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것
p.20~21
잠시 뒤에 내게로 건너와 나를 MVP로 뽑기로 했다고 말하던 감독님의 표정과 말투가 아쉬움으로 가득했으니까. MVP를 저렇게 떠넘기듯 어쩔 수 업이 줄 수도 있는 거였나? 그날 나는 집으로 가며 MVP 트로피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 트로피는 틀림없이 내가 그동안 10년 넘도록 축구를 하며 받았던 어떤 상장과 트로피와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상이었지만 버리면서 아무 미련도 없었다. 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은, 조금도 영광스럽지 않은, 나 자신에게 납득이 되지 않은 영광을 찬장에다 진열해두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p.23~24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마음, 그것이 프로로 일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열 번 겨뤄서 열 번 다 지더라도 여전히 지는 것을 싫어해야 한다. 승자에게 손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쳐주면서도 속으로는 울면서 칼을 갈고 있어야 한다.
p.29~35
요즘 경기 들어갈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하승운 선수는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생각하면서 경기 뛰어요.” … 내가 걷는 길이 조금이라도 평탄한 것 같다면 애써 스스로를 낭떠러지로 몰아가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더욱 그래야 한다. 스스로 낭떠러지 쪽으로 향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남들이 나를 그쪽으로 슬쩍슬쩍 떠밀 거다. 아예 내가 알아서 그쪽으로 걸어주는 편이 낫다. 은퇴할 때까지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린 채로, 오늘이 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p.43~46
열악하고 부실한 환경에 놓이는 사람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엔 환경 탓을 하며 종종 다른 곳과 비교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쪽엔 환경처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은 제쳐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당연히 후자다. 절실한 사람은 애초에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은 방법을 계속 찾는다. … 진심으로 노력하면 방법이 나온다.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제일 미운 선수가 누구인지 아는가. 핑계를 대는 선수다. 핑계라는 건 끝이 없어서 핑계를 대는 사람은 죽을때까지 핑계만 댄다. … 어떤 환경, 어떤 상황일지라도 아주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 답이다. 절실한 사람은 방법을 찾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핑계거리를 찾는다. … 절실함은 무슨 헝그리 정신 같은 게 아니다. 부족하다고 해서 다 절실한 것이 아니다. 부족해도 편안한 사람이 있고 풍족해도 절실한 사람이 있다. 절실함은 환경이나 조건과 상관없이 ‘지금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p.54~56
진실되게 노력하는 사람에겐 따로 혼자 적립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p.59~60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호기롭게 던진 너의 말이 결국 부메랑처럼 너한테 돌아올 것이라고.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그런다면 그 돌아오는 부메랑을 잡고 다시 멀찍이 던지면 된다. 다시 돌아오면 또다시 잡아 던지면 되고. 그럴 자신감과 깜냥도 없이 나 같은 사람이 이 바닥에서 어떻게 감독을 하겠는가.
p.66
가장 처참한 실패에도 기꺼이 칭찬을 건네야 한다. 물론 순간적인 탄식은 나올 테지만. 그것은 그 시도가 통했을 때 어떠한 아름다운 결과가 나왔을지를 알고 기대했기 때문에 비롯된 아쉬움이다. 그 탄식이 곧 칭찬이었음을 선수에게 말해줘야 한다.
p.87~88
평범한 인간에게 결정적 기회는 평생 살면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늦게 찾아온 그 기회가 기회인 줄도 모르고 지나간다. 그렇게 흘려보내고는 나중에 그것이 기회였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후회하곤 한다.
p.90~94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는 결국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본적인 패스, 드리블 컨트롤, 슈팅 … 이런 기본적인 데서 차이가 온 거지, 무슨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너무 작아서 마치 운이 나빴던 것으로 보이는 그 차이가 바로 상대와 우리의 수준 차이였다. 그리고 선수로 10년 이상 뛰어본 경험을 놓고 말하자면, 그 차이는 대개 평생토록 간다. 프로선수가 열심히 하는 것은 다들 똑같으니까. … 계속 이 짓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이 종이 한 장의 차이가 극복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거다. 수준의 차이를 일으키는 기본 실력이라는 것은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쌓인 결과다. … 그 종이 한 장이 실제로는 더럽게 두껍다는 것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절실히 깨달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p.101
한 명은 부딪치고 있는데 옆에서는 설렁설렁 뛰어다니면 결국 똑같이 설렁설렁하는 분위기가 전염된다. 묻어가는 사람을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p.116~118
축구만이 아니라 어떤 스포츠, 어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멋진 결말을 이루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p.123
팀이 성장하려면 서로에 대한 불만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주 그리고 많이 표출되어야 한다. 불만을 쌓아두지 않고 한바탕 싸우다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가 드러나고 기준점과 방법을 새로이 세우게 된다. 그래, 좋은 싸움이다.
