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였습니다.
5월 3.1%보다 0.1%포인트 확대된 수치로, 2023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언뜻 보면 그렇게 위협적인 숫자로 느껴지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세시장을 지켜보신 분이라면 다른 질문이 떠오르셨을 겁니다.
물가는 3%대인데, 왜 내가 사는 지역 전세가는 그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물가와 전세가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부터 짚어야 합니다.
이번 물가 상승은 중동전쟁 발발 이후 3월 2.2%, 4월 2.6%, 5월 3.1%를 거쳐 6월 3.2%까지 상승곡선을 그려온 결과입니다.
그 중심에는 석유류 가격이 있습니다.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24.7%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93%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는 유가와 환율이 곧 생활비로 번역됩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소비자물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도 함께 오르면서 신규 주택 공급 원가를 밀어 올립니다.
공급 원가가 오르면 건설사는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장은 착공을 미루게 됩니다.
착공이 미뤄지면 2~3년 뒤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전세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즉 지금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현재의 생활비 부담을 보여주지만, 전세가는 몇 년 전부터 누적된 공급 위축의 결과를 지금 반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두 지표가 같은 시점에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용인 수지구를 보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향후 3년간 성남 분당구와 용인 수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7년 예정된 단지 873가구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입주 예정 물량이 21만 3,52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분당·수지의 공급 비중은 0.41%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 지역의 인구 비중입니다.
올해 11월 기준 분당구와 수지구 인구는 경기도 전체 인구의 16.26%를 차지합니다.
인구 비중 16.26%, 공급 비중 0.41%.
이 격차가 바로 물가상승률과 전세가상승률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지역 단위에서 보여줍니다.
새 아파트를 지을 땅도, 시간이 걸리는 플랫폼시티 개발과 재건축·리모델링 외의 대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기 수요만 계속 쌓이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KB부동산 기준 2025년 1~11월 수지구 아파트값은 7.32% 올라, 같은 기간 수도권 평균 상승률 3.40%를 두 배 이상 웃돌았습니다.
전세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일부 대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까지 줄어드는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공급이 막힌 지역에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여기에 토허제라는 규제가 더해지며 임대로 돌아서는 물량이 더욱 줄어들게 된 것이죠.
올해 7월 시행되는 보유세 개편도 이 흐름 위에 얹힙니다.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늘어난 세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다만 이 전가가 항상, 어디서나 똑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조세 귀착은 시간 지평과 교섭력, 그리고 지역별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 현상입니다.
전세 공급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세입자의 교섭력이 약해지고, 임대인이 세부담을 전가하기 수월해집니다.
앞서 살펴본 수지구처럼 공급 비중이 0.41%에 불과한 지역이라면, 같은 세제 개편이라도 전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공급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지역이라면 전가 폭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물가 상승, 공급 위축, 세제 변화라는 세 가지 힘이 지역마다 다른 강도로 겹치면서, 어떤 지역은 완만하게, 어떤 지역은 가파르게 전세가가 오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전국 평균 물가 상승률이나 전국 평균 전세가 지수만 보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저환수원리에서 제가 늘 강조하는 환금성과 수급 판단은, 결국 내가 투자하거나 거주하려는 바로 그 지역의 공급 곡선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물가 3.2%라는 전국 숫자와, 수지구 공급 비중 0.41%라는 지역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장의 온도는 이렇게 다르게 나타납니다.
첫째, 7월 16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입니다.
지난 5월 28일 회의에서는 신현송 총재를 포함한 5명이 기준금리 2.50% 동결에 찬성했지만, 유상대·장용성 두 위원은 2.75% 인상을 주장했고, 향후 6개월 점도표 21개 중 19개가 인상 쪽에 찍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신규 공급 사업성에 추가 부담이 생기고, 이는 다시 몇 년 뒤 전세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둘째, 관심 지역의 향후 2~3년 입주 예정 물량입니다.
수지구처럼 지금의 착공 감소가 실제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셋째, 보유세 개편 이후 실제 임대료 전가가 지역별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입니다.
같은 정책이라도 지역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하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가는 전국 단위 숫자로 발표되지만, 전세가는 결국 내가 사는 그 동네, 그 단지 단위로 결정됩니다.
3.2%라는 숫자에 안심하지 마시고, 내가 살고 있거나 투자하려는 지역의 공급 곡선을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