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분들과 최근 대화에서, 열 분이 똑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서울, 수도권 매수까지 완료했는데요. 다음 목돈 모으려면 한참 걸려요. 그동안 뭐 하면서 보내야 하나요?"
한 분은 뒤에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주식이라도 할까요?"
표현만 조금씩 달랐습니다.
"내집마련을 하긴 했는데, 하고 나니까 다음 방향성을 못 잡겠습니다."
"시스템 보고 달려왔는데, 1호기 이후가 막막합니다."
"매수하고 나서 다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이 질문을 하신 분들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금 13억으로 첫 매수까지는 왔는데, 다음 종잣돈이 모이려면 34년.
그 사이에 뭘 해야 할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드셨을 겁니다.
"일단 쉬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러다 뒤처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둘 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매수 다음은 무엇인가.
이 공백은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저는 이 공백을 게으름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구조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배워온 것을 한번 훑어보시겠어요.
임장. 임장보고서. 비교평가. 매물임장. 협상. 계약.
전부 사는 법입니다.
그리고 매수가 끝나는 순간, 배운 것을 쓸 자리가 사라집니다.
할 일이 없어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배운 것을 다 썼으니까요.
문제는 자산이 커지는 구간이 매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매수는 자산을 확보하는 행위입니다. 자산을 키우는 것은 보유입니다.
보유 역량은 네 개로 쪼개집니다
보유는 그냥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네 가지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하나, 매수 관점.
내가 왜 이걸 샀는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건 이미 갖고 계십니다.
둘, 보유 관점.
이 물건을 몇 년, 어떤 조건에서 들고 갈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셋, 세금과 정책.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대출 규제.
매수할 때는 한 번 계산하고 끝났던 것들이, 보유하는 동안에는 매년 다시 돌아옵니다.
넷, 돈그릇.
자산이 커질 때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 용량입니다.
여기서 대부분이 막힙니다.
1번만 훈련된 상태로 2, 3, 4번이 필요한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근육을 써야 하는데, 그 근육이 있다는 사실조차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뭘 해야 하죠"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정확한 질문입니다.
관점을 하나 바꾸셔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나눴습니다.
수도권이냐, 지방이냐.
이제는 이렇게 나누셔야 합니다.
보유할 대상이냐, 매매할 대상이냐.
내 물건이 어느 쪽인지 정하지 않으면, 보유 기간 내내 판단이 흔들립니다.
조금만 올라도 팔고 싶고, 조금만 빠져도 잘못 산 것 같습니다.
여러 대화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매도자가 2020년에 매수했는데, 지금 15% 수익이더라고요. 수익이 적은 거 아닌가요? 저는 얼마나 올랐을 때 팔아야 하죠?"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보유할 대상인지 매매할 대상인지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정해지면 매도 시점은 수익률이 아니라 조건으로 결정됩니다.
공백기에 채워야 할 네 구간
목돈이 모일 때까지 3~4년. 이 구간을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구간 1. 보유 관리, 캘린더 한 장
A4 한 장에 세 가지를 적으세요.
전세 만기일. 재산세·종부세 고지 시점. 대출 금리 변동 시점.
이 세 개가 언제 겹치는지만 알아도,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급하게 파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전세 재계약이 다가오면 그때부터 고민할 게 아니라, 만기 6개월 전에 해당 지역 입주 물량부터 확인하는 겁니다.
대화에서 "부천 세입자 만기인데 대장지구 입주랑 겹쳐서 역전세가 두렵다"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건 만기 6개월 전에 알았다면 대응이 완전히 달라졌을 사안입니다.
구간 2. 앞마당 정비, 새로 만들기 전에 복원부터
이 질문을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새 앞마당을 만드는 것보다, 흐릿했던 앞마당을 다시 채우는 게 우선이겠죠?"
맞습니다.
본론까지 못 쓴 임보, 결론을 못 내린 지역.
