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이 왔는데, 이상하다.
원래 이맘때면 부동산 앱을 열면 매물이 넘쳐야 한다.
괜찮은 전세를 골라 보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빈칸이다.
그나마 있는 매물은 1년 전보다 수천만 원이 올라 있다. 연
락해 보면 이미 나갔다는 말이 돌아온다.
이게 착각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사이 25% 이상 증발했다.
2026년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며,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전세값이 오르고 있다.
이건 단순한 계절적 수급 불균형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2년 전, 그리고 3년 전. 전세를 놓으면 보증금으로 다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 혜택도 있었다.
다주택자라도 전세를 들이는 게 유리했다.
지금은 반대다.
보유세 부담은 그대로인데, 전세를 놓으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생겼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흔들렸고, 다주택자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결국 집주인들이 택한 선택지는 하나였다.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임대를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급감했다.
여기에 수요 대비 공급 물량도 부족한 모습이다.
그 결과, 전세는 줄고 월세는 오르는 구조가 고착됐다.
서울의 월세 거래 비중은 2025년 2월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이후 9개월 이상 60%대를 이어가고 있다.
월세 부담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전세도 사라지고 있다.
세입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이렇다.
"내 집이 없으면, 이제 살기 더 힘들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아무리 규제가 쏟아져도, 살 곳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은 계속 서울 근처에 살아야 한다.
아이 학교 때문에, 직장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어딘가에 정착해야 한다.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막히면 다른 곳으로 흐른다.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흐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 부동산 정책 사이클이 20년 넘게 반복해 온 패턴이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규제 밖으로 수요는 몰렸다.
지금도 그 흐름이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쏠린다는 말이 곧 "비규제면 어디든 오른다"는 뜻이 아니다.
냉정하게 보자.
정부가 어떤 지역을 규제에서 제외해 뒀을 때, 그 이유는 하나다.
가격이 오를 만한 요인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자체 인구가 줄거나, 산업 기반이 약하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
이런 지역이 비규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비규제지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수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비규제지역이 실제로 움직이는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강남, 여의도, 광화문, 판교, 마곡, 가산디지털단지.
이 권역으로 출퇴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역인가.
교통망이 붙어 있거나 붙을 예정인가.
이것이 첫 번째 필터다.
출퇴근이 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은 집과 직장 사이에 자신의 일상이 있어야 한다.
학교, 병원, 마트, 학원가, 공원. 이게 빈약한 도시는 사람들이 '잠만 자러' 오는 곳이 된다.
베드타운으로 남은 도시는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난 20년 수도권 외곽 지역들이 증명해 왔다.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25년 대비 약 25% 줄어들었고, 서울은 31%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지역, 그중에서도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어려운 입지는 희소성이 높아진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받쳐지는 구조다.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월세는 무거워지고 있다.
규제는 강해지고 있다.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장에서,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가.
물론 무조건 지금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중에 여건이 나아지면 사야지"라고 기다리는 동안, 시장은 이미 조용히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을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안전자산인 핵심 입지로 수요가 집중된다.
핵심 조건을 갖춘 입지, 공급이 줄어드는 지역, 서울 일자리와 연결된 곳.
지금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살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5년 후 자산 격차가 생길 것이다.
지금 내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 전에, 먼저 어디가 맞는 자리인지부터 파악해 두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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