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6월, 자본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 거대한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 바로 스페이스X(SpaceX)의 상장이다. 최근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기업 X-AI와 합병하며 앞으로 어떠한 회사가 될 것인지 암시했다. 머스크가 그리는 그림은 명확하다. 그는 "장기적으로 AI를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 기반 AI(Space-based AI)뿐"이라고 단언한다. 스페이스X가 가진 압도적인 우주 발사 능력을 활용해 궤도 상에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주의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와 극저온 환경을 활용하면, 현재 지구상에서 AI 산업이 직면한 막대한 전력 소모와 냉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주라는 공간은 전자기기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결정적인 장벽은 바로 우주 방사선과 역설적이게도 발열 문제다. 지구는 두터운 대기권과 자기장이 강력한 방패 역할을 해주어 우주 방사선을 막아준다. 그러나 궤도 위에서는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가 칩을 직접 강타하게 되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고에너지 입자가 메모리 셀을 관통하면서 저장된 데이터 내용을 날려버린다. 더 심각한 것은 방사선 입자가 반도체 기판 깊숙한 곳에 비정상적인 전류 통로를 만들어 버리는 경우다. 이로 인해 칩에 과전류가 흐르게 되고, 즉시 전원을 차단하지 않으면 반도체 자체가 타버리게 된다.
여기에 열 제어 문제도 만만치 않다.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는 공기가 없다. 즉, 우리가 지구에서 흔히 사용하는 쿨링팬처럼 대류를 통한 열 방출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우주가 춥다고 한들, 칩이 스스로 내뿜는 열을 식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우주 환경에서의 발열 제어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다면, 결국 반도체 칩 자체의 발열을 잡고 열 방출 효율을 극대화하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유기 기판(플라스틱 계열)은 진공 상태에서 열을 머금고 휘어지거나 팽창해버리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차세대 고성능 우주 반도체 패키징의 강력한 대안으로 '유리 기판'이 대두되고 있다. 유리는 열 전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고온에서도 형태가 변하지 않아 미세 회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유리 기판 양산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SKC(자회사 앱솔릭스)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세계 최초의 양산 공장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주도권을 쥐었다.
인텔(Intel) 역시 약 10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해 애리조나 공장에 대규모 R&D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이 밸류체인의 최상단에는 반도체 패키징용 특수 유리 원판(Wafer)을 공급하며 소재 단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코닝(Corning)이 위치해 있다.
패스트 팔로워들의 추격도 매섭다. 삼성전기는 삼성디스플레이(유리 가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 및 결합), 삼성전기(기판 제조)로 이어지는 그룹 내 밸류체인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내며 양산 시점을 크게 앞당기고 있다.
한편, 일본의 DNP는 기판 자체보다는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핵심 공정인 TGV(유리 관통 전극) 기술의 세계 최고 수준 정밀도를 바탕으로 고부가 소재와 가공 기술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유리가 깨지는 성질을 제어하고 미세 구멍을 뚫어야 하는 등 기존 유기 기판 대비 극도로 높은 기술적 난도를 요구한다. 따라서 선단 공정에서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초기 레이저 코어링이나 식각 등 장비 공급사들이 먼저 주목을 받고, 이후 양산 수율을 증명해 내는 기판 제조사로 시장의 프리미엄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기판 위를 채울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행보 역시 발 빠르다. 메모리 3사 중 상용화 레이스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마이크론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 전용 칩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대신, 성숙한 상용 공정에서 양산된 칩 중 극한 환경을 견디는 제품만 엄격히 선별해 특수 패키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NASA 및 미 국방부의 엄격한 표준을 통과한 256Gb 내방사선 SLC 낸드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실질적인 벤더로 자리 잡았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벽의 탐사 장비 내부에 마이크론의 칩이 탑재되어 그 성능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위성이 스스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우주 궤도상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전하를 저장하는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성으로 데이터를 저장하여 방사선에 원천적으로 강한 MRAM을 2030년경 궤도에 올려 검증할 계획이다. 현재 달 탐사 로켓과 소형 큐브위성 등에 상용 D램 및 낸드를 탑재해 우주 환경에서의 에러 복구 능력을 실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 상용 메모리를 실제 발사체에 실어 보내, 의도적으로 방사선에 노출시키고 고장을 유도하여 오류가 발생하는 패턴(SEU)을 수집하고 아키텍처를 개선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거대한 우주 AI 시장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핵심은 미국의 강력한 지정학적 진입 장벽이다. 미국은 안보와 직결되는 국방 및 우주 공급망에서 중국산 반도체를 원천 배제하기 위해 겹겹의 규제망을 구축했다. 202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제5949조에는 YMTC(낸드), CXMT(D램), SMIC(파운드리) 등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명시되어 이들의 탑재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결국 메모리 반도체의 쓰임새는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 공간으로 폭발적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의 몽상처럼 들렸던 우주 데이터센터는 첨단 패키징과 내방사선 메모리 기술의 발전, 그리고 확고한 지정학적 해자 속에서 거대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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