p.134~136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리고 설령 누가 가르쳐준다 한들 절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내가 배워서 내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배움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설프게 베끼는 데서 그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파고들고 우리에게 맞게 세부 사항을 추가하고 실행하면서 실력을 쌓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그걸 반복하다보면 내가 어떤 축구를 할지가 정립되는 순간이 온다.
p.145~146
축구를 하다 보면 어떤 기세가 들이닥치는 순간 또는 시기가 있다. … 어디서부터 불이 점화되었는지,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기세가 느껴진다면 무조건 올라타야 한다. 찾아온 기세를 살려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기세는 또다시 남에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p.151~152
이거다, 원래 목표라는 것은 적당히 비웃음을 당하는 정도가 딱 좋다. … 리더는 우리가 품고 있는 가능성의 최대치로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혼자 품고 있을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해야 한다. 이때 사람들이 목표를 공감해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서운하고 외롭겠지만 어쩔 수 없다.
p.161~163
경력이 있는 선수로 하여금, 내가 여기서 안주하다가는 곧 따라잡히겠구나, 하고 경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p.175~177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상대에게 내 시간을 들여야 한다. 사람이란 자신한테 각별하게 시간을 마련해준 이를 각별한 사람이라 인식하는 동물이다. 부족한 시간 앞에서는 어떠한 입에 발린 말도 소용없다. 그리고 그 시간을 부여받지 못한다면 당사자는 귀신같이 안다. 선수로 뛰던 거의 모든 시간 동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외면받는다는 현실은 모를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현실은 상당히 쓰라리다.
p.186~188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은 다소 성장이 더디지만 갑자기 성장세가 급박하게 올라가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포텐이 터진다’라고 하는, 그 낭만적인 시기가 축구에는 실제로 존재한다. … 나의 시간이 오리라고 굳게 믿고 단련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p.191~192
착한 선수가 높은 곳으로 가더라. 내가 말하는 인성과 착함은 도덕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축구에서 인성이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를 말한다. 자신이 10년 넘게 배우고 성공적으로 해온 축구에 위배될지라도, 그 동안의 내가 송두리째 틀린 것은 아닐까 의심할 수 있는 용기이도, 화가 치밀어서 입을 삐죽 내밀 만큼 분을 숨길 수가 없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새롭고 어색한 것을 자신에게 적용해보려 하는 열린 마음이다.
p.203~204
발길을 돌려서 다시 문을 열고 다그쳐야 하나, 잠깐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고민이 드는 찰나에 결정했다. 말을 할지 말지 고민이 든다? 리더는 그것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즉시 말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 반항심이 생길 겨를도 없게 잘못이 눈에 보이는 그 순간에 지적해야 한다. … 지적을 지연하는 만큼 선수의 성장이 지연된다. 지적이 빠를 수록 선수는 빠르게 성장한다.
p.215~216
팀에 충분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구성원이 부채의식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 못하는데 당당한 것은 프로의 태도가 아니다.
p.245~246
내가 열심히 한다고 으레 알아주길 바라서는 안 되는거였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남을 원망해서는 안 됐다. 나는 내가 봐돠 정말 열심히, 거의 미친 사람처럼 노력했고 오히려 그래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실력은 내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가 아니라 그들이 봤을 때 납득이 될 정도로 잘해야 충분한 것이었다. 결국 나의 과제는 능력을 키우는 것 밖에 없었다.
# 깨달은 것
내가 평상시에 많이 해왔던 말이지만, 실제로 행하고 있지는 못한 말들을 이 책에서 감독님의 말로 다시 확인받는 것 같았다. 조직적인 측면에서는 분위기,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리더가 해야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래 이 생각엔 동의해, 그래서 나는 얼만큼이나 실행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핑계는 이제 그만 넣어두고, 기본에 충실하게 살아가자. 그 과정에서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자. 관계에 있어서 좋은 싸움은 필요하고, 사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 적용할 것
- 오늘이 나의 마지막이다.
- 절실한 사람은 방법을 찾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핑계거리를 찾는다.
- 돌아오는 부메랑을 다시 잡아서 던지면 된다.
-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 좋은 싸움은 필요하다.
-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국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