그게 서너 개 쌓여 있다면 신규 임장보다 그쪽이 먼저입니다.
앞마당은 개수가 아니라 판단 가능한 개수로 세야 합니다.
30개가 흐릿한 것보다 5개가 선명한 쪽이 다음 매수를 만듭니다.
구간 3. 현금흐름, 저축이 아니라 역산
한 분이 이렇게 쓰셨습니다.
"제가 1년에 1400~1500만 원 모읍니다."
저는 적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계산을 함께 해봤습니다.
다음 부동산 투자금을 3억으로 잡으면, 이 저축액으로는 20년입니다.
그러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다음 아파트 투자 재원은 저축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매도 차익, 전세 상승분, 그리고 대출 여력에서 나옵니다.
이걸 인정하고 나면 지금 할 일이 바뀝니다.
저축액을 늘리려고 애쓰는 대신, 보유 물건의 예상 매도 시점과 매도 금액을 먼저 잡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금액이 나오는 순간 갈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그 지역을 지금부터 앞마당으로 만드는 겁니다.
"다음 부동산 매수를 준비할 때 예상 매도 시기와 매도 금액을 가지고 앞마당을 늘리는 건가요?"
네. 그게 순서입니다.
구간 4. 금융자산, 대기 자금에도 원칙이 필요합니다
"주식이라도 할까요?"
이 질문에 저는 조건부로 답합니다.
매도 시점까지 3년 이상 남았다면, 그 돈을 예금에만 두는 것은 손해입니다.
다만 목적이 다릅니다.
수익률을 노리는 돈이 아니라, 부동산 진입 시점까지 가치를 지키는 돈입니다.
가저환수원리 여섯 요소 중 이 자금에 적용할 것은 두 개입니다.
환금성과 원금보존.
필요할 때 3일 안에 현금화되는가. 진입 시점에 원금이 훼손되어 있지 않은가.
이 두 개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품은,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부동산 대기 자금으로 부적합합니다.
4구간을 3년 동안 채운 분이 어떻게 됐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앞마당 5개를 선명하게 복원해둔 상태에서, 매수한 아파트의 전세가가 올라 보증금 차액 4,000만 원이 생겼습니다.
동시에 예상 매도 금액과 시점이 이미 잡혀 있었기 때문에, "지금 팔아야 하나"라는 고민 없이 바로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1년 전 그 분이 제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공백기에 앞마당 복원하고 캘린더 채워놨더니, 다음 아파트 매수 계약하는 날 떨리지 않더라고요. 이미 다 계산해놨으니까요."
3년의 공백을 채운 사람과 흘려보낸 사람의 차이는 다음 아파트 매수 여부가 아닙니다.
그 아파트 가치의 크기입니다.
오늘 하실 일은 한 장입니다
새벽에 집 앞을 뛰다 보면, 매일 같은 코스가 지루해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루한 구간을 지운 러너는 완주하지 못합니다.
매수와 매수 사이의 3~4년도 같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구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 매수의 크기가 결정되는 구간입니다.
오늘 종이 한 장을 꺼내세요.
1. 내 물건은 보유 대상인가, 매매 대상인가 → 매수 당시 이유를 떠올리며 결정
2. 전세 만기 / 세금 / 금리, 이 셋이 겹치는 달은 언제인가 → 등기부·계약서 열어서 날짜 확인
3. 흐릿한 앞마당은 몇 개이고, 어디부터 복원할 것인가 → 임장보고서 폴더 열어서 미완성 지역 이름만 적기
4. 예상 매도 시점과 금액, 그리고 그때 갈 지역 → 숫자가 없으면 "미정"이라고 써두고 다음 주에 채울 날짜도 적기
오늘 이 네 줄이 채워지는 순간, 공백은 일정이 됩니다.
매수 다음 구간은 쉬는 기간이 아닙니다. 다음 매수의 크기를 정하는 기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