴다는 것은 너무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월급을 받을 땐 언제나 부족하고 한없이 작고 귀엽지만, 막상 없어지면 엄청 커보이는 신기한 존재였습니다.
더군다나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생활비에 대출 원리금, 곧 태어날 아이까지 생각하니 퇴사는 입 밖에 꺼내기도 민망한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으로만 굴리면 끝도 없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노트를 펴고 순서대로 적어봤습니다.

사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막연하게 접근하면 대부분 이렇게 됩니다. 월 500만 원, 1,000만 원, 심지어 3,000만 원, 4,000만 원까지. 하지만 이건 퇴사를 진지하게 설계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그냥 펑펑 쓰고 싶은 욕심의 크기일 뿐이죠. 심지어 그 금액은 회사를 열심히 다닌다고 해서 달성되는 숫자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올바른 접근은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지금 내 삶을 유지하는 데 실제로 얼마가 필요한가.’
당시 저희 집은 맞벌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둘 중 한 사람의 몫만 현금흐름으로 커버할 수 있다면, 최소한 한 명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 숫자가 월 300만 원이었습니다.
파이어족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기준이 '4% 룰'입니다. 금융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4%로 잡는 것이죠. 이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월 300만 원, 연 3,600만 원을 위해 필요한 자산은 약 10억 원이 됩니다.
금융 자산 10억? 너무 어렵고, 먼 미래의 목표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미국 주식 시장의 장기 평균 수익률은 약 10%입니다. 4억 원에 10%를 적용하면 연 4,000만 원, 즉 월 300만 원 수준이 나옵니다. 물론 매년 10%가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이걸 최종 목표가 아닌 1차 허들로 설정했습니다. 완주 지점이 아니라, 첫 번째 체크포인트로요.
그러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고,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목표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계획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목표는 금융 자산 4억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이제부턴 어떻게 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보통은 빠르게 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소득은 늘 부족한 느낌입니다. 별로 쓰는 것도 없는데 매달 남는 돈은 얼마 없죠. 그런데 모아야 할 금액은 4억 원입니다. 허들을 낮췄다고는 해도, 저축만으로 도달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간극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투자 금액이 적으니, 빠르게 도달하려면 수익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5년 안에 달성하겠다고 역산하면 필요한 연평균 수익률은 40%, 50%가 나옵니다. 그것도 1~2년이 아니라 5년 이상 꾸준히요. 워런 버핏도 달성하지 못한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내 계획표 안에서만큼은 내가 예외가 됩니다.
그래서 급등주를 쫓고, 이상한 종목에 손을 댑니다. 4억 원에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집니다. 저는 수익률 기준을 연평균 10%로 잡았습니다. 미국 주식 시장의 장기 평균 수익률입니다. 최근 시장이 좋아서 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경험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반대로 앞으로는 더 낮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기대와 우려는 어느 시대에나 반복되어 왔습니다.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없는 숫자. 그래서 10%입니다.
목표 수익률도 정했고, 투자 방향도 잡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수익이 나면 세금이 나간다는 것. 월 300만 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었다고 해서 300만 원이 온전히 내 통장에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배당소득세, 금융소득세,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까지. 따박따박 수익이 나올수록 따박따박 세금과 비용이 추가 됩니다.
막연하게 은퇴를 생각했을 때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 은퇴를 하면 중요해지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처음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생 내는 세금이 달라집니다. 같은 수익률로 투자해도, 세금 설계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실수령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벌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3가지가 있습니다. ISA 계좌, 연금저축계좌, 그리고 IRP계좌 입니다.ISA 계좌는 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일정 한도까지 비과세로 처리해줍니다. 일반 계좌라면 그냥 세금으로 나갔을 돈이 내 수익으로 남습니다.
연금저축계좌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연금'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먼 미래, 노후, 55세 이후. 지금 당장 쓸 수 없는 돈을 묶어두는 것 같아서 꺼려졌습니다.
그런데 이건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오해였습니다.
연금저축계좌는 중도인출이 가능합니다. 중도인출 시 16.5%의 세금이 부과되지만, 세액공제 혜택과 과세이연 효과를 계산하면 그럼에도 이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은퇴가 목표가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노후와 절세를 함께 설계하고 싶다면 반드시 활용해야 할 계좌입니다.
수익률을 높이는 것만큼, 세금을 줄이는 것도 투자입니다.
오늘도 저의 루틴처럼 아이 등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여러분께서도 꼭 파이어를 하셔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파이어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니까요. 현재의 시간을 가장 소중한 곳에 쓸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지금의 회사생활을 더 재밌고 열심히 하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고, 저처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 수도 있고, 강의 현장에서 수강생들을 맞이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월 생활비를 역산하고, 목표 자산을 설정하고, 합리적인 수익률 기준을 잡고, 절세 계좌를 활용하는 것.
이 네 가지가 그 삶으로 가는 길입니다.
여러분의 시간이, 가장 소중한 곳에 쓰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우상향하는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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