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낮, 저는 거실에서 에어컨 리모컨을 들고 3분을 서 있었습니다.
서울 최고기온이 37도, 광주와 대구는 39도까지 올랐습니다.
수도권에는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고, 대구는 40도를 넘겼고, 양산에서는 41.6도라는 국내최고기온을 보였습니다.
켜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리모컨을 들고 망설였습니다.
아내가 지나가면서 물었습니다.
"왜 안 켜?"
저는 대답을 못 했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고지서를 봤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이 에어컨을 살 때, 저는 계산기를 꽤 열심히 두드렸습니다.
모델별 가격을 비교하고, 설치비를 따지고, 카드 할부 개월 수를 조정했습니다.
300만 원이라는 숫자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망설이는 이유는 그 200만 원이 아닙니다.
매달 오는 고지서입니다.
3년 전 저는 300만 원을 계산했지만, 그 뒤로 매년 여름 나가는 돈은 계산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에어컨의 진짜 가격은 살 때가 아니라 켤 때 정해집니다.
저는 그걸 3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똑같이 실수한 게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자동차.
작년 차값 몇 천만 원은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보험료, 유류비, 소모품, 감가는 사고 나서 알았습니다.
1년을 타고 계산해보니 5년을 더 타면 차값만큼 더 들어갔습니다.
헬스장.
1년 회원권 50만 원이 3개월 등록보다 싸다고 계산했습니다. 회원권 값은 맞았습니다.
다만 제가 계산에 안 넣은 게 있었습니다. 안 가면 0원의 효용이라는 것.
두 경우 모두 저는 취득가만 계산하고 유지비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머리는 원래 그렇게 작동합니다.
한 번에 크게 나가는 돈은 눈에 보이고, 매달 조금씩 나가는 돈은 안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300만 원에 며칠을 쓰고, 매달 10만 원에는 1분도 쓰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습관이 돈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자리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2022년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 저를 찾아온 분들의 이야기는 놀라울 만큼 비슷했습니다.
"집값이 떨어져서 힘든 게 아니에요."
"매달 나가는 이자를 못 버티겠어요."
그분들은 매수 전에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정말 열심히 두드렸습니다.
매매가, 대출 한도, 필요한 자기자본, 취득세까지 다 계산했습니다.
계산하지 않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매달 얼마가 되는지.
2022년에 무너진 건 자산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보유 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구조였습니다.
집을 급하게 내놓은 분들의 사연은 대부분 "집값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매달 못 버텨서"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2026년 7월과 8월, 보유 비용의 두 축이 같은 달에 함께 움직였습니다.
첫째, 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금통위원 7명 전원 찬성이었습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14개월간 이어진 동결 국면을 끝낸 방향 전환입니다.
만장일치라는 건 한 번 올리고 끝낼 생각이 아니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둘째, 세금입니다.
재정경제부가 어제(26년8월2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을 의결했습니다.
저는 개편안 상세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세 개의 숫자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① 70%. 공정시장가액비율
세금을 계산할 때 공시가격을 100% 다 쓰지 않습니다. 그중 일부만 반영합니다.
그 비율이 공정시장가액비율입니다.
지금은 60%입니다. 이게 2027년부터 70%로 올라갑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는 2027년 70%를 거쳐 2028년 이후 80%까지 올라갑니다.
다만 1세대 1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에 있어도 70%에서 멈춥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공시가격이 그대로여도 세금이 오릅니다. 반영 비율 자체가 올라가니까요.
집값이 안 올라도 청구서는 커집니다.
② 600만 원. 세액공제 한도
지금 1세대 1주택자는 오래 보유하면 세금을 깎아줍니다.
연령에 따라, 보유 기간에 따라 깎아주고, 합쳐서 최대 80%까지 갑니다.
이 구조가 바뀝니다.
보유 기간에 따라 주던 공제는 2027년에 거주공제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둘 중 높은 쪽을 고르게 되고, 2028년부터는 거주 기간 공제만 남습니다.
60세 이상에게 주는 연령공제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공제율 상한도 최대 80%로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새로 생긴 게 있습니다.
깎아주는 금액에 천장이 생겼습니다.
2027년 800만 원, 2028년 이후 600만 원입니다.
공제율은 80%인데 실제로 깎이는 금액은 600만 원이 최대라는 뜻입니다.
고지서가 커질수록 80%라는 숫자는 의미가 줄어듭니다.
③ 200%. 세 부담 상한
세금이 갑자기 뛰지 않게 막아주는 장치가 있습니다.
직전연도에 낸 재산세와 종부세 합계액의 150%를 넘지 못하게 한 규정입니다.
이 상한이 200%로 올라갑니다.
작년에 300만 원 냈으면, 올해는 최대 600만 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안전장치가 없어진 건 아닙니다. 다만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2027년 1월 1일 이후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분부터 적용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한참을 멈췄습니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라갑니다.
시가로는 약 20억 원 수준입니다. 그 외에는 9억 원 초과, 시가로 약 13억 원부터입니다.
여기까지는 완화입니다.
그런데 세금을 계산할 때 빼주는 기본공제가 이렇게 갈립니다.
☑️ 거주하는 1주택. 14억 원
☑️ 거주하지 않는 1주택. 9억 원
같은 집인데, 사는지 아닌지에 따라 공제가 5억 원 차이 납니다.
두 채 이상이면 계산이 더 흥미롭습니다.
기본공제가 4억 원에, 5억 원 곱하기 '거주하는 집의 공시가격을 전체 주택 공시가격 합계로 나눈 비율'입니다.
거주하는 집이 없으면 4억 원입니다. 거주주택 비중이 높을수록 최대 9억 원까지 늘어납니다.
몇 채인지가 아니라, 그중 얼마짜리에 실제로 사는지를 묻는 구조입니다.
양도세도 같은 방향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라는 이름이 둘로 갈라집니다.
주택과 조합원입주권은 장기거주 소득공제, 토지와 그 밖의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됩니다.
지금까지 1주택자는 거주 2년만 채우면 나머지는 보유 기간으로 최대 40%를 더 쌓을 수 있었습니다.
2028년에는 거주 연 6%·보유 연 2%로 조정되고, 2029년부터는 보유 축이 아예 사라집니다.
거주 기간에만 연 8%, 최대 80%입니다.
공제한도도 새로 생깁니다.
사람 기준 연간 한도와 양도 물건별 한도가 각각 2028년 20억 원, 2029년 이후 10억 원입니다. 이 양도세 개편은 2028년 1월 1일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 적용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얼마에 샀는지"를 묻던 세금이, "어떻게 갖고 있는지"를 묻는 세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글에서 코칭에서 계속 말씀드리는 틀이 있습니다.
보유 역량 = 매수 × 보유 × 세금·정책 × 돈그릇
덧셈이 아니라 곱셈입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덧셈이면 하나가 약해도 나머지로 메울 수 있습니다.
곱셈은 아닙니다. 하나가 0에 가까워지면 나머지를 아무리 잘해도 전체가 0에 가까워집니다.
우리는 첫 번째 항, 매수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임장 다니고 시세 조사하고 비교 평가했습니다. 그게 나쁜 게 아닙니다. 필요합니다.
다만, 오늘 발표로 세금·정책 항의 값이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매수만이 아니라 보유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변화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매수는 한 번의 결정입니다. 보유는 매년 반복되는 결정입니다.
한 번 잘못한 매수는 아프지만 한 번입니다. 잘못 설계한 보유는 매년 청구서로 옵니다.
거창한 걸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딱 한 줄만 적어보시면 됩니다.
보유하고 계신 물건 하나를 골라, 이렇게 적어보세요.
연간 대출이자 + 재산세 + 종부세 + 관리비 중 수선충당금 = ○○○만 원
매수가의 ○.○%
이 숫자를 모르고 계셨다면, 그게 오늘 이 글에서 가져가실 전부입니다.
어제 발표는 정부 안입니다. 확정이 아닙니다.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고, 국회 논의에서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시행 시점도 2027년, 2028년, 2029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늘 당장 세금이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당장 내일 팔거나 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방향은 읽어두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한 달간 토론회를 세 차례 열고 국민 제안을 받으며 반복해서 말한 방향과, 오늘 나온 숫자는 같은 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결국 오늘 저는 에어컨을 켰습니다.
39도에 아이를 데리고 버틸 수는 없습니다. 아껴야 할 곳과 아끼면 안 되는 곳은 다릅니다.
대신 하나를 정했습니다.
고지서를 매달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3년 전에는 300만 원만 봤습니다. 이제는 매달 오는 숫자를 봅니다.
놀라지 않으려고 보는 게 아닙니다. 놀랄 준비를 하려고 봅니다.
집도 그렇게 봅니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산 가격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옆에 한 줄을 더 적어둡니다.
이 집이 저에게 매년 얼마를 요구하는지.
여러분의 집은, 매달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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